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기자수첩] ‘모성 찬양’이 “비혼·난임 비하, 육아책임 회피”라는 야당들
[기자수첩] ‘모성 찬양’이 “비혼·난임 비하, 육아책임 회피”라는 야당들
  • 김경탁
  • 승인 2020.07.02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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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우수성’ 말하면 “다문화 비하·외국인 소외”라고 욕할까 무섭네

이낙연 의원이 1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오늘 아침 제가 강연 중 했던 일부 발언이 많은 분들께 고통을 드렸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통감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글이다.

‘그’ 이낙연이 ‘부족함’을 통감할 정도로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는 발언이란 어떤 내용이었을까?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지구촌보건복지포럼이 주최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 재도약의 길’ 강연에서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그 순간”이라며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 못 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든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그는 또한 “중국 중산층 산모들의 로망 중 하나가 서울 강남에서 산후조리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며, “가장 감동적 변화의 순간에 뭔가 대접받으면서, 배려 받으면서 변화를 겪고 싶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산후조리시스템이 새로운 한류로 도약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나온 발언이었다.

이 발언에 대해 미래통합당과 정의당은 야유를 쏟아냈다. 이낙연 의원의 말이 “여성만을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진 존재로 몰고 아버지의 역할은 폄하 축소했고 비혼 난임 부부를 배제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미통당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으로 “한 국가의 총리를 지내신 분의 입장이라기엔 섭섭한 발언”이라며 특히 “산후조리를 욕망이나 로망으로 표현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몰이해여서 더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출산을 하지 않으면 철이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김은혜 대변인은 “비혼하거나 난임 부부에 대해서는 공감도 배려도 없는 차가운 분이었나 다시 보게 된다”면서 “발언에 대한 적절한 해명과 수정이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 의원의 말이 ‘차별적 발언’이고 ‘여성의 삶 외면하는 점잖은 막말’이라면서 “진심어린 사과와 성찰을 촉구한다”고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의 발언을 ‘남자는 엄마 되는 경험을 못 해 철이 들지 않는다’라는 것으로 요약한 조 대변인은 “이런 말이 ‘남자는 철이 없으니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로 이어지는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특히 “출생을 경험한 여성을 우대하는 척하면서 출생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모두 전가하며 아빠로서의 역할, 책임, 경험을 경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또한 출생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난임인 부부 등 다양한 형태의 삶 역시 배제시킨 발언임이 명백하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조혜민 대변인은 ‘가장 감동적인 변화 순간에 대접받으며 배려 받으며 그 변화를 겪고 싶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산후조리를 대접과 배려로 생각했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조 대변인은 산후조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더니, “그러나 여성들은 사회적인 편견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산후조리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들의 삶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점잖은 막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점잖은 막말’이라는 표현은 몇몇 매체가 기사 제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조혜민 대변인의 논평을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다가온 첫 느낌은 ‘???’였다.

굳이 원문을 찾아보지 않고 조 대변인이 인용한 부분만 들어도 ‘저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시비걸기냐’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튿날. 뉴스를 통해 김은혜 대변인도 비슷한 억지성 비판을 내놓았고 결국 이낙연 의원이 사과까지 해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분노에 가까운 짜증이 솟구쳐 올라왔다.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그 순간”이라는 그의 발언은 ‘모성’에 대한 찬양이었다.

모성에 대한 찬양을 듣고, ‘모성 외의 것 전체에 대한 비하 혹은 소외감 부여’라는 식으로 시비걸기를 하는 저런 태도는 이 세상 어떤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찬사를 보낼 수 없게 만든다.

예를 들어, 한민족의 위대함 혹은 대한민국의 우수성에 대해 언급하면 다문화에 대한 비하 혹은 외국인 차별을 조장하는 ‘점잖은 막말’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는 소리 아닌가.

더욱이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 못 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든다”는 농담에 정색해 반응하면서 ‘그럼 애 안낳은 사람은 다 철이 안들었다는 소리냐’고 쏘아붙이는 저런 태도는 그 부박한 정서에 대한 안타까움과 정치권 전체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길 뿐이다.

‘가장 감동적 변화의 순간에 뭔가 대접받으면서, 배려 받으면서 변화를 겪고 싶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에 대한 “여성들은 사회적인 편견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산후조리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시비 역시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그 앞에 먼저 언급된 “중국 중산층 산모들의 로망 중 하나가 서울 강남에서 산후조리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는 말은 대한민국의 산후조리문화가 우수성을 외국에서도 인정받아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서민들이 느끼기에 부담스러운 고액의 이용요금을 지불하더라도 좋은 곳에서 산후조리를 받고 자하는 것이 ‘당연한 욕구’라는 ‘이해’의 표현에 “여성들의 삶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점잖은 막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악다구니치는 야당을 도대체 어찌 대해야한다는 말인가?

...라는 의문에 이낙연 의원은 점잖은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답했다.

“이번 일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제게 깨우침을 주셨다”며 “잘 듣고, 더 가깝게 소통하겠다. 저만의 경험으로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지 경계하며 더 넓게 우리 사회를 보겠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겠다”고 말한 것이다.

다음은 이낙연 의원의 페이스북 사과문 전문.


오늘 아침 제가 강연 중 했던 일부 발언이 많은 분들께 고통을 드렸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통감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그 순간이다.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 못 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든다.”

1982년 어느 날, 한 생명을 낳고 탈진해 누워있던 아내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강연에서 저는 삼십 대 초반에 제가 아버지가 됐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이 말을 꺼냈습니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려는 뜻이 있을 리 없습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놀랍고 위대합니다. 저를 낳은 어머니가 그러셨고, 아내 또한 그랬습니다. 모성의 소중함에 대해 말씀드리며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를 비롯해 세상의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희생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여성만의 몫일 수 없습니다. 부모가 함께 해야 하고, 직장, 마을, 국가가 해야 합니다. 이제 제가 아버지가 되었던 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변했습니다. 아버지들이 육아를 함께하시고, 직장에도 출산육아 휴직제도가 생겼고, 국가의 지원도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또 제가 30대이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삶의 모습과 선택은 다양해졌습니다. 성숙한 사회란 다양해진 선택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라 생각합니다. 정치의 역할은 모든 국민이 자신이 선택한 삶에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제게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잘 듣고, 더 가깝게 소통하겠습니다. 저만의 경험으로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지 경계하며 더 넓게 우리 사회를 보겠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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