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想 印] 미 래통(내통) 합당 선 거의 여왕
[雜想 印] 미 래통(내통) 합당 선 거의 여왕
  • 김경탁
  • 승인 2020.03.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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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옥중서신은 ‘문재인 대 박근혜’로 이번 총선 치르자는 도전장
‘통합당’ 약칭 안 어울리는 그 당을 ‘내통당’으로 부르고자 하는 이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미래통합당(이하 내통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치라는 교지(敎旨)를 내렸다.

정치역정 내내 ‘미래’라는 단어에 천착했으나 정작 정권을 잡은 시기에는 과거로 역사 거스르기에 온 힘을 쏟다가 결국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대통령이 된 그를 지지자 집단에서는 이런저런 ‘여왕’에 자주 비유해왔으니 ‘교지’가 적합한 표현이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 교지의 요지는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는 문장에 담겼다.

이번 총선을 ‘문재인 대 박근혜’로 치르자는 도전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대리인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4일 그의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서 자신의 향후 행보를 박 전 대통령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힌 유 변호사는 이튿날 내통당의 비례대표 추수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공천신청서를 제출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자신의 향후 행보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자신의 향후 행보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옥중서신에 담긴 메시지의 의미와 그 파장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맥락상 핵심 수신자인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을 대표한다고 서로 자임해온 자유공화당(조원진의 우리공화당+김문수·전광훈의 자유통일당+서청원, 이하 자공당)과 친박신당(홍문종 주도 창당작업중+이규택)은 서신 발표 직후 발 빠르게 입장을 냈다.

이전까지 내통당과 독자행보를 걸으면서 자신만만해있었던 이들은 서신에 언급된 ‘거대야당’인 내통당 측에 지금 진행중인 공천 작업을 중단하고 성의 있는 보수대통합을 위한 해법을 내놓으라 요구했다.
반면 내통당 측은 통합이든 연대든 좋으니 지분요구는 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거대야당’이 지분 논의 없이 통합 혹은 연대를 추진한다는 것은 그 대상인 군소야당들에게 백기투항하라는 의미다. 

서신 발표 시점이 자공당에서 공식 출범 선언과 함께 내통당을 향해 후보단일화를 제안한 바로 다음날이었다는 점에서 내통당의 자신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박근혜 본인이 자신의 이름을 팔아 돈과 세력을 모으던 이들을 팽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유공화당 공식출범과 서청원 의원 합류를 밝히던 기자회견
자유공화당 공식출범과 서청원 의원 합류를 밝히던 기자회견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의 ‘내통당 힘실어주기’로 인해 그 존재의미와 활동 동력을 상당부분 잃게 된 자공당과 친박신당이 백기투항을 하든, 아니면 최소한의 지분을 받고 힘을 모으든 상관없이 내통당은 박근혜를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대표성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 대표성이 과연 총선 득표에 득이 될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수첩공주로 불리던 그를 대통령에까지 당선시키면서 ‘거의 여왕’의 반열에 올려준 별명이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국가부도사태가 와도(97대선), 탄핵 역풍이 불어도(04총선), 주가조작 책임자로 의심받는 사람이 후보로 나와도(07대선), 세월호 참사가 터져도(14지선), 메르스 방역에 실패해도(15보선) 그가 속한 정당에 승리를 안겨주거나 목숨줄이 끊어지지 않게 살려줬다.

그러나 2016년 총선 패배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아성을 무너뜨렸고, 곧바로 그해 연말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 소추와 이듬해 탄핵 가결로 ‘정치인 박근혜’의 강제은퇴로 귀결되었다.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은 그 유효기간이 완전히 끝난 것이다. 

‘거의 여왕’이 무대 뒤로 사라진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든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대한애국당 등 여러조각으로 쪼개졌으며, 그 잔존세력들은 박근혜가 없는 상태에서 두 번의 전국단위 선거를 치러서 대참패를 기록했다. 

2017년 대선은 헌정사상 최대 득표차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고, 2018년 지방선거는 민선자치도입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장을 석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2020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잔존세력들이 다시 하나로 집결되기 시작하고 특히 당명에 ‘미래’라는 키워드를 집어넣은 것은 의도된 것인지 무의식적인 것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박근혜 컴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은 2002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해 6개월간 운영한 바 있고, 그 지지세력은 2010년에 ‘미래희망연대’와 ‘미래연대’라는 두 개의 당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본인이 다시 대선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을 만들더니 2013년 집권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부처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미래’라는 단어에 천착했던 그가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당명에 애정을 느끼고 있을 것임은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누가 뭐라해도 ‘내 당’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자신을 위해 싸운다고 외쳐왔던 세력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내통당에게 ‘박근혜가 함께 하는 정당’이라는 대표성은 ‘독이 든 성배’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 당사자라는 과거와 박근혜 탄핵 과정에 있었던 자기들끼리의 분열상을 모두 덮어두고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정당’으로 설정했던 포장지가 벗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9일 창당을 선언했다가 며칠 지나지 않은 같은달 15일 유사 청년정당들인 젊은오름, 젊은보수 등과 함께 내통당 합류를 선언했던 브랜드뉴파티(약칭 뉴파티)의 조성은 대표는 5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깊은 우려를 밝혔다.

