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박지훈 칼럼] 검찰의 정경심 구속영장 청구에서 주목할 점들
[박지훈 칼럼] 검찰의 정경심 구속영장 청구에서 주목할 점들
  • 박지훈
  • 승인 2019.10.22 13: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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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핵심 아닌 ‘진단서’ 언론플레이는 기자들에 진료방해 선동
재진단 역제안 후 월요일 청구, 심리적 타격 입히는 목적 의심
‘증거위조·은닉 교사’ 혐의, 실행자인 김 차장은 영장청구도 안해
영장판사가 여론 눈치 볼 여지 줄인 건 촛불 밝힌 시민들 목소리

21일 오전에 검찰이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국 전 장관이 장관직을 사임한 것이 지난주 월요일이니까 정확하게 1주일만이다.

지난주부터 영장청구를 강행한다면 이번 주 쯤 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있었으니까 전혀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월요일인 이날 청구한 것은 좀 의외로 빠르다. 이 문제를 시작으로, 이번 정교수 영장 청구에 대한 몇 가지 주목할 점들을 정리해보자.


영장 청구에 정 교수의 진단서는 감안이 안되었는가

검찰은 정 교수 변호인단이 진단서를 제출한 목요일부터 지속적으로 언플을 했다. 기자들의 ‘강제취재’를 피하기 위해 미리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병원명과 의사 이름 등을 지운 후 제출했는데, 그 바로 다음날 ‘법령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단서’라며 일제히 기자들에게 뿌려버렸다.

‘강제취재’의 가해자들인 기자들을 또 선동한 것이다.

그 건에서 보다시피, 검찰은 애초부터 진단서 같은 거 감안하고 싶지 않았다. 최근 몇 주 동안 검찰의 최종 목표는 일관되게 정 교수 구속으로 수렴해왔다. 지금껏 벌인 어마어마한 수사규모에 비춰, 불구속 기소를 한다면 스스로 유사 이래 전례 없는 과잉수사를 했음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무조건 구속만이 검찰의 목표였던 거다.

그런데 막판에 정 교수의 뇌종양 진단이 터졌다. 그리고 변호인 측에서 진단서를 제출했는데, 안 그래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당에 꼬투리꺼리가 있는 거다. 병원 이름과 의사 이름이 없어!

사실 이 진단서 문제는 검찰 수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다. 그게 무슨 유무죄를 가릴 증거라도 되는가. 단지 양해를 해달라는 참고 문서에 불과하다.

그러니 검찰이 ‘법령’을 운운하며 언플하는 자체가 어이가 없는 것이다. 그게 위조된 것이라는 단서가 없는 한에는 시비를 걸 꺼리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은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억지로 ‘법령’까지 운운하게 된 것이다.

진단서는 재판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지만, 법원의 영장 발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검찰에게도 간접적으로 ‘환자를 구속 시도한다’는 여론상의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검찰은 그걸 인정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택도 없는 법령 운운은 그 핑계일 뿐이다.

 

왜 이날, 이번 주의 첫날인 월요일인가

문제는 그 이후다. 검찰이 병원명 등이 삭제된 진단서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포하자, 변호인단은 당연히 항의를 했겠지?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정 교수 측에 ‘입원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재진단을 받으면 입원 병원이 노출되지 않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역제안을 했다. 보도의 전후를 볼 때 사실로 보인다.

이런 제안에 정 교수측은 오케이를 했을 것으로 본다. 거절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 잠깐 정리해보자. 검찰이 ‘진단서 인정 못해’ 언플을 벌인 것이 지난주 목요일 저녁이었고, 변호인이 적극 항의를 한 것은 금요일부터다. 그러니 검찰이 ‘다른 병원 진단서’ 역제안을 한 것은 금요일을 넘어 토요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떤 병원이든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진료를 안한다. 의사님들 쉬는 날이니까. 그러니 정 교수가 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날은 바로 오늘, 월요일이다. 재진단의 목적상 검찰에게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CT, MRI 검사부터 새로 할 가능성이 높으니, 정 교수 측이 서두르더라도 오전에 검사하고 오후에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떡하니 월요일 오전에 영장을 청구하면서 ‘정 교수 측 진단서 인정 못해’ 언플을 해버리네?

