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칼럼] KBS 사회부장의 사내게시글, 확증편향의 전형
[박지훈 칼럼] KBS 사회부장의 사내게시글, 확증편향의 전형
  • 박지훈
  • 승인 2019.10.10 16:1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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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대상을 멋대로 유죄 단정하고, 그를 위해 취재원의 발언도 원래 취지와 다르게 임의적으로 발췌, 왜곡하는 것은 저널리즘일 수가 없다. 그것은 언론이라는 권력을 무기로 한 언어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KBS의 인터뷰 유출 의혹에 관련하여 KBS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 발표하자 소속 기자들 일부가 '정권 눈치를 보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단다. 또 의혹의 당사자인 법조팀장의 직속 상급자인 성재호 사회부장은 사내 게시판에 반발의 글을 올리고 보직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의 일부 발췌가 아닌 사내게시판 입장문 전문을 모종의 경로로 입수했는데, 내용이 정말 가관이다.

KBS 김경록 인터뷰 조사위 구성에 기자들 강력 반발
https://news.v.daum.net/v/20191010114539801

그는 서두에서부터 "해당 인터뷰는 애초부터 출연도 아니고 인터뷰 구성물이 아닌 취재였으므로, 보도 내용이 '취재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그 상황을 MB 관련해 MB 집사를 취재하다가 DAS가 MB것이라는 단서가 나오면 보도하는 게 저널리스트라는 비유를 내놨다.

이 첫 단락부터 법조팀을 비롯한 KBS 사회부가 이 조국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은 조국 장관과 그 일가를 MB 수준의 파렴치한 범죄자로 이미 단정하고 취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KBS의 보도는 그런 왜곡된 선입견, 확증편향을 가장 밑바닥에 깔고 거기에 부합하는 기사들 위주로 쏟아냈으며, 그런 방향성을 위해 취재원의 발언을 일부발췌 및 왜곡까지 문제의식 한번 없이 밀어붙여왔고, 진상조사를 한다는 발표에 부장이 사퇴하고 휘하 기자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이어서 그는, 김경록 차장과의 인터뷰에서 '운용사 투자처와 투자내역 등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인터뷰 이후 보도한 기사에 대한 이미 비판을 했듯이, 그것은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중무장된 확증편향 덕분에 그들에게는 조국 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이해됐다. 성재호 부장 스스로 '정황증거'라고 칭했음에도, 그는 다면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황'을 오직 자신들이 기존에 가진 유죄 심증에 비춰 해석하고 일부만 보도한 것이다.

그는 이어서, "KBS 법조팀 모두 검찰 수사가 순수하다고 보지 않지만, 그럼에도 검찰에 취재를 안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유죄로 심증을 굳힌 상태에서 김차장이 말한 팩트조차 유죄 심증을 확인해주는 확증으로 해석한 것이다.

또한, 그는 '자산 관리인이 말한 장관 부인의 의혹을 검찰에 물었다'라며 강변했지만, 그런 의도라면 김경록 차장과의 인터뷰 사실은 흘릴 하등의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김차장은 검찰의 피의자로서 생사여탈권을 검찰이 쥐고 있는 상태다. 그의 말대로라면, 검찰에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취재원 노출을 한 것이다.

이후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데, 성 부장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해명을 넘어 정 교수에 대한 직접 비판까지 하고 나선다. "정경심 교수는 이제 자산관리인을 놓아 주어야 합니다"라며, "여전히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을 막아줄 총알받이가 돼달라고 합니다"고까지 주장한다.

완전히 사실과 다른 억지 주장이다. 검찰이 김경록 차장을 정경심 교수를 옭아넣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총알받이? 정 교수가 받을 총알을 김 차장이 대신 받는다? 오히려, 이번 인터뷰에서 김 차장은 여전히 정 교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검찰의 주타겟이 자신이 아닌 정 교수이고, 거기에 자신이 이용되고 있어 괴로워하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한번 KBS 성재호 부장의 지독한 확증편향이 드러난다. 그는 이미 정 교수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것도 대법 확정판결 수준이어서, 관찰자, 전달자여야 할 언론사 간부로서 현실에 갑자기 개입해 가타부타까지 하는 것이다. 그에게 정 교수는 부인이 전혀 불가능한 파렴치범이어서, 그는 그래도 된다고 믿는다.

그 뒤로는 장황하게 ‘저널리즘의 원칙’을 읊어댄다. 마치 자신과 휘하 사회부, 법조팀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화신이라도 되는양. 어떤 '원칙적 저널리스트'가 검찰의 언플에 거꾸로 놀아나 그 프레임에서 피의자를 몰아붙이는가? 어떤 '원칙적 저널리스트'가 취재원의 발언과 상반된 취지로 왜곡해 떠들어대서 자신의 발언이 보도된 사실조차 모르게 하는가? 어떤 '원칙적 저널리스트'가 진상을 조사해보자는 말에 발끈해서 직위까지 던지며 반발하는가?

그건 당신들만의 왜곡된 저널리즘이다. 당신이 말하는 저널리즘에 그 어떤 고고한 사상이 담겼는지 모르겠는데, 시청자와 취재원을 배반하고 기자들의 아집만 고집하는 저널리즘이, 도대체 진정한 저널리즘일 수가 있는가?

교육 정책을 교사들만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정해선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널리즘도 시청자와 취재원과 함께해야만 진정한 저널리즘일 수 있는 것이다. 취재 대상을 멋대로 유죄 단정하고, 그를 위해 취재원의 발언도 원래 취지와 다르게 임의적으로 발췌, 왜곡하는 것은 저널리즘일 수가 없다. 그것은 언론이라는 권력을 무기로 한 언어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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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2019-10-11 17:40:54
맞아요 판단은 국민이하는거죠 그동안 악의적인보도는 조국측에서 다 고소했으면좋겠어요 나라가어수선하지만 이어수선함은 언제가는 개혁을위해서 필수로거쳐야하는 단계가아닐듯싶고요
부장이라는분의 속내가 궁금해요

최현이 2019-10-10 21:35:42
격하게 공감합니다.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파악도 못하는건지..알아도 어떻게든 우겨서 피해볼려고하는건지..진짜 역겹습니다

강지영 2019-10-10 20:43:45
시원합니다 좋은 칼럼 잘 읽고 갑니다

이다영 2019-10-10 19:50:04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뉴비씨 화이팅~~^^

쿨성우 2019-10-10 17:50:18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걸 몰라서 그랬을까? 민주정부만 들어서면 온갖 추측으로만 만들어진 개소리를 언론이랍시고 내뱉는 수준
운 나쁘게 걸려 버렸을 뿐 기레기는 꾸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