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의견 기사, 일본보다 정부 비판 더 많았다
일간지 의견 기사, 일본보다 정부 비판 더 많았다
  • 김경탁
  • 승인 2019.08.20 17:11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언련, 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 오피니언 지면 한달치 전수조사
조선·중앙, “반일감정 자극말라”며 “과거사 탈피해 해법 찾자” 주장
조중동, 일본발 수출규제 사태에 “한국-일본 모두 책임있다” 양비론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지난 7월 한 달 간 5대 일간지 종이신문 오피니언면에 게재된 일본 수출규제 관련 의견기사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일본을 비판한 기사보다 우리 정부를 비판한 기사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반일 감정을 자극하지 말라”는 자유한국당의 의견을 그대로 옮겼고, 동아일보까지 포함한 조중동 3사는 일본이 자행한 수출규제의 책임을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돌리는 주장을 펼쳐온 것으로 분석됐다.

민언련은 7월 1일부터 8월 1일까지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등 5개 일간지의 종이신문(별지섹션 제외) 오피니언면에 게재된 수출 규제 관련 의견기사들을 모니터링·분석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 기간 5개 일간지 오피니언 면에 게재된 일본 수출규제 의견기사는 총 437개였는데,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대안모색’으로 총 123건이었고, 정부의 대응방식을 비판하는 기사는 72건, 일본을 비판하는 기사는 71건이 게재됐다.

일본 정치 상황과 동북아 질서 등 세부 주제로 현 상황을 분석한 기사들은 ‘사안정리’로 분류했고, 해당 기사는 총 40건이었으며, 이번 수출규제에서 시작된 한일 갈등이 안보위협으로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기사는 18건이었다.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한국이 한 발 물러서자는 의견기사는 15건이었다. 이외에도 한일 공동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의견기사는 13건,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동 대응에 대한 의견기사는 11건으로 집계됐다.

각 언론사 별로 집중하는 주제는 달랐다.

먼저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일본 비판에 20건 이상의 의견기사를 게재할 동안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각각 10건, 7건, 8건에 그친 의견기사를 내놨다.

반면 정부의 대응방식이 부적절하고, 이번 규제가 기업쇠퇴로 이어지는데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논조의 기사에는 조선일보가 37건 중앙일보가 43건의 의견기사를 게재했다.

과거사를 탈피해 해법을 찾자는 주장 역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국한됐고,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내용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만 담겨있었다. 또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안보 위협에 관한 주제를 다루지 않았다.

조중동은 이번 수출규제의 책임을 한국과 일본의 공동책임으로 돌리는 사설을 많이 게재했다. 주로 일차적인 책임은 일본에게 돌리되 우리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명시하는 의견이었다.

특히 동아일보는 직접적으로 한일관계 악화는 어느 일방의 책임이 아니라며 두 국가가 감정싸움만 벌여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문제를 단순한 감정싸움으로 보기에는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것은 이미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안에 있어 한국 정부는 타협이 불가한 선을 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한국 대법원 판결이 뒤집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일본과 ‘감정싸움만 벌여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동아일보에게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 앞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한국의 태도가 ‘감정싸움’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역시 일본 정부 탓만 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는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고, 조선일보는 7월 23일 사설에서 “반일과 혐한에 기댄 정치적 반사이익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현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인데, 이번 사태를 정부가 일부러 더 키우고 있다는 식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이번 수출규제 의견기사 중에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였다. 비판의 초점은 ‘정치·외교적인 대응에 대한 비판(대응방식)’에 집중됐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한 의견기사를 각각 26건, 32건 게재했다.

이 카테고리로 분류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기사의 세부 주제를 살펴보니, ‘정부는 반일 감정만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 각각 11건(42.3%)과 20건(62.5%)으로 가장 많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는 또한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논조로 쓰인 의견기사가 있었다. 두 언론사는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과거사 벗어나기’를 피력하면서 대법원의 2012년 판결을 부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2012년에 ‘한일청구권협정에 개인의 개인에 대한 불법행위 위자료 청구권이 포기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지는 않다’고 해석하며 기존의 판례를 뒤집은 바 있다.

민언련은 “두 언론사가 우리 대법원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두 언론사가 사법농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한 비판 기사가 주를 이뤘다면, 기업이 입게 될 피해를 언급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기사들도 많이 게재됐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를 조준하면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왔다. 정부도 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반도체 산업의 예산을 늘리는 등의 대안을 모색했다.

대부분의 의견기사 내용이 ‘대안모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모든 언론사가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반도체 전문가와 여러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신문에 게재하는 노력을 보였다고 민언련은 분석했다.

민언련은 “하지만 일부 언론은 현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기업 위기설을 선보였다”며, “중앙일보는 ‘친기업 정책’을 언급하고 ‘삼성 귀한 줄 알아야 한다’며 노골적인 언어로 속내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일본이 아닌 현 정부에 돌리고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지연시킨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기사를 썼다. 그러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9건, 4건의 의견기사를 낼 동안 조중동은 침묵했다.

민언련은 “그 이유는 유추하기 쉽다”며, “조중동의 논리가 자유한국당과 꼭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사설/‘제재 확대’ 강행하는 일본과 황 대표의 그릇된 인식>(7/14)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판했다.

황교안 자한당 대표는 7월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문제의 본질은 과거로부터 발이 묶여 있는 한-일 관계가 결국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에서 “어처구니 없는 인식”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민언련은 “한겨레가 인용한 황교안 대표의 논리는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사설, 칼럼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사설인지, 당 대표의 페이스북 글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질타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웰컴 2019-08-21 01:09:07
표로 보니 한눈에 들어오네요.

김다혜 2019-08-20 18:01:17
이렇게 보니까 한 눈에 정리되네요. 그냥 막연히 정부 비판 기사가 많다고 생각만 했지 수치화된 걸 보니 더욱 분노가 치미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