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칼럼] ‘정경심 공소장’에 592회 등장하는 진 주인공의 정체
[박지훈 칼럼] ‘정경심 공소장’에 592회 등장하는 진 주인공의 정체
  • 박지훈
  • 승인 2019.11.1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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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전문가 ‘야○○’씨의 범죄행위 나열만 35페이지로 절반 가까워
정작 ‘피고인’으로 지칭된 정경심 교수는 135회 밖에 언급되지 않아
동생 정모씨의 4천만원 입금 외에 정 교수와 연결고리는 ‘페친’ 뿐
이름은커녕 성씨조차 알려져 있지 않으며 기소 전망 역시 전혀 없어

정경심 교수 공소장 분석을 이어가보자. 이번엔 이번에 공소장에 새로 추가한 ‘선물전문가 모씨’에 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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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 교수 공소장에서의 언급 횟수로 보면 11차례 등장하는 조국 전 장관보다 정 교수 동생은 221번이나 등장해 압도적이고, ‘선물전문가 모씨’는 물경 592회나 등장한다고 썼다.

공소장 전체 79페이지에서 이 선물전문가 모씨의 ‘범죄행위’만 나열한 페이지가 무려 35페이지나 된다. 심지어, ‘피고인’으로 지칭된 정 교수는 135회 등장하는데 ‘야○○’씨는 무려 592회나 등장한다. 오직 이 사람의 이름만이 등장하는 페이지 수가 공소장 전체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35페이지다.
(이하 선물전문가 모씨를 야○○씨로 호칭한다. 공개된 공소장에서 검찰이 익명 처리하면서 ‘야○○’로 지칭했다. 좀 특이하게 들리겠지만 각 인물들에 단지 가나다 순으로 별명을 붙였을 뿐이다)

이쯤 되면 정 교수에 대한 공소장인지 ‘야○○’씨에 대한 공소장인지조차 매우 혼란스럽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이 새로 ‘캐스팅’한 ‘야○○’씨는 이름은커녕 성씨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기소 전망도 역시 전혀 없다.


더 어이없는 것은, 검찰이 주장하는 이 ‘야○○’씨와 정교수의 관계다. 공소장 본문에서 검찰은 그 관계를 “2019. 4.경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어 주식 및 선물투자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던” 사이라고만 주장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정도 아는 사이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다. 단지 페친일 수도, 페이지에 좋아요를 했을 뿐일 수도 있다.

정경심 교수와 선물전문가 모씨에 대해 검찰이 설명한 관계는 “2019. 4.경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어 주식 및 선물투자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던” 사이라는 것이 유일하다.
정경심 교수와 선물전문가 모씨에 대해 검찰이 설명한 관계는 “2019. 4.경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어 주식 및 선물투자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던” 사이라는 것이 유일하다.

한편으로, 검찰은 79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에서 47페이지를 차지하는 ‘범죄일람표’에서 35페이지나 할애해서 야○○씨 관련의 범죄사실을 상세히 나열했는데(나머지는 동생 정모씨), 그 내용들 절대다수는 야○○씨 계좌가 선물 상품을 매수, 매도한 내용뿐이다.

그런데 검찰이 그 시발점으로 콕 찍은 지점이 바로 정 교수 동생 정모씨가 야○○씨 계좌로 4천만원을 입금한 2019년 4월 23일이다. 여기서 검찰이 주목하는 ‘정 교수의 혐의점’이 나타나는데, 같은 날 정 교수가 동생 정모씨에게 6천만원을 입금해준 것이다.

물론 정 교수가 동생 정모씨에게 6천만원을 입금하고 같은 날 정모씨가 야○○씨에게 4천만원을 입금한 것을 가지고 정 교수의 차명투자를 의심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그런데 딱 의심까지다. 앞서 썼다시피, 정 교수와 야○○씨의 관계는 페이스북에서 아는 사이라는 것뿐이다.

정작 야○○씨와 직접 입금 관계가 있는 동생 정모씨가 페이스북에서 야○○씨를 아는 사이인지에 대해선 전혀 나타나있지 않다. 즉, 정 교수 외에 동생 정모씨도 야○○씨와 지인 관계이고, 또 야○○씨에게 돈을 맡겼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검찰은 정모씨의 돈을 입금받은 야○○씨 계좌에서 선물 거래가 수백차례 이어진 것이 정 교수가 야○○씨의 계좌를 이용, 차명으로 선물 거래를 한 것이라고 단언했는데, 그게 그대로 사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선물 거래는 일반 주식 거래와 달리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해서, 일반인이 쉽게 건드리는 영역이 아니다.

