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박지훈 칼럼] ‘정경심 녹취’가 영장발부 결정타였다고?
[박지훈 칼럼] ‘정경심 녹취’가 영장발부 결정타였다고?
  • 박지훈
  • 승인 2019.10.25 18: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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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가 사실이라면 판사, 부정확하거나 부족한 내용 근거로 영장 발부
검찰, 전체 녹취록 제출 대신 일부 문구만 선택하는 PPT 발표한 듯
동아일보 단독 보도 기사에 나타난 ‘녹취’ 내용은 단 2개 문장 뿐
‘얼마까지 오른다’와 ‘언제 샀느냐’라는 발언 해석할 방법 무궁무진

24일 새벽에 나온 동아일보 단독 기사에 따르면,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결정적인 이유는 정 교수가 직접 녹음한 녹음 파일들 때문이라고 한다. 검찰은 이 녹음 파일 일부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공개했다고.

이게 사실이라면, 송경호 판사는 부정확하거나 부족한 내용을 근거로 영장을 발부했다고 생각된다.

보도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정 교수가 조범동과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검찰이 입수했고, 그 “녹취파일 중 일부 내용을 파워포인트(PPT) 형태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교수와 조범동이 “얼마까지 오른다”, “언제 샀느냐” 등의 말이 나온다고. 정교수의 동생도 “등장”한단다. (이 ‘등장’이란 표현이 정교수가 동생과 통화한 내용을 말한다기보다는, 두 사람의 통화중 정교수 동생이 언급되었다고 추정된다)

[단독] 정경심 영장발부 결정타는 본인 직접 녹음한 녹취파일
https://news.v.daum.net/v/20191025030134801

 

자, 그럼 하나씩 조목조목 따져보자.

먼저, 영장 실질심사에서 검찰이 영장판사에게 공개한 내용은 녹음 파일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이걸 ‘녹취록’이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녹취록도 아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녹취록의 일부 몇몇 부분만을 골라 ppt 파일로 정리한 것이 확실해보이기 때문이다.

ppt 파일로 정리해 발표하면 물론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알아보기 쉽다. 그런데 발표용 ppt 문서를 만들고 발표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논문이나 일반 문서가 아닌 ppt 파일은 극도로 요약된, 핵심 문구만 정리하고, 구체적인 디테일은 발표자가 구술로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식이면, 검찰이 발표한 ppt 파일에선 당연히 전체 대화의 맥락이 크게 왜곡될 수 있다. 상식적으로 ‘녹취록’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전체 통화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검찰이 강조하는 문구의 전후 상당부분이 연속적으로 나와야 한다. ppt는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형식이다.

검찰은 의도적으로 녹음파일을 들려주거나 전체 녹취록을 제출하는 대신,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일부 문구만 드러낼 수 있는 ppt 발표라는 방식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검찰발 해당 ‘녹취’의 내용은 두 문장이다. 먼저 기자가 들은 전언 형식의 언급이 있고, 다음으로 앞서 언급한 직접 인용 부분이 있다.

[이 녹취파일엔 정 교수가 자신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사들인 주식의 가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총괄대표였던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36·수감 중)와 함께 WFM 주식을 놓고 “얼마까지 오른다” “언제 샀느냐” 등의 말을 한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두 문장 모두, 내용의 사실관계가 매우 불분명하다. 첫 문장에서는 ‘정 교수가 자신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사들인 주식’이라고 표현하며 마치 정교수가 그걸 통화중에 떠든 것으로 착각하기 쉽게 써놨는데, 기자들의 말장난 수법상 그런 경우는 절대로 없다.

그 부분은 검찰과 기자의 주관적 주장일 뿐이다. 그러니 뭔가 있는 것처럼 포장한 첫 문장의 대부분은 빈껍데기이고, ‘가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내용’을 거론한 부분은 두 번째 문장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역시 단독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두 번째 문장이 핵심이다. 잘 보면, ‘누가’ ‘누구에게’ 한 말인지에 대한 ‘주어’와 ‘목적어’가 매우 불분명하다. 통화내용이므로 분명 정교수 혼자 떠든 내용일 수가 없고 두 사람의 대화인데, ‘정 교수가 조범동에게 한 말’과 ‘조범동이 정교수에게 한 말’ 어느 쪽인지 구분이 안된다.

게다가 여기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 이 ‘녹취’는 진짜 ‘녹취’가 아니라, 전체 내용 중 극히 일부만 검찰이 선택적으로 골라낸 것이란 것이다.

그래서 ‘얼마까지 오른다’, ‘언제 샀느냐’는 해석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검찰이 범인이다. ⓒ더레프트
검찰이 범인이다. ⓒ더레프트

검찰과 언론처럼 정 교수를 ‘의심’ 혹은 ‘의도적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을 ‘정 교수가 차명으로 WFM 주식을 샀고 그 가격 상승 여부에 대해 조범동과 작당하는 내용’으로 몰아갈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조작질을 KBS 사태에서도 한번 목격했다.

한투 PB직원 김경록 차장이 KBS와 인터뷰했던 내용은 시간으로도 한 시간 이상, 문서로 정리된 녹취록으로도 11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양이었지만, 인터뷰를 했던 KBS 법조팀은 다 무시하고 그중에 ‘정 교수가 WFM과 익성이라는 업체를 사전에 알았다’는 부분만 찝어내 그걸로 불법으로 몰아붙였었다. 김경록 차장의 발언 취지는 그와는 정반대 방향이었는데도.

그런데 이번 검찰의 ‘녹취록’ ppt 언플은 그보다 훨씬 더 죄질이 나쁘다.

