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기자수첩] 정경심 재판...오랜 기억과의 고난한 싸움
[기자수첩] 정경심 재판...오랜 기억과의 고난한 싸움
  • 조시현
  • 승인 2020.05.15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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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기소한 '입시비리' 관련 혐의...10년도 넘게 지난 일, 기억에만 의존하는 檢과 증인들
檢이 주장한 '결정적인 증거'는 어디에?
답답해하는 사건 관련자들 입 열다...법원 밖에서 벌어지는 진실 공방 장외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검찰이 결정적인 물증(이른바 스모킹 건)을 제시하지 못하며 법원 밖에서 진실 공방이 오가는 장외전이 펼쳐지고 있다.

 

■ 10년도 넘게 지난 일...기억에만 의존하는 檢과 증인들

검찰이 정 교수를 기소하며 제기한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사실상 10년이 지난 일이라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2일 정 교수의 10차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광훈 공주대 교수는 증언 도중 여러 차례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측이 자료를 제시하자 “자료를 보니 그런 것 같다”고 진술했으나, 변호인 측이 다른 자료를 제시하면 “지금 이 자료를 보니 기억이 난다”며 진술을 뒤집었다.

 

14일 열린 정 교수의 13차공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2012년 동양대 어학교육원 프로그램 참가 학생인 윤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의 일을 진술했다.

 

증인은 검찰 신문에서 “당시 피고인이 증인에게 전화해서 돈이 들어올 테니 쓰지 말고 가지고 있으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는데, 무슨 명목으로 증인 계좌로 보내는지에 대해서 피고인이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주던가요?”라고 묻자 “구체적인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피고인이 증인의 계좌번호를 어떻게 알았나요?”라고 검찰이 묻자 “아마도 외국에 연수나가면서 연수 비용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셨을 것”이라고 증인은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 반대 신문에서 송금 전날 증인이 피고인에게 통장 사본과 신분증 사본을 보낸 메일을 제시하자 “제가 메일을 보낸 것은 맞지만 당시 일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재판 과정에서 뚜렷한 물증이 나오지 않은 채 기억에 의존해 진술이 번복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 사건 당사자들 입 열다

문제는 관련자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것을 마치 ‘없던 일’로 프레임을 만드는 검찰과 언론들이다.

 

그러자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관련자들이 자신들의 SNS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은 장경욱 동양대 교수이다. 장 교수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검찰의 기소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장 교수는 “검찰 기소 내용 중에서 위조라면 설명이 되었어야 할 부분을 소개한다”며 “1. pc의 이동 경위 2. 한글 상장 서식 파일 입수 경위 3. 상장 용지 입수 경위 4. 컬러프린트 아웃 과정” 등을 의문점으로 꼽기도 했다.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도 SNS를 통해 정 교수 재판과 관련된 검찰의 프레임과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백 교수는 13일 자신의 SNS에 “검찰이 조국 교수의 딸 조민 양이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된 사형제 폐지 국제학술대회에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검찰과 언론을 비판했다.

 

그는 “저는 그날 서울대에서의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여 ‘아시아의 맥락에서 본 사형제 관련 국제 규범 동향 (International Death Penalty Norms in Asian Context)’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며 “그날 행사장에서 조민 양을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한영외고에 다닌다는 얘기도 듣고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 준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정 교수 딸 본인이 그곳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또 여러 사람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검찰이 막무가내로 정 교수 딸과 그의 가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고 가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교수와 그 가족의 문제를 둘러싸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검찰의 능력을 회의하게 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법률적 문제는 법률로써 검토하여 판단하고 여론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사법과정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재판이 13차공판까지 진행되면서 당초 검찰이 주장했던 결정적인 물증은 나오지 않은 채, 오히려 검찰의 수사과정의 공정성 논란, 증인에 대한 회유, 불법적 증거 수집 등 문제점만 부각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당시 사건 관련자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하나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원 밖에서 진실을 둘러싼 장외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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