특히 이 계좌의 거래 내역을 보면 많게는 하루에만도 수십차례나 매수, 매도를 반복하는 것을 봤을 때 별도 직업이 있는 사람이 아닌 전업투자자의 행태다. 정 교수는 물론 동생 정모씨도 어림없는 일이다. 두 사람 다 생업이 있는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자산가들의 경우 별도의 선물 전문가에게 자산을 맡기고 운용을 의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예전에 잘 알았던 한 자산가가 그러는 사례들도 본 적이 있고, 당시 운용 의뢰를 받았던 선물 전문가와도 상당히 친분이 생겨 그런 상황을 소상하게 들었다.

따라서 정 교수든 정 교수 동생이든, 이 선물전문가 야○○씨의 계좌는 야○○씨 본인이 직접 운용했다고 보는 것이 매우 상식적이다. 정 교수가 선물전문가 야○○씨의 계좌를 빌려 차명으로 거래했다는 것은 너무 억지스러운 주장인 것이다. 또 계좌 입금 거래 내역을 보자면, 정 교수보다는 정 교수 동생 정모씨가 직접적인 의뢰자로 보인다.

예를 들어 내가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 명의의 계좌로 수천만원을 입금했다 치자. 그게 내가 워렌 버핏의 계좌를 차명으로 운용했다는 증거가 되는가? 그야말로 지나가던 개도 웃을 택도 없는 소리다. 내가 워렌 버핏에게 수천만원을 송금했다면, 그건 내가 워렌 버핏에게 그 돈의 운용을 맡겼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물론 동생 정모씨가 야○○씨에게 4천만원을 송금하던 날 정 교수가 동생에게 6천만원을 송금하기는 했지만, 전에도 썼던 비유대로, 단지 그 입금 관계만 가지고 차명이라고 의심을 하자면, 이런 식의 억지도 가능해진다.

내가 치킨집을 차리기 위해 은행에서 6천만원을 대출받고, 그중 4천만원을 가게 보증금을 냈다. 그러면 그 가게는 신한은행의 차명 소유인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따라서 이런 2단계 입금 사실을 갖고 공소장에 혐의를 명시하려면, 이런 정도의 ‘뇌피셜’로는 택도 없다. 야○○씨가 정 교수에게 자금 운용 상황을 보고했다든지, 운용수익 혹은 원금 일부라도 다시 정교수에게 흘러들어갔어야 말이 된다.

하지만 검찰이 공소장에서 야○○씨가 운용한 것이 아닌 정 교수가 타인 계좌로 운용했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야○○씨와 정 교수가 자금 운용에 대해 논의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또 선물 운용한 계좌 내역을 보면 야○○씨가 선물계좌와 일반종합투자계좌(둘다 자신 명의) 사이에서 넣었다 뺐다 했을 뿐, 정 교수나 정 교수 동생에게 자금이 이동한 내역이 전혀 없다. 즉 정 교수 동생 정모씨가 최초 4천만원을 입금한 외에는 정 교수와 야○○씨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첨부한 범죄일람표 내용만 봐서는, (정 교수가 아닌) 정모씨가 야○○씨에게 4천만원을 맡기고 운용을 의뢰했거나, 혹은 정모씨가 야○○씨에게 개인적인 채무가 있어 4천만원을 갚았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근거라곤 하나도 없이 야○○씨의 계좌를 정 교수의 차명 계좌라고 적시하는 이유는, 오직 검찰의 수사 및 기소의 목적이 정 교수를 포함한 조 전 장관 가족을 옭아넣으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실질적으로 검찰이 제시한 정 교수와 야○○씨의 관계는 단 두 가지다.

1. 두 사람은 페북에서 아는 사이다.
2. 정교수의 동생이 야○○씨에게 4천만원을 송금한 적이 있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뇌피셜로, 검찰은 공소장 79페이지 중 35페이지를 채워 넣은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신한은행이 내 치킨집을 자기네 은행 소유라고 우길 수 없듯이, 야○○씨의 운용자금 4천만원도 정 교수의 차명이라 주장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상 야○○씨에게 돈을 보낸 것은 정 교수가 아닌 동생 정모씨이고, 이후 계속 야○○씨 계좌에서 운용되고 있을 뿐 정모씨나 정 교수 누구에게도 송금되지도 않았다.

검사님들아, 국민들의 혈세로 봉급 받으면서, 일 이따위로 하실래요? 엉터리 공소장으로 1, 2, 3심에서 연거푸 패하더라도, 청장 하명수사니까 인사상 아무런 불이익이 있을 리 없다 이건가? 국민들이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거 같나?

조선일보 12일자 보도.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동생은 물론 단골 미용실 헤어디자이너와 페이스북 친구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서 금융거래를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 12일자 보도.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동생은 물론 단골 미용실 헤어디자이너와 페이스북 친구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서 금융거래를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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