자 여기서 잠깐. 뭔가 이상하지 않나. ‘입원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오면 되지 않냐’라고 역제안을 한 것이 바로 검찰이다. 그런데 그 진단서를 받아올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영장을 청구하면서 다시 ‘기존 진단서 인정 못해’ 이 소리만 반복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정 교수를 또 한번 엿먹였다. 게다가 정 교수로서는 검찰의 제안에 따라 타 병원 진단을 진행하며 오늘 내일은 영장 청구되지 않겠지 하고 잠시나마 긴장을 풀었을 텐데, 그 긴장을 푼 동안 느닷없이 영장을 청구하며 심리적 타격을 또 한 번 입힌 것이다.

설마 대한민국 검찰이 이런 짓거리는 안할 것 같은가? 천만에. 이런 치졸한 ‘심리전’이 검찰이 자랑하는 ‘고급 수사기법’이다. 상대를 심리적으로 무너뜨려야 ‘검찰이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기 쉬워지니까.

 

진단서는 핵심적인 문제가 전혀 아니다

사실 진단서 문제는 영장 발부 여부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전혀 아니다. 검찰과 변호인단 양쪽 모두, 조금의 가능성도 놓치지 않으려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조 전 장관 동생 구속 시도가 기각되었을 당시, 언론들 다수는 그게 디스크로 인한 건강 우려 때문이라고 엉터리로 떠들어댔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 당시에도 썼다시피, 그 영장 기각의 핵심적인 이유는 “주요 범죄(배임) 성립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였다.

바로 이 사유가 영장 기각의 여러 사유들 중에서도 가장 앞에 등장했다. 다음으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루어졌다’, ‘피의자가 다른 혐의는 인정하고 있다’ 등이 더 등장하고, 오히려 ‘피의자의 건강상태’ 부분은 더 뒤에 별도로 언급했다. ‘건강상태’는 영장 발부 여부에서 감안한 주요 사유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한 것이다.

영장 판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명시한 기각 사유, “주요 범죄(배임)”이란, 웅동학원 소송 건이었다. 즉 검사 출신인 명재권 영장판사가 보기에도 ‘웅동학원 소송에서 무변론은 배임 범죄’라는 검찰의 주장은 신빙성이 너무 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 언론들은 조 전 장관 동생의 영장 기각이 마치 ‘건강상태’ 때문인 양 국민들을 호도했다. 다수 언론들 입장에선 진짜 기각 사유, 즉 ‘범죄 자체가 안 되는 거 같다’는 영장판사의 판단이 부각되면 여론상으로 ‘무변론은 범죄’라는 검찰의 기존 주장이 다 무너지게 되니까 국민들을 갖고 말장난을 친 것이다.

그래서 정 교수의 구속 영장 발부 여부에도, 마찬가지로 진단서는 핵심적인 요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영장판사의 입장에서 ‘범죄사실 자체가 존재하는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조 전 장관 동생의 사례에서처럼, 영장판사의 눈에 아예 범죄의 성립 여부가 의심스러운 경우 영장이 발부될 수가 없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서 무려 10가지나 혐의를 ‘남발’한 것이 그 반증이다. 이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 전체에 그야말로 치명타가 되는데도 영장 발부에 영 자신이 없으니, 이것저것 다 던지고 아무거나 하나라도 걸려라, 뭐 이런 거다.

 

10가지 혐의 중 5가지가 표창장 위조 관련

그러면, 정 교수를 대상으로 청구된 구속 영장의 혐의들을 하나씩 따져보자.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혐의는 무려 10가지나 되는데, 그중 절반인 5가지가 표창장 위조 관련 건이다.

그런데 이 사문서 위조 자체는 이미 기소된 건으로 구속 사유가 안 된다. (기소 후 강제수사의 제한) 그래서 검찰은 이 사문서 위조에서 파생되는 다섯 가지 혐의를 적시했는데, 법리적으로는 판단이 달라질지 몰라도 상식적으로는 모두 이미 기소된 ‘사문서 위조’ 혐의에 종속된 혐의들이다.

게다가 검찰은 PC로 위조했다는 표창장이 버젓이 은박 스티커가 붙어있는 등, 범죄 자체가 있었는지 여부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이 ‘표창장 위조’에 종속된 다섯 가지 혐의가 구속 사유가 될까?

