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파서 부를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쓰지 마세요"
"마음 아파서 부를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쓰지 마세요"
  • 뉴스팀
  • 승인 2019.11.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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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문앞에서 좌초된 '민식·하준이법'…엄마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자한당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법안 처리 무기한 연기
어린이교통사고피해자 가족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본회의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왜 우리 민식이가 그들의 협상카드가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불러 주고 싶어도 마음 아파서 부를 수 없는 우리 아이들…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절대 쓰지 마세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9살 아들 김민식군을 잃은 '민식 엄마' 박초희씨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고(故) 김민식군의 이름을 본뜬 '민식이법'은 스쿨존의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힌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스쿨존 안전을 강조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민식이법'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법안의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

그러다 이날 한국당은 돌연 본회의 모든 안건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했다. '민식이법' 처리는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이날 '민식이법'과 함께 법사위를 통과한 '하준이법'도 마찬가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개의해서 제일 먼저 민식이법을 통과시킨 다음에 한국당이 신청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에 박씨와 함께 이날 기자회견장에 선 '하준 엄마' 고유미씨는 "세상에 돈과 자식의 안전을 저울질하는 부모 없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이 부모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나 원내대표가 사실을 말해줬다. 저희 애들의 목숨을 거래하고 싶다고…정말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는 누가 하고 계신지 얼굴 좀 보시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민식·하준이법은 그나마 상황이 한결 나은 편이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본뜬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등은 본회의에 이르지 못한 채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태호·해인이 부모들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식이법을 포함한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 통과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들은 눈물을 참으려는 듯 가끔씩 고개를 돌리거나 큰 숨을 내쉬기도 했다.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거론할 때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지만 저는 5개월 임산부입니다. 이 아이를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키우라고 하는 겁니까…나 원내대표님 말씀에 '민식 맘'이 많이 울고 있어요. 정말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태호 엄마 이소현씨)

"민식이법 하나 해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다른 이유도 아니고…너무 하시는 거 같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입니까."(태호 아빠 김장회씨)

"매일 잠도 세시간 쪽잠자며 정말 비굴하게 무릎까지 꿇으며 힘들게 온 자리입니다. 본인들 손주와 손녀 일이었다면 이렇게 했을까요…저희 아이들 이름만 들어도 먹먹해서 눈물이 나는데 왜 저희가 발로 뛰고 호소하고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건지, 도대체 얼마나 저희를 더 비참하게 만드실 건가요."(해인 엄마 고은미씨)

"선거 때가 되면 표 받으려고 국민에 굽실거리고 지금은 국민이 무릎을 꿇어야 되고, 도저히 이런 상황이 이해가 안되고요. 나 원내대표는 분명히 말해야한다고 우리 모두 생각합니다. 끝까지 기다리겠습니다."(해인 아빠 이은철씨)

 

 

2019.11.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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