2020-10-21 14:32 (수)
[기자수첩] 대한민국 언론, 민낯을 드러내다
[기자수첩] 대한민국 언론, 민낯을 드러내다
  • 조시현
  • 승인 2020.07.13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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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人에 대한 미친 속보 경쟁…누구를 위한 보도인가?
세월호 사건…오보가 낳은 참사, ‘기레기’의 탄생
검찰발 속보 경쟁…결국 촛불 든 시민들

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비를 맞으며 먼 길을 떠났다.

그러나 언론은 고인에 대해 난도질을 했다. 지난주 고인의 실종이 알려지면서 언론들이 또다시 민낯을 드러냈다. 다시 한 번 ‘기레기’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언론은 2020년 7월 9일을 언론 역사에 깊이 아로새겼다.

■ 미친 속보 경쟁…누구를 위한 보도인가?
지난 9일 오후 고인의 실종 소식이 속보로 떴다. 그러자 고인의 실종 배경을 놓고 실체 없는 무성한 소문이 기사화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인의 실종 원인으로 미투 보도부터 그린벨트 해제 압박 등과 관련된 지라시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사실 확인 없이 빠르게 퍼졌다. 심지어 고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인터넷 상에서는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온 기사들은 이미 그의 사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월간조선은 오후 6시 45분에 <속보>로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 기사를 실었고, 충청리뷰와 투데이코리아는 그 기사를 퍼 날랐으며, [단독], [속보]라는 제하로 기사를 실었고, 로톡뉴스는 6시 45분에 <속보>라고 박 시장의 죽음을 알렸다. ​

뉴스에듀는 오후 7시 15분에 ‘박원순 추정 시신 발견.. 미투 의혹’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서울일보는 7시 13분에 ‘박원순 서울시장 와룡공원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브레이크 뉴스 발행인 문일석은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여권 큰 대선 후보 잃은 것’이라는 기사를 8시 22분에 올린다. 동양 뉴스는 오후 10시 39분에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이라는 제하에 ‘A대학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기사를 썼다.
 
10일로 넘어가는 시간이 자정 무렵, 고인의 시신이 발견되자 공중파 및 종편과 보도채널들은 현장 생중계를 시작했다. 이들은 마치 시상식 중계하듯이 고인의 죽음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고인에 대한 예의는 전혀 없었다.

국민들과 시청자들을 마치 관음증 환자로 만들려는 것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6년 전 세월호 사건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 모습이 한국 언론의 현 주소이자, 대한민국 기자들이 왜 ‘기레기’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언론개혁’이 왜 필요한 지를 역설적으로 언론 스스로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세월호 사건…오보가 낳은 참사, ‘기레기’의 탄생
‘기레기’라는 말이 국민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사건’ 때이다.

이날 제주로 가던 여객선이 전남 진도군 인근 바다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뉴스 자막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전원 구조되었다는 긴급 보도가 나왔다.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졌던 ‘전원 구조’ 속보가 ‘기레기’의 출발점이였다. 속보와 다르게 실제로는 세월호는 가라앉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TV 화면에는 왼쪽으로 기운 세월호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파란색 선미만을 내민 채 침몰해 버린 세월호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그 선미마저 가라앉았다.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에는 수학여행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탑승객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304명의 사망자와 미수습자가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고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언론들은 오보를 양산해냈고, 이후에도 이 오보에 대해 책있지고 사과하는 언론은 없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보도와 오로지 속보 경쟁만 펼치는 언론.

국민들은 과연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속보를 믿을까?

■ 검찰발 속보 경쟁…결국 촛불 든 시민들
이같은 언론들의 미친 속보 경쟁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 정국 당시 잘 드러났다. 검찰의 무자비한 수사만큼 언론은 실시간으로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혐의를 쏟아냈다.

시간이 지나고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에 대한 허점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당시 언론들의 보도들도 하나둘씩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언론 하나 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없다.

지난 가을 시민들은 이미 검찰과 언론이 거짓을 주장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서초동 대검찰청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촛불을 들며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외쳤다.

그러나 기성 언론들과 정치권은 침묵했다.

왜 ‘언론개혁’이 필요한 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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