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기자수첩] 검찰의 자백···'선택적 수사'
[기자수첩] 검찰의 자백···'선택적 수사'
  • 조시현
  • 승인 2020.04.28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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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동 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경심 교수에 대해 선택적 증거 제시
정 교수의 아이폰은 잠금 장치 풀어...이재명 경기지사의 아이폰은 왜?
증거인멸 및 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조사 받은 적 없어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에게 유리한 증거만 내놓은 모습을 보여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27일 조범동 씨에 대한 14차공판을 열어 정경심 교수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검찰 측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증인의 개인 메모나 가족들과 주고 받은 사적 문자메시지 중 검찰 측에 유리한 증거만 제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이날 공판은 조범동 씨에 대한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증인으로 출석한 정 교수에 대한 신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사실상 정 교수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결국 검찰 측은 이날 증인 신문을 통해 검찰 측이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인물이 조범동이 아님을 스스로 보여준 셈이 됐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또 다시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검찰 측이 보여준 그 민낯을 다같이 들여다 보자.

■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 사는 것’이라는 문자가 범죄 의도?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2017년 7월 증인이 증인의 동생에게 보낸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 사는 것’이라고 문자메시지를 제시했다. 앞서 검찰 측은 정 교수의 재판에서 이 문자메시지를 제시하며 “조범동 씨에게 투자 설명을 들은 뒤 수백억 대 강남 건물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남편이 민정수석에 취임한 후 백지 신탁 의무를 지키지 않으려는 범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증인은 “검찰이 지난번 저의 재판에서도 이 문자를 제시해 마치 저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또 검찰 측은 증인과 피고인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제시하며 “증인이 피고인에게 준 돈은 단순한 대여금이 아니라 투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이 제시한 2017년 2월 23일 카카오톡 대화에는 ‘투자금 영수증을 각각 발행해달라’고 증인이 피고인에게 요청하는 문자였다. 검찰 측은 “분명히 ‘투자’라고 돼 있기 때문에 피고인과 증인이 주장하는 ‘대여’와 거리가 멀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측이 제시 자료 바로 위에는 2월 21일자 카카오톡 대화가 있었는데 ‘대출자 및 이번 투자하실 명의자 내역을 주시면 대여 계약서를 작성하고 직원이 도장받으러 갈 수 있게 진행하겠습니다’라고 피고인이 증인에게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이 메시지에는 분명히 ‘대여 계약서’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이 대화 내용은 읽지 않은 채, ‘투자’라는 단어가 적힌 대화만 콕 집어 신문했다.

자신들의 논리와 반대되는 증거 자료가 있음에도 이를 철저히 숨기는 모습으로 증인 신문을 진행한 것이다.

검찰이 숨기는 증거가 또 있었다. 이날 공판 말미에 변호인 측은 재판부를 향해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자금의 흐름을 밝혀 줄 수표 추적 결과를 검찰이 증거로 내놓고 있지 않다”고 항의하자 검찰 측은 “아직 다른 사건과 연계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보니 증거 정리가 좀 늦어졌다”고 답했다.

변호인 측은 또 “검찰이 이봉직 익성 회장의 자택에서 발견한 메모도 아직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를 향해 증거 제출 재촉을 요청했다.

검찰 측은 횡령 혐의의 핵심 증거인 수표 추적 결과도 내놓지 못했고, 익성 회자의 자필 메모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또 변호인 측의 반대 신문 과정에서 변호인 측이 제시한 증인의 검찰 조사 피의자 진술조서에는 ‘익성’ 회사의 명칭이 모두 블라인드 처리된 것이 보였다. 이 사건과 깊게 연루된 회사 중 한 곳인데 검찰 측은 회사명을 블라인드 처리해 변호인 측에 열람·등사케 한 것이다.

검찰이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 정 교수의 ‘아이폰’은 풀었다?…그럼 이재명 지사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증인의 핸드폰에서 찾아낸 메모를 신문을 위한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검찰이 제시한 메모에는 코링크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 2가지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최악의 경우에 해당하는 메모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최선의 경우만 콕 집어 신문했다.

이에 증인은 “이것은 지극히 저의 개인적이 메모”라며 “저의 메모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될 거라고 생각되고, 형사법 상 유무죄를 따지는데 사용된다는 것이 참으로 어이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게다가 제 핸드폰은 보안이 철저하기로 알려진 아이폰인데 검찰이 어떻게 풀었는지 모르겠다”며 검찰 측에 항의성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듣는 순간 뇌리 속을 스치는 사건이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이다.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난 후 기소된 이 사건에서 이 지사의 핸드폰(아이폰)이 핵심적인 증거로 떠올랐다. 그러나 검찰은 이 지사의 핸드폰을 압수하고도 잠금 장치를 풀지 못해 핵심적인 증거를 놓쳤다. 그 결과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 씨는 불기소 처분됐다.

