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제 대응, 협력 호소문 갖고 싸움 붙이려한 언론들
日규제 대응, 협력 호소문 갖고 싸움 붙이려한 언론들
  • 김경탁
  • 승인 2019.07.12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산업구조 선진화연구회의 4장짜리 대응방안 보고서
일부 언론, 단 2줄 언급된 ‘환경규제’ 문제에만 초점 맞춰
보다 못한 연구회가 추가 보도자료 냈지만 언론들은 외면

일본 정부가 1일 발표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4일 시행에 들어가고 이튿날이었던 지난 5일,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이하 연구회)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종합해 정리한 보고서와 관련자료를 배포했다.

각 표지를 빼면 보고서는 4장, 자료는 14장의 그리 길지 않는 문서들이었다. 이공계 출신 인사들의 모임에서 낸 자료여서 그런지 문장이 친절하지는 않고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기는 했지만 제안된 사안들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보고서의 목차만 보면, 첫 챕터인 [1. 포토 리지스트(Photoresist) 감광액]는 ‘일본 PR 회사가 강한 이유’를 △기업간 협업을 통해 성장 △자국 반도체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성장 △반도체 Process 공동 연구 등 3가지 측면으로 설명했다.

이어서 ‘한국 PR 회사가 차세대 PR을 개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 반도체 회사의 소극적인 입장 △정부의 지원 부재 두 가지로 정리한 후 ‘향후 대응 방안’으로 △한국 반도체 회사와의 협업 △콘소시움을 통한 초기 개발 △정부 지원 등 3가지를 방안을 제시했다.

두 번째 챕터인 [2. 불화 수소]에서는 ‘한국 제조 불가 요인’으로 △환경 규제 : 공장 건설의 어려움 △제품 평가/전환의 어려움 : 반도체 소자업체의 문제 △기술적인 어려움 : 제조사 자체의 문제 △가격적인 측면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어 ‘향후 대응 방안’으로 △반도체 제조강국에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친 선진화 대응 △시장점유율 1,2위 업체인 삼성과 하이닉스의 전후방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기술협력 △정책적 규제 완화 및 제도적 지원 △중장기적인 전략과 구체적 실행안 마련 및 단계적 추진 등 4가지를 정리해 제시했고, 마지막 챕터에서 ‘정부차원의 총괄 대응 추진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어땠을까.

대한민국 주류 언론들이 이렇다.
대한민국 주류 언론들이 이렇다.

보고서가 나온 당일이었던 5일 보도는 이용범 연구회 대표가 칼럼을 정기 기고 중인 이투데이에서 관련 칼럼과 보도자료를 토대로 한 기사가 나왔고, 네이버와 다음 포털에 뉴스검색제휴를 맺은 언론사 기준으로 이른바 ‘메이저 매체’의 첫 보도는 7일 처음 나왔다.

뉴시스가 ["반도체 소재 국산화, 불산 누출 이후 환경 규제 때문에 포기"]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낸 것이다.

같은 날 기사를 낸 매체는 인터넷 매체 3곳이었다. 1곳은 뉴시스와 거의 똑같은 제목을 썼지만 다른 2곳은 각각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속수무책인 3가지 이유]와 [반도체 업계, '부품·소재기업 육성' 자성의 목소리…"이제라도 민관 합심을"]이라는 정상적인 제목을 썼다.

이튿날인 8일, 연일 정부 헐뜯기에 혈안인 한국경제(한경)가 ["반도체 소재 국산화 외쳤지만…환경규제로 '골든타임' 놓쳤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PICK을 붙여서 포탈에 송고했다.

바로 이어 요즘 한경에 경쟁심이 생긴 듯 보이는 서울경제(한국일보 계열)가 [환경 규제에 발목 잡혀 불화수소 국산화 무산], 세계일보가 [“불화수소 국산화 막은 것은 환경규제 강화 탓”]이라는 기사를 각각 냈다.

그리고,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지위에 대한 의문부호를 떼지 못하고 있으며 신문과 방송을 모두 포함해 국내 메이저 언론 전체에 기사를 공급하는 연합뉴스가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어려운 이유는 불산공장 환경규제 때문"]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환경부가 곧바로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어려움을 환경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 안전의 중요성을 방기하는 주장”이라며 “화학물질관리법은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이 안전을 위하여 지켜야하는 필수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공장 건설 자체를 제한하는 법이 아니”라고 해명자료를 내 반박했지만 ‘광풍’은 이어졌다.

국민일보, 조선일보, SBS, MBC 등등 여러 매체들이 뉴시스의 첫 침소봉대 보도 취지를 그대로 받아서 마치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가 환경 규제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는 듯이 기사들을 써재꼈다. 문화일보는 이 취지로 사설까지 썼다.

특히 중앙일보는 환경부의 해명에 대해 전하면서도 ‘이례적으로 발끈’이라며 해명한 것이 문제라는 듯한 뉘앙스의 제목을 썼고, 12일에는 안혜리 논설위원의 [진작 삼성 귀한줄 알았더라면]이라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반도체 산업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지원 아래 힘을 합쳐서 일본수출규제 위기를 이겨내 반도체 산업구조의 선진화를 이뤄내자’는 보고서의 원래 취지와 달리 기업과 정부 사이를 이간질하는 어이없는 보도들이 쏟아지자 연구회는 10일 추가 보도자료를 냈다.

환경규제가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못하고 있는 핵심 이유라는 식의 주장을 한 적이 없고, 환경부가 관련 보도에 대해 해명한 내용들이 전적으로 맞는 말이며, 환경부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추가 보도자료가 나온 후 그 취지를 반영한 기사를 보도한 매체는 머니투데이 단 1곳밖에 없었다.(이용범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대표의 ‘소재 국산화 성공은 대기업 의지에 달렸다’라는 기고가 11일 디지털타임스를 통해 보도된 것은 제외)

머니투데이는 11일, 5일자 첫 보고서 취지를 반영한 [韓 D램 점유율 70% 넘는데, 반도체 소재는 10%에 불과해]라는 기사와 함께 ["韓 반도체산업, '적장' 아베가 준 절호의 기회 살려야"]라는 제목으로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한편 이 인터뷰에서 노 회장은 “역설적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대통령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어떤 협회도 하지 못한 일,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집어 선진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계기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련해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