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칼럼] 검찰이 ‘조국 ATM 보도 쑈’를 하는 이유(1)
[박지훈 칼럼] 검찰이 ‘조국 ATM 보도 쑈’를 하는 이유(1)
  • 박지훈
  • 승인 2019.10.31 12: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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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에서 거의 하루종일 뻗치는 법조기자들이 ‘금융투자업계’를 취재했다고?
검찰의 이체기록 확보는 1달 이상 전…‘극적 효과’ 빼면 “남편이 아내에 송금”
돈의 ‘출구’는 언급조차 않는 검찰, 생 팥알 1개 놓고 ‘찐빵 도둑’ 몰이하는 격
중앙일보가 ‘靑 경내’ 고집하는 이유 & ‘ATM 송금’ 사실이라면 예상되는 이유
JTBC뉴스룸 25일 보도 [WFM 주식 매입 직전 '조국 계좌'서 5천만원 송금…검찰 '추적']
JTBC뉴스룸 25일 보도 [WFM 주식 매입 직전 '조국 계좌'서 5천만원 송금…검찰 '추적']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WFM주식 12만 주를 사기 직전, 조국 전 장관 계좌에서 정경심 교수 계좌로 5000만 원이 송금된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돈을 보낼 때 청와대 근처 ATM기를 사용한 걸로 파악했는데, 누가 왜 송금을 했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지난 25일 저녁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조국 ATM’ 보도의 시작이다. 이 이슈에 대해서는, 내용에 대한 반박보다 먼저 언론 보도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어왔는지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ATM 보도에는 좀 긴 히스토리가 있다.


■ 보도의 시작과 전개

사실 ‘ATM’ 언급을 제외하면 이 ‘조국 수천만원’ 보도는 원래 정 교수의 영장실질심사가 있던 지난 23일 SBS가 단독보도했던 내용에서 출발한다.

SBS 23일 보도 - [단독] WFM 주식 매입 자금 일부, 조국 계좌서 이체 정황
SBS 23일 보도 - [단독] WFM 주식 매입 자금 일부, 조국 계좌서 이체 정황

특히 정경심 교수 측이 주식을 매입한 날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의 계좌에서 정 교수 측으로 돈이 이체된 정황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보도의 ‘주요사실’ 전달과 별개로 이런 묘한 사족이 붙어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계좌를 관리하며 스스로 돈을 이체한 것인지, 아니면 조 전 장관이 부인의 요청을 받고 자금을 보내준 것인지 확인할 방침입니다

이건 사회부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후 수사방향’ 언급이지만, 통상 언론들의 사회부 사건 보도에서 이런 언급은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수사할 방침입니다’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이틀 후에 위의 JTBC 보도로 ‘실현’이 됐기 때문이다. 최초 SBS 보도에선 ‘송금을 한 주체가 정 교수인지 조 전 장관인지 수사할 방침이다’였는데, 불과 이틀 후에 ‘청와대 인근’ ATM에서 송금했다는 JTBC 보도가 나왔다.

마치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사실상 조 전 장관을 지목한 것이다. 그럼 이 ‘ATM’ 정보는, 검찰이 정말 그 짧은 이틀 사이에 파악한 것일까.


■ 법조팀 기자가 ‘금융투자업계’를 취재했다?

그건 좀 있다 살펴보기로 하고, 조금 더 최근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이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보도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경향신문의 28일 보도들이다.