‘얼마까지 오른다’, ‘언제 샀느냐’라는 말은 도대체 어떤 경위로 나왔는지조차 모를 뿐더러, 두 언급이 각각 정 교수와 조범동 두 사람 중 어느 사람이 한 말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영장판사에게 제시한 내용에는 주어와 목적어가 있었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그조차도 숨겨버린 것이다. 또 영장판사가 주어 목적어가 있는 ppt 파일을 보더라도, 그걸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은 딱 KBS 법조팀이 김차장과 인터뷰한 후 멋대로 한 언급만 왜곡 보도했던 수준과 비슷하게 왜곡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렇게 보면, (이미 검찰의 언플에 판단력이 상당부분 흐려진 후) 이렇게 왜곡된 일부 언급만 제시받은 송경호 영장판사가 영장 발부 강행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김 차장 인터뷰 이후 KBS의 보도를 보고 확증편향이 더욱 굳어졌을 다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인용’의 실질적인 의미에 대해선 아무런 판단도 불가능하고, 검찰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한 ppt 파일 내용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검찰이 실제로 들고 있는 실제 녹음파일을 들어봐야만 그게 무슨 의미의 언급인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이 녹음 파일들은, 지난 10월 15일 오전 TV조선의 단독 기사에서 처음 등장했었다.

[단독] 檢, 정경심 '통화녹음 파일' 다량 입수…진술 반박때 제시
http://news.tvchosun.com/…/ht…/2019/10/15/2019101590013.html

TV조선 10월 14일 보도
TV조선 10월 14일 보도

이때의 보도를 보면, 검찰은 연이은 정 교수 소환조사 당시에도 이 녹음파일 내용을 제시하며 압박했지만,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 교수가 녹음파일 내용을 듣고도 “좀처럼 진술 태도를 바꾸지 않”았고, 그로 인해 “수사진이 애를 먹고 있”었다.

소환조사 당시 정교수가 검찰로부터 자신의 통화중 발언을 듣고도 전면 부인하고 있었다는 얘긴데, 그것은 그 녹음 파일 내용들이 전혀 결정적인 증거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정 교수가 녹음한 것이므로 원래 정 교수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한 이 녹음파일들을 검찰은 어떻게 입수했을까? 자택 압수수색이 먼저 떠오르지만, 위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10월 15일 당시 “최근” 입수했다고 하므로, 9월 23일로 전혀 ‘최근’이 아니었다.

즉 자택 압수수색과는 다른 경로로 입수했다고 볼 수 있는데, 시기적으로 보자면 10월 8일에 나왔던 유시민의 김경록 인터뷰 1차 방송 시기와 비슷하게 물린다.

바로 그 인터뷰 방송 당일 저녁에 한투를 또다시 압수수색하고 김 차장을 재소환해 조사하기도 했으니, 김경록 차장 회사에서 압수했거나 김 차장이 임의제출했거나, 어떻게든 김차장과 연관되어 입수했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그럼 그 녹음 파일들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 김경록 차장이었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압수당한 것이든 임의제출 한 것이든 간에. 그 말은, 이 녹음파일들을 정작 정교수와 변호인단은 리뷰 해볼 기회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이 파일들을 검찰이 입수해간 후 그 녹음 파일의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검찰에 출석했을 당시 정교수와 변호인들도 검찰의 입맛대로 편집된 버전만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기사의 후반에서 기자가 멋대로 “변호인단은 예상하지 못한 증거 자료가 공개되자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것은 사실과 달라 보인다. 검찰조사 와중에 녹음 파일을 들려주며 압박했다니, 변호인과 정교수도 이미 그 언급 자체는 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동아일보 기사에서나 이전의 김 차장 발언으로도, 정 교수는 평소 통화내용을 습관적으로 녹음해뒀었는데, 그럼 그 방대한 내용들을 당시의 발언 취지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즉 정 교수에게 유리한 내용이 다량 포함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은 정교수 통화녹음 파일들을 검찰이 독점하고 피고인 측인 정 교수와 변호인단과 공유하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정 교수 측이 영장 실질심사에서는 물론 향후 재판에서도 극도로 불리해진다.

일주일 전인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이게 중요 쟁점이 되었는데, 결국 재판부가 변호인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검찰 측의 ‘새롭거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수사기록 열람과 등사를 허용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다음으로, 같은 이 동아일보 기사의 내용들 중 ‘WFM 주식 구입 경위’ 및 ‘검찰의 미공개정보이용 혐의 적용’에 대한 반박 내용을 더 쓸 생각이다.

중간 결론을 하나 써보자면.

이 기사를 쓴 동아일보 황성호 기자는, 지난 기사들을 돌아보면 법조팀 기자가 확실해 보이는데, 이번 ‘조국 죽이기 사태’ 이전인 7월 정도부터 검찰 관련 기사들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당연하게도 이 보도 내용 역시 검찰에서 흘린 것이 거의 틀림없겠다.

검찰이 이미 정 교수를 구속하는 데에 성공하고도 이런 언플을 내놓는 것은, 당연히 조국 전 장관 측에 대한 지지 여론을 가라앉히고 조 전 장관 직접 수사에 탄력을 가져가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인다. 지겹게 반복해왔던 여론 공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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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2019-10-25 21:41:18
녹치록이 결정적인 이야기라면
뭐하러 구속하나? 이미 결정적인 증거를 잡았는데?
왜 구속하냐 이미 수사가 다끝났으면 기소하고 재판하면 되는 것을 .. 그냥 이유없이 구속한 거고 나머지는 기자들이 짜마추어 주는 것 뿐인 것 같네요

김창백 2019-10-25 19:20:17
윤춘장과 그 졸개들은 현 상황 정리되고 나면, 이후에는 절대 저런 쓰레기들이 발현되지 못하게 모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처절하게 응징해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