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천둥·번개 겪은 어르신들, 석양이라도 따뜻하도록"
이낙연 "천둥·번개 겪은 어르신들, 석양이라도 따뜻하도록"
  • 뉴스팀
  • 승인 2020.02.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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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하루 24시간을 상상해 보세요. 아침에 눈을 뜨니 비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그치려나 했더니 천둥·번개가 칩니다. 오늘 하루 복잡하겠구나 했는데 늦은 오후에 아주 곱게 석양이 비치고, 그리고 밤 되니 조용해집니다. 그럼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 때 오늘 괜찮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생애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6일 오전 10시께 6평 남짓한 서울 종로구 보훈회관 회의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쳐 희생한 어르신들의 인생을 이렇게 위로했다.

전쟁과 가난을 이겨내고 산업화를 이룩한 세대가 이제 인생의 황혼기를 맞았다. 이들의 복지와 행복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었다.

복지재정과 보훈 정책은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현실에서 보훈가족들이 느끼는 아쉬움은 여전히 컸다. 김영곤 종로 보훈단체 협의회장 등 함께 둘러앉은 보훈회관 관계자들은 이 전 총리에게 애로사항을 쏟아 냈다.

한국전쟁 당시 간호장교였던 박옥선 6·25 참전 유공자회 종로구지회장은 "미망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저희가 언제 갈지도 모르는데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엽제 피해자는 100% 환자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 장애인이 된 셈이니 도와야 한다"고 부탁했다.

이 전 총리는 "정책 과제에 지원 확대 방안을 넣겠다. 정부에 몸담고 지자체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일을 충분히 못 했으니 이런 말을 듣는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정부에선 그런 분야를 많이 늘리는데, 또 너무 많이 늘린다고 야단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데 세금은 이런 데 써야 값진 것"이라며 위로했다.

보훈단체 관계자들의 진지한 호소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자 이 전 총리는 "제가 이 근처 대학교에 다녔다. 근처 맥줏집 사장님 중매로 제가 장가를 갔다"면서 운을 띄웠다. 당시 이 전 총리의 모교인 서울대 법대는 대학로 근방에 있었다.

그러자 한 관계자가 "솔직히 총리님한테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사모님(부인 김숙희 여사)을 보고 홀딱 반했다. 사모님 때문에 잘 되실 것 같다"면서 농담을 던졌다. 금세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 이 전 총리는 "성격은 좋다. 그래서 제가 결혼했다"고 크게 웃었다.

보훈회관 면담을 마친 후 길 건너 종로구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은 이 전 총리는 이곳에서도 '사모님' 칭찬부터 들어야 했다. 이 전 총리 부인은 총리 재임 시절 당시 공관 근처 복지관 등을 자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장인 정관스님은 "작년에 복지관에서 사모님과 장을 담갔고, 잘 안다. 여기 사람들 다 좋아한다"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저희 아내가 더 많은 심부름을 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휴관 중이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없었으나, 목욕탕부터 컴퓨터 시설, 물리치료실 등 여러 복지 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이 전 총리도 잘 관리된 시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07년 지어진 복지관은 만 60세 이상 종로구 구민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해외에도 대표적인 노인 복지 성공 사례로 소개된다.

특히 이 전 총리의 눈길을 끈 것은 '장독대'였다. 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간장, 된장 등을 담가 판매하고 있었다. 이 전 총리는 여기서 보리막장과 간장 등 3만9000원어치를 샀다. 야외 장독대를 하나씩 둘러보곤 송병두 운영위원장에에게 "참 위생적이다"라면서 놀라워 했다.

그는 "잘 운영해주셔서 고맙다. 도지사 때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신다"며 "전국 노인복지관을 리드할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 문화'를 선택한 것은 깜짝 놀랐다. 장의 매력은 요리법대로 되지 않고 손맛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은 신체적, 사회적, 경제적 고통과 고독이라는 어려움이 있다. 이 어려움을 덜어드려야 한다"며 과거 전남지사 시절 추진한 농어촌 공중목욕탕 정책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복지관 직원들에게 "어르신들이 성장할 적에 우리나라는 몹시 배고픈 시대였고, 전쟁의 보릿고개를 넘어서고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인생에 풍파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어르신들이 석양이라도 따뜻하게 맞도록 도와주시는 분들이 여러분이다. 행복하고 중요한 일을 하신다"고 격려했다.

1시간 넘게 복지관을 둘러본 이 전 총리는 복지관 내 식당에서 우렁이강된장 비빔밥으로 점심을 서둘러 마친 후 KTX 출발 20여 분을 남기고 급하게 근처 역으로 이동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광주광역시의 천주교광주대교구청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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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현 2020-02-06 20:55:22
존경하는 이낙연 전총리님..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어르신들의 희생 덕분입니다.
어르신들께 아낌없는 후손이 되고 싶습니다.
정부에서 잘 하고있고, 또 그 과정을 알아주시는 당신이 있어서 더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