[조선] "청와대 인근 ATM기로 5000만원 송금"...조국, 증거 앞에 무너질까

28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 전 장관이 작년 1월 청와대 인근 ATM에서 5000만원을 송금한 정황을 포착, ‘조국펀드’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조국, WFM 주가 뛸 때 청와대 근처 ATM기로 5000만원 송금"

이날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 전 장관이 2018년 1월 청와대 근처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5000만원을 송금한 기록을 입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향] 정경심, WFM 주식 매입 전 ATM기로 조국 계좌 돈 5000만원 받아

2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2018년 1월쯤 조 전 장관 계좌에서 5000만원이 정 교수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에는 청와대 인근 ATM이 사용됐다

보다시피, 보도의 주된 내용 자체는 거의 동일하면서도, 정보의 ‘출처’가 모두 다 다르다. (앞선 SBS와 JTBC 보도에선 출처가 아예 없었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 ‘업계 등’, ‘사정당국’이 출처라는 것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언론사들이 같은 날,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있으니 실제로 이 정보의 출처가 서로 다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경향의 ‘사정당국’ 언급에서 보다시피 이 출처는 검찰로 보이는데, 그걸 ‘업계와 법조계’로 숨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일관성’은 중앙의 후속보도들에서도 보인다.

오직 경향만 튀어서 ‘사정당국’으로 밝혔을 뿐, 누군가 언론사에 정보 출처를 ‘업계와 법조계’로 통일하도록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는 검찰 자신이 출처이면서 기자들에게 출처를 거짓으로 꾸며 보도하도록 ‘지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앙일보의 29일, 30일 후속 기사들을 보면 같은 기자인데도 갑자기 출처에 ‘법조계’가 추가되었다. ‘업계와 법조계’를 출처로 밝힌 조선일보와 보조를 딱 맞춘 것이다.

조국 5000만원 송금 미스터리···靑 내부 ATM에서 무슨 일이

조국 줄어든 예금 5361만원, 청와대엔 그 은행 ATM만 있다

검찰이 출처라는 것은, 이 기사들을 쓴 기자들을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 기자들의 과거 기사들을 보면 이들은 모두 법조팀 기자다. 검찰청에서 거의 하루종일 뻗치는 게 주업인 법조팀 기자들이 일제히 금융업계 등 다른 업계를 수소문하며 취재할 것 같은가.


■ 검찰, 한 달 이상 전에 이체기록 확보

중앙일보의 이 후속 보도들에는 또 한 가지 추가된 정보가 있다. 검찰이 송금 방법을 ‘ATM’으로 특정한 경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것이 최근 수사로 밝혀진 것이 아니다. ‘9월 23일 자택 정 교수 계좌 압수수색을 통해서’ 알아냈다는 것이다.

즉 검찰은 한 달도 넘은 이전부터 이 이체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조 전 장관 이체 사실을 흘린 최초의 10월 23일 SBS 보도에서, ‘이체한 주체가 정 교수인지 조 전 장관인지 확인할 방침’이라면서 고의적으로 뭔가 새로운 단서를 찾아 수사하고 있는 양 떠들었다.

게다가, 뒤로 가면 갈수록 더욱 조 전 장관을 옭아넣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 ATM이 사실은 ‘청와대 인근’이 아닌 아예 ‘청와대 경내’에 있어, 일반인은 이용도 못한다느니, 청와대 내의 유일한 ATM이니 하면서 말이다.


■ ‘극적 효과’ 빼고 본 팩트

검찰의 ‘ATM 5000만원, WFM 차명 주식’ 논리를 깨기 위해 좀 먼 길을 돌아왔다.

모든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사건의 본질은 변함이 없어도 뭔가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며 각본대로 순차적으로 정보를 흘리며 스토리를 만들어 가면, 듣는 사람은 화자의 의도대로 오인하기도 쉽고, 확증편향에 빠지기도 더 쉬워진다.

검찰은 이미 9월 23일부터 알고 있었던, 조 장관의 5천만원 이체 내역을 갖고 한 달이나 묵혀뒀다가, 이달 23일에 짐짓 모른 체를 하면서 ‘정경심이냐 조국이냐’ 확인한다며 새로운 수사를 하는 것처럼 자세를 보이고는, 이틀 후부터 ‘알고 보니 조국이네!’ 쑈를 벌인 것이다. 그리고는 조국 본인이 아닐 수 없다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조금씩 흘려대고 있다.

