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현장리포트] 증인 VS 검찰…증인 “참고인으로 불러 피의자 전환”
[현장리포트] 증인 VS 검찰…증인 “참고인으로 불러 피의자 전환”
  • 조시현
  • 승인 2020.07.05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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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동양대 교수 21차공판...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증인 출석
"檢,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피의자로 전환했다" 검찰 수사 부당성 주장
"형사소송법 148조의 증언거부권 법정문화 정착될 수 있게 해달라" 재판부에 요청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재판에서 출석한 증인들이 검찰, 재판부, 피고인과 대결 양상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들 증인들과 검찰·재판부·피고인 간의 각각의 사연들을 법정 현장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 증인 VS 검찰…증인 “참고인으로 불러 피의자 전환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1차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피의자증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볼 때 통상의 증인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다”며 증언거부사유를 밝혔다.

한 원장은 지난 5월 14일 열린 14차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한 바 있다.

그는 21차공판에서 다시 출석해 형사소송법 상의 증인의 권리에 대해 상세히 진술하며 증언거부사유를 밝혔다.

한 원장은 준비해 온 글을 읽으며 “검찰은 저를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피의자로 전환했다”며 “이런 피의자 증인은 검사의 별건 수사와 기소 위협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소 염려가 있어 증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 원장은 ‘우회’, ‘편법’, ‘모호’, ‘강요’, ‘눈치, ’위축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마치 강의하듯이 발언을 이어가며 검찰 수사와 기소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한 원장은 “검사는 수사가 일단락된 지 반년 이상이 지나도록 불기소처분을 하지 않고, 피의자상태를 유지시키고 있다”며 “그러다가 제 증언거부의사를 알게 된 5월 14일에 처음으로 ‘조 전 장관 딸 사건은 전혀 형사입건 대상이 아니고 공소시효도 지나 문제가 안된다’고 재판부에 밝혔다고 하는데 당사자인 저는 그런 사실을 통지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로서는 저의 피의자 지위를 방치한 채, 오히려 그런 상태를 이용하여 법정에서 제 증언이나 기타 자료를 모아 증거자료를 보강하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며 “저는 그런 증거수집방법이 진술거부권을 우회하려는 편법적인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 원장은 “저는 피의자라고 하지만, 대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검사는 피의사실을 특정하지 않은 채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광범위하게 질문했다”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그는 “검사는 수사과정에서 공소시효가 끝난 듯이 보이는 사안조차도 무슨 행사죄니 무슨 업무방해니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언급했다”며 “그러니 저는 참고인조사(피의자조사) 때 받았던 질문을 중심으로 기소우려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위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 원장은 “검찰이 참고인을 손쉽게 피의자로 전환하듯이, 손쉽게 피고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검사의 심기를 거스르면 거듭 검사실로 출석요구, 별건수사, 기소 위협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런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증언한다고 하면 양심에 따른 임의성 있는 증언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며 “이 사건 법정에서도 자신이 피의자인지 끝내 함구한 증인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 불안했을 심정을 조금이라도 짐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정이 그러함에도 본 법정에서 제가 증언을 강요당한다면, 저 같은 피의자증인에게는 법정이 검찰 조사실의 연장처럼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원장의 이같은 비판에 검찰은 “증인이 사실관계를 잘 모르시고 하는 말씀”이라고 항변했다.

지난해 한 원장을 직접 조사했던 검사는 “서울대 인턴십 의혹은 조 전 장관과 한 원장님 사이에 일어난 일인데 두 분이 모두 진술을 거부했다”며 “그런데 저희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란 말이냐”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 증인 VS 재판부…증인 “재판부, 증인의 권리 살펴달라”
한 원장과 재판부는 이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 원장은 법정에 들어서 증인석에 앉으며 “한 말씀 드리겠다”며 발언하려하자 재판장은 “잠시만요, 발언은 재판장이 허가해야 할 수 있다”며 발언을 제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한 원장의 변호인이 증인신문 중 ‘변호인 동석’을 요구한 것에 대해 “관련 법률 조항이 없어 허가할 수 없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어 재차 한 원장이 발언권을 신청하자 재판부는 발언을 허락했다.

한 원장은 재판부를 향해 “피의자증인의 경우, 형사소송법 148조의 증언거부권을 ‘눈치보며 불안하게’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권리행사이자 바람직한 법정문화의 일부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주면 감사하겠다”며 증인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본 법정에서 제가 증언을 강요당한다면, 저 같은 피의자증인에게는 법정이 검찰 조사실의 연장처럼 느낄 수도 있다”며 “때문에 최소한 피의자증인에게는 진술거부권과 상응하는 의미에서의 증언거부의 범위를 인정해주시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 원장의 확고한 증언거부권 행사 입장에 변호인 측은 한 원장의 진술조서 증거 채택에 번의동의했다. 이에 검찰 측은 증인 신청을 취소한다고 밝혔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증인신문 시작 40여분만에 한 원장은 퇴정했다.

한 원장은 2009년 정 교수의 딸, 2013년 정 교수 아들에게 서울대 허위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9월은 참고인, 11월은 피의자 신분이었다. 한 원장은 1차 조사에선 진술을 했지만 2차 조사에선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은 마지막 조사 후 8개월째 한 원장에 대한 최종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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