누구의 아이폰은 잠금 장치를 너무나도 쉽게 풀어내고, 누군가의 아이폰은 잠금 장치를 풀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검찰에게 아이폰 잠금 장치 해제는 ‘선택적’인가 보다.

■ 조국 전 장관, ‘명예’에만 관심 있는 사람
검찰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증인과 피고인이 나눈 대화 녹취록을 제시했다. 이 녹취록에는 증인이 피고인에게 ‘조범동 씨가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이 잡고 있는 스탠스를 보고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검찰 측은 이 발언이 조 전 장관 역시 조카와 부인의 범죄 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증인은 “남편은 돈에 전혀 관심 없고 굉장히 정직한 사람이고 명예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제가 범동 씨에게 ‘돈은 범동 씨가 벌고, 저희 남편은 명예만 갖게 하자’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 ‘스탠스’라는 것은 집안에서의 위치를 말한다”며 “피고인의 할아버지가 제게는 시댁 큰아버지이신데 제가 시집가서 인사드리러 갔을 때, 남편에게 아끼는 만년필을 주시면서 ‘집안의 기둥이 돼 달라’고 한 기억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은 “조 전 장관이 금전 거래에 초연하게 큰일을 해야 한다는 집안에서의 위치를 이야기한 것 뿐”이라며 “피고인이 제가 맡긴 돈을 성심성의껏 케어해줄 거라고 믿었고 지금도 믿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남편은 돈에 대해 정말 무관심한 사람인데, 한 번은 종합소득세 낼 때 현금이 부족해 남편에게 빌려달라고 했는데 4000만 원을 줘놓고 2000만 원 줬다고 해놨더라”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믿든지 말든지 저희 남편은 돈과 관련된 질문을 평생 하지 않았다”며 “동생 집 살 때 남편 통장에서 빼서 1억 원을 줬는데 나중에 알고 ‘잘했다’고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증인은 “저나 남편이나 항상 타인에게는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고맙다’고 얘기하는 것이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증인이 연말에 피고인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을 두고 증인과 남편이 피고인과 공모한 혐의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선별적 증거 채택이 낳은 코미디의 한 장면이다.

■ 검찰의 실토···이 사건의 최종 목표는 조국 전 장관
이날 공판에서 정 교수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마치 피고인 신문 하듯이 질문 공세를 펼쳤다. 물론 정 교수도 조범동 씨 재판에서 공범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 날은 증인으로 출석했기에 피고인의 혐의 입증에 대한 질문이 이어져야 마땅했다.

그렇지만 검찰 측은 피고인의 혐의 입증을 위한 질문이 아닌, 증인의 혐의 입증과 남편인 조 전 장관의 인지 및 공모에 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결국 검찰 스스로가 피고인이 최종 타켓이 아님을 실토한 것이다. 검찰의 칼날은 피고인이 아닌 증인과 증인의 남편을 향해 있는 것이다.

그간 검찰이 밝혀 온 이 사건 수사에 있어 사법적 목적 이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는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 정 교수 “檢, 증거인멸 및 은닉 혐의에 관해서는 수사도 안 했다”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증인 신문이 끝난 후 재판부는 증인에게 발언할 기회를 줬다. 이에 증인은 각 혐의별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다음은 증인의 발언 전문이다.

- 사모펀드 운용 자금 횡령
저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을 뿐인데 검찰에서 횡령이라고 해서 정말 기가 막혔다. 제가 제 돈을 빌려준건데, 그리고나서 정황에 따라 동생 및 피고인과 이자받는 방식을 정했는데 이것을 검찰은 공모라고 하니 정말 황당했다.

- 주식변경 보고의무자 위반
보고 위반에 대해 제가 보고의무자인가요? 금융 기관에 가서 돈을 맡기면 제가 보고 받는 입장이어야지 제가 어디에 무엇을 보고해야 된다는 것이 황당할 뿐이다.

- 증거인멸 및 은닉 교사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정말 놀랬다. 증거인멸 및 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 한 번도 조사받은 적 없다. 검찰은 저에게 대해 10여 차례도 넘게 조사하면서 증거인멸에 관해 한 번도 안 물어봤다. 제가 어떤 증거를 인멸하라고 시켰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가 없다. 저는 항상 팩트에 기초해 말하라고 얘기해 온 사람이다. 정말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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