검찰은 왜 이런 쑈를 하는가. 만약 처음부터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에게 이체했다’라고 ‘스트레이트하게’ 밝히고, 그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극적인 효과가 전혀 안 나온다.

남편이 아내에게 수억도 아닌 돈 오천을 송금한 게 무슨 대단한 발견이란 말인가. 하지만 처음에는 조 전 장관 직격을 피하면서 ‘둘 중 한 사람’이 WFM 주식 구입자금 5천을 송금했다, 이렇게 나오면 듣는 사람은 둘 중 누구냐에 관심이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그 뒤의 더 중요한 ‘구체적 사실’은 정작 덜 주목하게 된다.

‘WFM 주식 구입’ 말이다. 이런 말장난에 놀아나느라, 적어도 둘 중 한 사람은 WFM에 차명투자한 것 자체는 사실인 것처럼 오인하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성동격서’ 수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조국 수사 국면에서 검찰은 이와 비슷한 행태를 매우 여러 번 보여 왔는데, 이번 ATM 보도야말로 갈고닦은 언론 조작 수법의 완성본이라고 할 만하다.


그럼 이렇게 검찰이 의도한 ‘극적 효과’를 배제해버리고 다시 이 상황을 바라보자. 사실 관계을 정리하면 이렇다.

1. 남편 조국이 부인 정경심에게 5천만원을 송금했다.
2. 그와 비슷한 시기에 조범동이 지배하던 코링크가 WFM 주식을 장외매수하며 WFM을 인수했다.
3. 뒤이어 조범동은 다시 코링크로부터 WFM 주식 수십만주를 사들였다. (1월 10만주, 4월 12만주)
4. 부인 정경심의 동생 자택에서 얼마전 WFM 실물주식 12만주가 발견됐다.
5. 검찰은 4의 주식이 3의 주식이라고 보고, 실소유주는 1의 정경심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게 현재까지 언론 보도들을 통해 확인된 사실의 전부다. 그나마도, 1번에서는 정말 5천만원이었는지, 정말 ATM으로 9번이나 나눠 굳이 어렵게 이체를 했는지 의심스럽다.


■ 검찰, 돈의 ‘출구’는 언급조차 않는 중

이런 검찰발 주장이 기괴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검찰이 돈의 ‘입구’만 떠들고 있고 정작 중요한 ‘출구’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주장은 정 교수가 차명으로 12억원 어치 주식을 샀다는 것인데, 조 전 장관 계좌에서 송금 받은 5천만원을 포함한 12억원을 누구에게 보냈는지, 그래서 최소한의 추정이라도 어떤 경로로 WFM 주식을 차명 보유하게 됐는지의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야 ‘차명보유’의 주장이 성립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검찰이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반복해서 주장해온, ‘정 교수 WFM 차명투자’의 실제 경로는 지금껏 설명한 적이 없다.

이미 다 설명을 한 듯이, 슬그머니 두루뭉술 넘어가놓고는 엉뚱하게도 그 12억에 비해 1/24에 불과한 5천만원이 조 장관 계좌에서 넘어왔다는 언플만 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주장처럼 조범동 처의 명의로 구입한 주식이라면, 12억은 조범동이나 조범동 처의 계좌로 들어갔을 것 아닌가.

그도 아니라면, 정교수가 12억을 전액 현금으로 찾아 조범동에게 직접 전달했다? 만약 그랬다면 검찰이 ‘12억 인출’ 사실을 벌써 동네방네 떠들어댔을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의 행보를 돌아보라, 그보다 작은 일로도 신나게 떠들어댔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검찰은 이 12억이 어떻게 조범동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 생 팥알 1개 놓고 ‘찐빵 도둑’ 몰이

정리하자면, 이런 검찰발 ‘ATM’ 보도에는 진짜 핵심은 하나도 없고, ‘요령껏’ 떠들기에 따라 의심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 무관한 사실들을 엮어 정교수와 조 전 장관을 범죄자로 몰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앙꼬 없는 찐빵’ 수준도 아니다. 팥알 한 개를 갖고 찐빵이라고 우기는 셈이다.