다음으로, 사모펀드 관련 혐의가 세 가지다. ‘업무상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 그런데 자본시장법은 기본 취지부터가 펀드 운영사를 처벌하는 것이고 투자자를 처벌하는 조항조차 없다. 그러니 이걸 적용하려면 코링크가 사실상 완전히 정교수의 지배하에 있어야 하는 엄청난 가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증거는 비슷한 것조차 나오지 않았다.

업무상 횡령은 조범동이 코링크에서 횡령한 자금이 정 교수에게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조범동이 횡령한 자금은 사채시장에서 현금화해서 익성 회장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본인 진술), 검찰은 그 추적 불가능한 현금화된 횡령액이 정 교수에게 넘어갔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고 증거가 있다면, 검찰이 지금까지처럼 수사를 질질 끌 이유가 전혀 없었다. 확고한 증거가 있다면 그 수법 면에서 횡령 하나만으로도 정 교수를 구속시킬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쐐기를 박아놓고 나머지 수사는 여론 걱정 없이 여유 있게 해도 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범동이 횡령한 액수를 정 교수에게 보냈다는 주장은 그냥 검찰의 뇌피셜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범죄수익은닉’은 횡령이 증명되어야만 따라오는 부차적인 혐의로서, 횡령한 자금이 없으면 은닉할 자금도 없다.

다음으로 증거인멸 관련 혐의 두 가지. 검찰은 ‘증거위조 교사’, ‘증거은닉 교사’ 두 가지를 들이댔는데, 보다시피 일반인 관점에서는 뭐가 뭔지 구분도 잘 안될 정도로 그냥 하나의 혐의에 가깝다.

그런데 증거인멸 어쩌구를 정 교수가 ‘범죄 교사’ 했다면, 당장 그 증거인멸을 행했다는 김경록 차장은 왜 구속하지 않았는지가 매우 의심스럽게 된다.

범죄의 실행자는 구속하지 않고 지시자는 구속한다? 예를 들어, 살인범은 구속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 살인의 교사범은 범죄가 심각하다며 구속해야겠다? 영장판사가 보더라도 매우 의아할 것이다.

게다가, 증거인멸이 범죄가 되려면 인멸될 ‘증거’가 있어야 한다. 검찰은 도대체 무슨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인지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 있게 내세우지 못하면서 증거인멸 노래만 했다.

검찰이 말하는 증거인멸은 주로 ‘표창장 위조’와 관련된 것인데, 검찰은 스스로 표창장 위조 증거를 확보했다며 장담까지 했다. 그러니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인멸된 증거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인멸된 증거가 없으니 증거인멸 관련 혐의도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

당신이 피의자가 된다면, 내다버리는 쓰레기 하나까지 증거인멸이라고 몰아붙이면 어떻겠는가?

 

19일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시민참여문화재
19일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시민참여문화재

시민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았다

그래서 나는, 검찰이 매우 심각한 사안인양 마구 떠벌려놓은 놀음에 영장판사도 놀아나지 않는 한, 영장이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원칙과 상식대로만 돌아가던가. 그런 세상이라면 조 장관과 정 교수를 포함한 가족 전체, 아니 가문 전체가 수사 대상이 된 이런 일은 애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난, 영장 기각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70% 정도만 예상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우리 시민들이 계속 목소리를 높여 검찰의 행태를 비난하고 촛불집회로 목소리를 모으지 않았다면, 그 확률은 40%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여론이 압도적으로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비난 일색인 마당에, 판사가 좀 미심쩍더라도 굳이 여론의 욕을 먹을 일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상황은 영장판사가 압도적으로 편향된 여론을 우려해서 영장 발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여론 지형은 기울어진 운동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분 시민들이 힘겹게 이 운동장을 바로잡아놓은 주역들이시다.
 

26일도 서초동입니다
26일도 서초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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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러기 2019-10-22 20:44:47
서초동 촛불문화제로 적폐들의 숨통이 더 조여지도록 !! 우리 모두 아리아리!

쿨성우 2019-10-22 13:56:02
범죄에 대한 수사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 피를 말려 죽여 조국장관의 사퇴를 이끌려고 했던 정치적인 행위라 여기서 멈추면 이도저도 아닌게 되니 끝까지 밀어 붙일 수밖에
말씀하신대로 여론만 아니라면 영장기각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

상콤한유부녀 2019-10-22 13:40:19
윤춘장을 위시한 검찰이나 그 뒤를 졸졸 따르는 따라지 기레기들이나 모두 다 개혁의 대상일 뿐임이 명확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