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원의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 기대한다
[기자수첩] 법원의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 기대한다
  • 조시현
  • 승인 2020.01.2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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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 재판
여론과 정치적 논리가 아닌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주길 새 해 소망으로 빌어본다

정치인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계속 미뤄지면서 법원이 법리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법원 선고,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 연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보석 심사 보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차기 대권 후보에 꼽히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여론과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것은 이 지사의 대법원 선고이다. 선거법 속행 원칙에 따라 지난해 9월 6일 항소심 선고 이후 3개월 이내인 지난해 12월 5일 대법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 달여를 훌쩍 넘겨 해가 바뀌어도 선고일은 지정되지 않고 있다.

김 지사에 대한 선고도 계속 미뤄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4일을 선고 기일로 지정했었다. 그러나 선고 기일을 앞두고 돌연 1월 21일로 연기했다.

이후 재판부는 21일을 하루 앞둔 20일에 변론 재개를 선언하며 선고 기일을 늦춘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잠정적인 결론을 바탕으로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통한 댓글순위 조작활동에 대한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우리 사건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들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 추가 심리를 더 하지 않고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쟁점에 관한 사실관계가 명확히 정리돼야 김 지사에게 억울함이 없고, 그 책임에 더 부합하는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특검이나 국민 입장에서도 김 지사의 관여 정도에 대한 정확한 실체 파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사건을 재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소 의외의 재판부 설명이라 약간 당혹스럽다”며 “지금 재판부는 킹크랩 시연을 김 지사가 봤다고 잠정 판단하는 것 같은데 변호인들 생각과 굉장히 다르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15차 공판은 오는 3월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같은 재판부의 결정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여론과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 전 장관의 경우는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부터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 과도한 수사 인력 투입과 상식을 벗어난 법 적용, 그리고 그에 따른 무리한 기소까지.

이후 조 전 장관의 부인 정 교수의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비상식적인 일이 계속 일어났다.

형사 재판에서는 초유의 일인 공판준비기일만 5번 진행됐고, 그 중 5차공판준비기일은 심지어 비공개로 진행됐다.

22일 열린 정 교수의 1차공판에서 재판부는 “1차 공소장에는 직인 날인이라는 행위가 적시돼 있지만, 2차 공소장에는 그렇지 않다”며 두 공소장의 동일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이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해 의견서를 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을 뿐이다.

이같은 재판 진행에 대해 한 대형 로펌의 C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2월 초에 있을 검찰 인사, 2월 중순에 있을 법원 인사를 염두에 두고 시간 끌기 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변호사 L 씨도 “조 전 장관 가족의 재판은 재판에 넘겨진 것부터가 코미디”라며 “10여년 전 당시 제도에 따라 진학한 게 문제라면 그 당시 대학 입학, 대학원 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해서 비슷한 사례들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지사, 김 지사, 조 전 장관 가족 재판 모두 검찰이나 법원은 판단함에 있어 여론과 정치적 분위기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찬반이 워낙 거센 문제라 더욱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법원이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소신껏 법리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 로펌의 K 변호사는 “원래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검찰개혁 바람에 검찰이 위축된 것을 본 법원은 그 다음 타켓이 자신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움츠려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인사이동 시기와 맞물려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다음 재판부에게 미뤄야겠다는 심리가 발동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그동안 법원이 이러한 모습을 여러 번 보여 왔다.

힘있는 대기업 재판이나 정치인 재판의 경우 시간을 끌며 여론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법원은 중요한 사건일수록 여론과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법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경자년에는 그렇게 되길 새 해 소망처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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