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노진탁의 우리가 잘 몰랐던 발칸 반도]①-고립의 길 가는 세르비아
[노진탁의 우리가 잘 몰랐던 발칸 반도]①-고립의 길 가는 세르비아
  • 노진탁
  • 승인 2019.07.07 19: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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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제일주의로 유럽에서 스스로 도태되는 길 선택
코소보 포기하지 않아 전범국 이미지도 못벗어나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 유럽연합 가입한 이웃국가의 반대 자초

유고슬라비아의 일원이었던 국가들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는 악명 높다. 남슬라브 국가들의 맏형을 자처하며 유고 연방의 분열을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인 정부부터 일반 국민들의 강한 자존심까지. 특히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국민들은 이에 대해 몸서리를 친다.

세르비아인들이 아주 자랑스러워 하는 니콜라 테슬라
세르비아인들이 아주 자랑스러워 하는 니콜라 테슬라(사진=노진탁)

크로아티아를 여행할 때였다. 내가 묵었던 숙소의 주인 아저씨가 군생활 경험담을 꺼내는 것이다. 크로아티아도 징병제 국가인지 물었더니 지금은 아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징병제였다고 한다. 유고 연방의 분열을 막기 위해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와 전쟁을 벌였고 그 긴장 관계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오늘날 크로아티아는 모병제 국가이지만 세르비아와의 관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서 언제 또 다시 징병제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가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1국가 2체제라고 할 수 있다. 북쪽은 스릅스카 공화국, 남쪽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이다. 스릅스카 공화국은 보스니아 내에서도 동방정교도인 세르비아인들이 거주하는 구역이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은 무슬림인 보스니아인들이 거주하는 구역이다. 보스니아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세르비아에 위치한 유고슬라비아 정부는 보스니아에 거주하는 세르비아인들을 지원하여 보스니아인들에 대한 학살을 저지른다. 이는 유고슬라비아 전쟁으로 번지는데, NATO군이 개입하여 세르비아의 패배로 일단락되고 국제 사회의 중재로 보스니아는 두개의 자치 구역으로 나뉜다. 이런 상황이니 보스니아인들이 세르비아인들을 끔찍하게 싫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모든 비극은 세르비아 제일주의에 기인한다. 일찍이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었던 티토는 세르비아 제일주의를 경계하고 수도를 옮기려고도 했었다. 코소보 전투를 통해 오스만 터키 제국을 막아낸 역사가 있고 치열하게 저항했다는 자부심이 이 민족주의 과잉의 시작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코소보는 비록 알바니아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지만 세르비아 역사의 정기가 흐르는 곳으로 여겨진다. 세르비아가 코소보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다.

유고슬라비아 초대 대통령, 요시프 티토
유고슬라비아 초대 대통령, 요시프 티토

마침 룸메이트가 세르비아인이었다. 세르비아는 현재 유럽연합 후보국 지위에 올라있는데 그 친구는 본인을 포함해 세르비아인의 상당수가 유럽연합 가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다자공동체에 참여한다면 세르비아 고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가입 신청은 2009년에 이루어졌는데 여태 후보국에 머물고 있다. 가입이 불허되고 있는 가장 주된 이유는 코소보 사태인데, 유럽연합 가입의 조건인 정세 안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원하는 것이 또 있었는데, 세르비아가 전쟁이 가능한 군대를 가지는 것이었다. 국제사회에 의해 전범 국가가 된 세르비아는 군사력 분야에서 강한 제재를 받고 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야기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수정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세르비아 정교회
세르비아 정교회(사진=노진탁)

세르비아는 세르비아 제일주의 때문에 스스로 앞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유럽연합이라는 거대 단일시장에서 자본의 자유로운 유입을 통해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있다. 이웃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이미 유럽연합 회원국인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세르비아의 유럽 연합 가입을 반대할 수밖에 없고, 코소보를 포기하지 않은 이상 전범국가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유럽연합 집행위로부터도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세르비아 제일주의를 버리고 유럽 연합 가입이라는 일대의 혁신을 하지 않는 이상 세르비아는 계속 중진국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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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2019-07-08 11:05:01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