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칼럼] 윤석열 검찰 개혁안은 '말잔치'
[박지훈 칼럼] 윤석열 검찰 개혁안은 '말잔치'
  • 박지훈
  • 승인 2019.10.01 18:4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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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살펴보겠다"는 말대답이 여러모로 큰 실수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윤석열. 다시 생각해보니 하루 전날인 9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무시무시한 경고일 수 있다는 것도 깨달은 모양이다. 같은 날 신임 검사장들과의 비공개 만찬에서도 이와 관련된 우려섞인 건의가 나왔을 수 있다.

그래서 윤석열이 일단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 대통령 말씀에 따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 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인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

- 공개소환, 포토라인, 피의사실 공표, 심야조사 등 문제를 포함한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실태 전반을 점검해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겠다.

- 각급 검찰청의 간부들과 인권보호관, 인권전담검사를 중심으로 변호사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인, 인권단체, 교정 당국자, 인신구속 담당경찰관 등으로부터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겠다.

- 평검사, 여성검사, 형사·공판부 검사, 수사관, 실무관 등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수사, 공판, 형집행 절차 전반에 걸쳐, 보다 내실 있는 '인권 보장'이 이루어지는 업무수행 방식을 만들어 나가겠다.

- 전날 내려진 법무부 지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

- 외부기관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켜 형사부와 공판부에 투입해 민생범죄를 담당하도록 하겠다.

-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조치도 관련 규정 개정절차와 상관없이 즉각 시행.

일단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는 모양새다. 물론 일개 외청장인 검찰청장이 이런 지시를 따르고 말고 할 권한 따위는 없다. 이런 결정은 법무장관의 권한이고, 다만 검찰이 자발적으로 개혁하는 모양을 취할 기회를 주기 위해 윤석열에게 하명한 것이다.

윤석열은 이걸로 일단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즉시 시행하겠다, 조속히 실행하겠다 이런 것도 아니니 당장 윤석열의 거취나 그 수하 검사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시점만 보자면 그냥 '말잔치'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면 이것이 윤석열의 퇴로 만들기일 수도 있다. 당장 물러서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물러설 명분을 미리 마련해놓고, 나중에 최악의 상황에서는 이리로 도망가겠다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난 이게 윤석열이나 검사들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겠다는 의지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 당장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하지만 조국 수사 착수 이후로는 처음으로 대통령 혹은 국민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한 것이다. 완전히 무시할 일은 아니다.

약간은 희망적일 수도 있고 단순히 시간 벌기일 수도 있다. 혹은 둘 다일 수도 있다. 오늘 내일, 며칠간은 이런 대응의 진짜 의도를 알아채기 힘들다. 더 시간이 필요하고, 윤석열 스스로가 보여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조 장관 그리고 우리는, 단순 시간벌기 수작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실낱같은 진정성 따위를 기대하다가 또다시 뒤통수, 되치기를 당하는 수가 있다. 일단은 무시하고 가던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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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송송탁 2019-10-03 22:11:10
크으 속이 시원해지는 칼럼이네요.

전미현 2019-10-02 08:47:40
저렇게 권력이 무섭습니다.
상명하복을 그렇게 좋아한다는 조직도
지들밖에 모르지요.
대통령이 명령한 것을 저렇게 우습게 알다니....

재하 2019-10-01 20:04:58
시간벌기로 곧 칼춤 다시 시작할 것같아요

과꽃 2019-10-01 19:41:23
구구절절 공감가는 기사네요. 실낱같은 기대 전혀 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