“편지에 대한 내통당 구성원들의 산발적 메시지는 중도와 청년으로 상징되었던 저와 뉴파티를 선택의 기로에 세운다”고 말한 조 대표는 “서신은 그를 지지하고 연민하던 시민들을 호도해 나쁜 선동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완곡한 경고”라며 “내통당은 오판말라”고 경고했다

조 대표는 특히 “그분(박근혜)께서 모든 컷오프 소식과 창당소식을 알고서 서신을 작성했으며,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결정과 혁신을 완곡하지만 단호하게 지지한다고 이해한다”면서 “대중들과 멀어지는 극단적이고 고립된 바보 같은 선택을 하면 안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부연] 그 당을 '내통당'이라고 부르는 이유

미래통합당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 공식 약칭은 ‘통합당’이다.

역대 많은 통합당들이 있었지만 과문한 탓인지 공식약칭을 통합당으로 선정한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통합이라는 단어에는 아무런 이념적 가치가 담겨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2017년 3월에 창당해 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래당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미래통합당(2020.2.18)과 미래한국당(2020.2.13)의 당명사용을 승인했다.

사쿠라핑크를 당색으로 선택한 미래통합당
사쿠라핑크(?)를 당색으로 선택한 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보다 며칠 앞서 열린 미래한국당 창당대회에서는 미래당 오태양 대표의 항의를 푝력으로 저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래통합당보다 며칠 앞서 열린 미래한국당 창당대회에서는 미래당 오태양 대표의 항의를 푝력으로 저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3개 정당이 통합해서 현재 원내 3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민생당이 처음 사용하려고 했던 당명인 ‘민주통합당’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기존에 있는 당명과 유사하다며 사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중앙선관위가 예로 든 유사당명은 ‘통합민주당(공식약칭 통민주당, 2016년 5월 등록)’이었다.

하지만, 원외정당이면서 ㄱㄴㄷ 순에서도 뒤로 밀려서 비례대표 투표용지의 한참 아래에 있을 통민주당보다는 원내정당이자 상위순번으로 민생당 주변에 위치할 수 있는 미래통합당 혹은 미래한국당을 배려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통합민주당이 있어서 민주통합당은 안되는데, 그 통합민주당도 있고 미래당도 있는데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은 써도 된다는 중앙선관위가 미래통합당에 몸담은 세력들과 ‘내통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사례는 이전에도 너무나 많다.(그래서 별명도 선거방해위원회이다)

미래통합당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가히 ‘내통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익보다 일본이나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국가 기밀을 빼돌려 넘기리는가 하면, 국내선거를 앞두고 북한에 휴전선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돈봉투를 내밀면서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했다는 폭로 등 국제단위의 내통스캔들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재벌기업들로부터 삥을 뜯고 그 대가로 국가정책을 해당 재벌기업들에게 유리하게 뒤집은 사례가 부지기수이고, 얼마전에는 검찰과 내통해 수사정보를 빼돌려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만희 신천지 교주가 박근혜 시계 말고 문재인 시계를 차고 나왔다면 국내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했을까?
이만희 신천지 교주가 박근혜 시계 말고 문재인 시계를 차고 나왔다면 국내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했을까?

최근에는 신천지교단과 내통했다는 의혹이 이만희 교주의 ‘박근혜 시계’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과거 십자가알바단(십알단) 스캔들을 통해 그들이 특정 보수개신교 교단과 내통해 정치적 훌리건으로 활용했다는 것은 이미 사실로 드러난 일이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이 정당이 지금까지 보여온 정치활동은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것이 훨씬 많고 오히려 국민분열을 꾀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공식 약칭이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 글에서는 미래통합당을 공식약칭인 통합당이 아닌 내통당으로 불렀다.

신천지 건물 로고와 비슷하게 생긴 미래통합당 로고. 래통당 로고 제막은 간단한 포토샵으로 가능했다.
신천지 건물 로고와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알려진 미래통합당 로고. 래통당 로고 제막은 간단한 포토샵 조작 몇번으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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