마침 찐빵 얘기를 꺼냈으니 그대로 단팥 찐빵에 비유해볼까? 가게 주인이 단팥 찐빵을 도둑맞았는데 그 근처 길바닥에 삶은 팥알 한 개가 떨어져 있다면, 누군가 찐빵을 먹으며 지나가다 흘렸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런데 그 팥알을 발견했다고 알려준 사람이, 사실은 삶은 팥이 아닌 생 팥이었다는 사실을 빼먹고 팥알 얘기만 떠들면서 단팥 찐빵을 도둑맞은 가게 얘기를 줄창 떠들면, 듣는 사람 입장에선 그 팥알이 ‘찐빵 도둑넘’이 흘린 것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


+ 중앙일보가 ‘청와대 경내’ 고집하는 이유, 그리고…

앞에서, 중앙일보가 지목한 ‘청와대 경내 ATM’이란 우리은행 것으로 보이고(101경비단에 있는 ATM은 우리은행), 거기서 조 전 장관이 5천만원을 분할 이체했다는 보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썼다.

돌아보면, 똑같은 검찰발 언플을 전한 다른 언론사 보도들은 모두 ‘청와대 인근 ATM’이라고 말하는데, 유독 중앙일보만 ‘청와대 내부 ATM’이라고 주장한다. ‘인근’과 ‘내부’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통상적으로도 다른 의미지만, 언론 보도에서의 차이는 더욱 크다.

게다가, 만약 이런 ‘청와대 내부 ATM’이라는 중앙일보 주장이 맞다면, 이 최초 보도가 나온 29일 보도 이후 다른 언론사들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청와대 내부’로 고쳐 보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왜 애초 검찰발 소스에도 없는 ‘청와대 내부’를 고집하며 연속보도까지 해나가는지 궁금해지는데, 이것은 아무 관련성도 없는 청와대를 엮기 위한 중앙일보의 자체적인 의도로 추측된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는 아니라도, ‘ATM 이체’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JTBC, 조선, 경향, 국민, 한경 등 다수 언론들이 일제히 주장하는 내용으로, ATM이라는 특정 키워드 자체가 사실이 아닐 경우 언론사들의 타격이 상당히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인터넷뱅킹 등의 온라인 거래가 아닌 ATM으로 이체했을까. 여기엔 의외로 간단한 답이 있다.

해당 계좌가 입출금 계좌가 아니었다면, 예를 들어 예금/적금이나 펀드 등이었다면, 인터넷뱅킹 등록을 안 해두는 수가 종종 있다. 

그러니 가장 쉽게 추정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예금/적금/펀드 계좌여서 자동이체 등을 제외한 수시입출금이 필요하지 않아 인터넷뱅킹을 등록해놓지 않았고, 그런데 갑자기 출금하려니 해지하려고 영업점을 방문해 해지한 후, ATM으로 송금하는 경우다.

특히, 1일 이체한도가 일반적으로는 3천만원인데 5천만원을 분할해서 이체했다니, 해당 은행에 이체한도 상향 신청을 한 것이다. 그런데 금융거래는 주로 부인 정 교수의 몫이었다니 조 전 장관 계좌의 한도 상향을 미리 해두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런데 이게 전화로는 안되고, 기본적으로는 창구 방문으로만 가능하다.

이렇게 한도 상향도 기본적으로는 지점 방문으로 가능한 것이므로, 최종 이체 장소는 지점내 365코너 ATM이라고 해도, 예/적금/펀드 해지를 위해 지점을 방문해 한도 상향까지 하고 ATM에서 타행 이체를 했다고 보면, 깔끔하게 상황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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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성우 2019-10-31 16:22:04
시간별로 사건개요 알려주시고 날카롭게 파고들기까지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