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 노무현 대통령님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독자의 편지] 노무현 대통령님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 시민1
  • 승인 2019.07.11 14: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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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를 읽고

안녕하세요. 선배 깨시민들을 더듬더듬 따라 살아가고픈 시민1입니다. 늘 영상에서 뵙다 직접 인사 올리려니 부끄러움에 그렇지 않아도 변변찮은 글재주가 더 누추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독후감 보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셨는데 차마 드리질 못할 참담한 문장에 망설이다가 오늘에서야 글을 올립니다. 기자님이 책 읽은 사람 없는 것 같다고 하시기에 "있긴 있어요" 알려 드리고파서요.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런 마음일 거로 생각합니다.

왜 먼저 감상을 전해드리지 못했는지 변명부터 드립니다. 첫째로는 보시다시피 글 쓴 경험이 적어 글에 구멍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기자님께 드리려던 말씀이 자꾸만 노무현 대통령께로 흘러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셋째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감상이 아닌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는 후회만으로 점철되어 멈춰버린 까닭입니다. 그것을 다 잊고 일단 편지를 써보기로 하였습니다. 기자님의 책이 누군가에 가 닿았다고 표시라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부족한 글에 너무 실망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외람되게도 저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계실 적에 정알못 정혐 쿨게이였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 잘 몰랐고 그저 미디어에서 말하는대로만 그 분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로도 그랬고, 아마 지금도 그 잔상을 다 떨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당시를 살아낸 분들은 그 시절의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좌절에 책장 한 장 넘기기가 힘드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게는 그러한 기억이 없기에 냉정하게 기자님께서 서술하신 노무현 대통령을 바라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따위는 노무현 대통령을 아주 모른다는 것을 새삼 인정하게 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사후 미디어에서는 '좋은 사람', 하지만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반복해서 보여주었지요. 그것이 그들이 원한 프레임이었고, 저는 그 외의 다른 것은 순간조차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안타까운 사람으로 치부하고 넘겨버렸었는데, 그 때는 이미 속아있었던 것이지요. 나중에 어렴풋이 그게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렇듯 적나라하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본 것은 지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께 어떤 도움이 될까요. 그래서 저는 노무현 대통령께 감히 미안함을 느낄 수도 없습니다. 그 때에 살아남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빚을 진 느낌입니다.

기자님은 노무현 대통령을 이야기하였지만 저는 잘 안다 말할 수 없는 그 분께 함부로 어떠한 감상을 품을 수 없었습니다. 후회와 눈물 속에 주저 앉아 책장을 멈추기에는 정알못 정혐 쿨게이였던 제가 너무도 생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보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받았던 공격을 그대로 다시 받고 계시는 문재인 대통령이십니다.

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받으셨던 공격을 그대로 다시 받고 계실까. 그것은 기자님이 늘 말씀하시는 것처럼 반성문 한 장 안 쓰고 있는 이들 때문이라 여겨졌습니다. 그 반성문 한 장 안 썼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던 일인 것처럼 그 때의 일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편'인 척 하면서 이번에는 참담하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서요.

그러면 그것은 '그들'만의 잘못인가. 아니라는 것을 저도, 기자님도 알고 있습니다. 저같은 사람 때문입니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무지를 기반으로 비난만 가하며 들여다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사 하나 끝까지 읽지 않고 제목만 읽었고, 김어준같은 유명인이 하는 말이라면 다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어렵고 귀찮다는 것은 얼마나 쉬운 변명이었는지요. 그것이 다 죄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까짓 고해성사로 기자님의 눈을 더럽힐 이유는 없으니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 문장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불편해합니다. 기자님을 꺼리고 피하는 데에도 같은 심리가 있으리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무람해지는 분으로 시민들의 원죄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것을 이른바 진보언론들이 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이 했던 일을 파헤칠 수 없게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멋대로 이용하고 있는 작태를 보면 그러한 상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자님은 그들이 덮으려던 것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처를 덮어 곪게 하는 이들보다 당장 상처를 드러내 치유를 도모하는 사람을 더 아프게 여깁니다.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그저 외면하기 급급한 사람들에게 기자님은 그러한 존재인가 봅니다.

고통에 책장 넘기기 힘드신 노무현의 지지자들과는 다르게, 그 때를 모르는 저는 시시때때로 책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 조력자들, 공격자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때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지요. 권갑장 시절에 변희재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말씀하실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 좋은 사람들도 과거엔 어떤 일을 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갈지 몰라 불안하기도 합니다.

어느 무례한 사람이 기자님에게 '감히 그 입에 노무현을 담지 말라'고 했었지요. 책장을 덮으며 그 문장 자체를 생각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잘 닦아 장식해 둘 아름다운 유리잔 같은 존재인가. 기억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알려야 할 존재는 아닌가. 기자님은 책을 쓰시면서 본인도 알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분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지는 굳이 헤아릴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또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리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거론하는 분은 얼마나 드문지요. 기자님의 작업에 도움을 얻어 조금이나마 역사를 알게 된 시민1은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제가 기자님의 성함을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 권갑장 시절입니다. 기자님은 문파들과 '한 판' 붙으셨고, 문파가 되어 다시 돌아오셨지요. 그때 정말이지 이상한 사람을 보았다 생각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변화'하는 어른은 '전설 속의 용' 같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위인 같은 분이 아니고서야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일련의 과정들은 즐거운 증명을 해 보였습니다. 저 사람은 어른이니 사회지도층이니 어깨에 힘을 주지 않는구나, 철저히 시민 동료로서만 생각하는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개 시민인 저에게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어떤 사람들은 김어준에게 뇌를 의탁했던 것처럼 닥표간장이나 정치신세계, 뉴비씨에 사고를 의탁하고 있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여겨져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그렇지 않으니까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거기에 기자님이 지치지 않을까 하는 것뿐입니다. 개인주의자 리버럴인 기자님의 본의와 다르게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기자님이 대표하게 된 것들 때문에 그저 건강히 버텨주시기만을 바라게 됩니다. 그것 때문에 늘 미안하다거나 고맙다거나 하는 말들은 역시 너무 오글거리니까 못 드리겠습니다.

포스트잇 한 장에 다 들어갈 만큼 짧게 감상을 남기려 했는데 잡소리가 길어졌습니다. 밤에 쓰는 글에는 양초 냄새가 난다 하여, 밤마다 쓰고 지웠던 글을 형광등 켜고 써봅니다. 기자님께서 책의 간지에 사인과 함께 적어주시기를 '좋은 사람, 좋은 세상'이라 하셨지요. 푸릇한 형광등 불빛 아래 좋은 분께 좋은 세상 보탬 되고 싶어 열심히 적어보았는데, 이리도 보잘것없는 글을 보내드리게 되어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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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러기 2019-07-11 14:30:47
시민33456이 시민1님께!

용가내주신 덕에 공감 가득한 독후감 읽게 되어 감사합니다 ^^

이용순 2019-07-11 14:26:58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저도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