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칼럼] 한일 ‘치킨게임’? 두려워하는 쪽이 지는 것
[박지훈 칼럼] 한일 ‘치킨게임’? 두려워하는 쪽이 지는 것
  • 박지훈
  • 승인 2019.07.22 10: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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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간 그 치킨게임조차 한번 못하고 언제나 ‘셀프 치킨’
국토 침략 당했을 때도 지도층에선 화친 주장이 항상 더 득세
그들은 구한말 분연히 일어난 의병·독립군에게도 똑같이 비아냥
이미 벌어진 전쟁, 싸우기 두려우면 이적행위 말고 멀리 꺼져라
중앙일보 주말판 중앙SUNDAY가 19일 보도한 편집국장 칼럼
중앙일보 주말판 중앙SUNDAY가 19일 보도한 편집국장 칼럼

“그렇다고 치킨게임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경제 규모나 구조로 볼 때 일본이 대형 세단이라면 한국은 경차입니다. 대형 세단과 경차가 마주 보고 달려와 충돌한다면 어느 쪽의 피해가 더 크겠습니까” - 중앙일보

당연히 중앙일보뿐일 리가 없다. 잠깐 검색해보니 한경과 매경도 지면에서 “치킨게임”을 들먹거리고 있고,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자유당도 마찬가지 자세다.

저들은 국민들에게 묻는 거다. ‘깨질 게 뻔한 치킨게임, 무섭지?’

그래, 그놈의 치킨게임 소리가 왜 안 나오나 싶었다. 근데 전에도 썼듯이. 그 치킨게임, 우리는 지난 수백 년 간 한번 시도라도 해본 적이 있나?

일본에게서 난데없이 ‘선빵’을 맞았다. 그것도 상대는 첫방에 의도적으로 가장 아픈 급소를 때렸다. 그리고 두 번 째, 세 번 째 주먹이 곧 날아간다고 을러댄다. 그런데 맞대응을 하려니 저들은 ‘치킨게임이 될 것이며 그 치킨게임에서 우리는 어차피 패자로 정해져 있다’며 만류한다.

그런데 사실을 따지자면 지난 수백 년 간 우리는 그 치킨게임조차 한번 해본 적도 없이 언제나 ‘셀프 치킨’이었다. 상대가 더 세어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한번 맞대응을 해보지도 않고 미리 고개 숙이고 조아리는 비굴한 닭.

당장 국토가 침략을 당했을 때도 지도층은 상대 병력이 압도적이니 화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항상 더 득세를 했다. 그래서 외세에 맞서 싸운 주역도 역시 지도층보다는 힘없고 가진 것도 없는 민초들이었다.

1907년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무장한 의병. 외세에 맞서 싸운 주역도 역시 지도층보다는 힘없고 가진 것도 없는 민초들이었다.
1907년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무장한 의병. 외세에 맞서 싸운 주역도 역시 지도층보다는 힘없고 가진 것도 없는 민초들이었다.

지금의 상황도 궁극적으론 그런 비굴한 역사의 또다시 재탕이다. 분노한 국민들은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지도층, 재력가들, 보수 언론사들은 미리부터 우리가 진다는 예단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에게 자제하란다. 구한말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과 독립군에게도 똑같이 비아냥거렸던 그들이다.

그 두렵다는 ‘치킨게임’, 당신들은 그거라도 한번 해봤냐고.

그게 과연 치킨게임인지 해볼 만한 싸움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미리부터 결국엔 우리가 지는 것이 필연적인 싸움이라 수없이 반복해 강조하는 당신들 덕분에, 그래서 우리는 항상 치킨이었다. 일본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주문하는 입맛에 따라 후라이드도 되고 양념도 되고 때론 마늘통닭도 되는.

그러니 설사 저 기득권들의 치킨게임 주장이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싸워보고 패배한 치킨이 되느냐 또다시 싸워보기도 전에 미리부터 스스로 패배해버리는 치킨이 되느냐의 차이일 뿐인 거다.

물론 싸워서 패배한 치킨은 더 배가 고플 수도 있고, 반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굴복한 치킨은 그나마 배가 덜 고플 수는 있겠지만, 치킨은 치킨 아닌가? 싸워보고 패배한 치킨과 싸우기도 전에 먼저 굴복한 치킨, 과연 어느 치킨이 더 미련한 건가?

국민들이 희생을 감내하며 차라리 패배한 치킨을 자초해도, 기득권층들은 굴욕적이어도 덜 배고픈 치킨이 되자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저들 권력자, 재력가들은 가진 게 더 많은 만큼 잃을 두려움도 더 크기 때문에.

한경의 선임기자란 작자는 써갈긴 기명 컬럼 마지막에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형세가 불리할 땐 명분보다 실리가 우선이다. ‘강 대 강’으로 가기 전에 자문해봐야 한다. 우리는 치킨게임을, 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는가.”

한국경제신문의 서화동 문화선임기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한국경제신문의 서화동 문화선임기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기가 막힌 질문이고 끝없는 비겁함에 쩔어있는 질문이다. 구한말 지도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봉기했던 의병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들은 이미 ‘전투중’이다.

앞장서서 돌격해야 할 기득권층이, 이미 한창 전투중인 병사의 뒤에서 옷깃을 끌어당기며 “너 정말 전쟁할 준비가 돼있는 거냐?” 하고 거듭 묻는 건 도대체 뭐란 말이냐?

치킨게임에서 패자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아는가? 더 많이 맞는 쪽 혹은 더 고통스러워하는 쪽이 지는 게 전혀 아니다. 더 두려워하는 쪽이 지는 거다.

물어보자. 우리 국민들이 일본 국민들보다 더 두려워한다고 도대체 누가 그러던가? 그리고 그 두려움의 크기는, 저 썩은 기득권층이 이렇게 치킨게임을 만류하고 있는 것처럼, 항상 더 가진 쪽의 두려움이 더 크게 마련이다. 승산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난다.

이미 벌어진 전쟁에서 싸우기 두려운 자는 차라리 그냥 저 멀리 꺼져라. 뒤에서 끌어당기고 앞에서 가로막으며 이적행위나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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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2019-07-23 08:31:02
치킨게임이 아닌게
수출입 규모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