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기자수첩] 정경심 교수 재판...檢·言이 만든 최악의 재판
[기자수첩] 정경심 교수 재판...檢·言이 만든 최악의 재판
  • 조시현
  • 승인 2020.05.04 14: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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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정말 제대로 수사한 것 맞나?...증인들 진술에서 수사 허점 드러나
공소사실과 무관한 쟁점 공방이 오고간 재판...논문 저자 등재는 공소사실과 무관
檢의 주장만 기사화하는 언론

지난달 29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1차공판은 최악의 재판으로 기억될 것이다.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를 참고인으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서 작성을 임의로 했음이 증인의 진술을 통해 밝혀졌고, 증인은 검찰 신문 과정에서 이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며 흥분했으며, 이를 제지하던 재판부도 함께 흥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이날 재판 내내 정 교수 딸의 단국대 의대 실험실 체험 활동 프로그램과는 무관한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놓고 지루한 공방이 오갔다. 그러나 논문 제1저자 등재는 공소장에 기재되지도 않은 비쟁점 사항이다.

공소사실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 증인 신문이 이뤄진 최악의 재판이 펼쳐진 것이다.

■ 檢, 정말 제대로 수사한 것 맞나?
지난해 여름부터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는 정작 재판 과정에서 허점투성이임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열린 정 교수의 7차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동양대 조교 김모 씨는 ““진술서를 처음 써 봐서 양식이나 내용을 잘 몰랐다”며 “옆에서 검사님이 ‘학교에 반납하려다 가지고 있게 된 게 맞죠?’라고 물으면서 그대로 써도 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제가 ‘아’ 다르고 ‘어’ 다른데 그렇게 써도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검사님은 그대로 받아쓰라고 했다”며 “그래서 진술서의 뒷부분은 검사님이 불러 주신대로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저는 ‘강사휴게실에 두었다’라고 썼는데 검사님이 ‘가지고 있었다’라고 쓰라 했다”며 “뒷부분인 ‘학교 측에 바로 반납하여야 했는데 잊고 반납하지 않았다’라고 불러줘 그대로 썼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이번 11차공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장영표 단국대 교수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같은 질문을 대여섯 시간씩 했다”며 “결국 견디다 못해 검찰이 원하는 답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검찰은 제가 ‘당시 정 교수 딸의 학교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여자 목소리 같았다’라고 진술하자 ‘그럼 정경심이네’라며 마치 정 교수가 전화로 논문을 요청한 것처럼 진술서를 작성했다”며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대여섯 시간씩 ‘괴롭힘’이 자행된 것이 두려워 사실과 다른 답을 했다”고 진술했다.

장 교수는 “우리가족 다 합치면 11번 조사를 받았다”며 “몇 번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야간조사도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4번째 검찰 조사 당시 조서 작성 말미에 ‘저희 가족은 모두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노력한 점 평가해달라’고 자필로 작성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이 “검찰이 피의자로 전환하겠다, 구속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 있습니까?”라고 묻자 장 교수는 “노 코멘트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자신들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억지 끼워맞추기식 수사를 했음이 재판 과정에서 증인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빚어낸 촌극이다.

■ 공소사실과 무관한 쟁점 공방이 오고간 재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 교수 재판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주요 혐의는 딸의 입시에 사용하기 위한 체험 활동 확인서를 위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체험 활동 확인서 위조 여부보다는 정 교수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에 대해 증인 신문을 이어갔다.

자신들이 제기한 공소 사실과 전혀 관계없는 사안에 대해 재판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재판부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기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10차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광훈 공주대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논문은 논문이 아니라 포스터”라며 “논문 초록에는 실험에 도움을 주는 어부들도 등재하기도 한다”고 검찰의 주장을 일축했다.

11차공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정 교수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놓고 장시간 공방이 오갔다.

그러나 논문 제1저자 등재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이 아니다. 이 쟁점에 대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최악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 檢의 주장만 기사화하는 언론
그러나 재판이 끝난 후 각종 포털에는 검찰의 주장만을 기사화한 제목의 보도가 도배되고 있다.

11차공판이 끝난 후도 예외는 아니였다. 이날 오후부터 포털 뉴스 메인 화면에는 ‘조국 딸, 논문 1저자 등재 기여도 없다’ 등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로 도배됐다.

증인의 ‘검찰 수사 부당함 폭로’에 대해 기사화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언론은 철저히 검찰의 편에 섰다.

재판에서 검찰의 허점을 찌르는 증인들의 진술이 나와도 언론들은 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오로지 검찰의 입에 의존한 기사들만 쏟아내고 있다.

재판의 전 과정에 대해 기사화하지 않는 언론들이 있는 한, 이 재판은 최악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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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퓨터 2020-05-04 20:00:34
재판내용 끝까지 취재해 보도해줘 감사합니다.
언론의 일방적 검찰편들기가 검언 유착의 전형으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