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가족에 “심경 어떤가” 마이크 들이대는 언론
피해자 가족에 “심경 어떤가” 마이크 들이대는 언론
  • 김경탁
  • 승인 2019.06.14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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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사고 유가족 개인정보 공유하고 시신 안치 병원 잠입하고…
민언련 “취재·보도관행, 세월호 참사 당시와 근본적으로 안변했다”
민경욱 망언 두둔한 조선일보…공격 빌미 놓쳐 안타깝다는 한탄?
선체 인양된 허블레아니호
선체 인양된 허블레아니호

5월 30일(현지시각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 소식을 전한 국내 언론들의 취재·보도관행이 ‘기레기’라는 단어를 유행시켰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4일 신문 모니터보고서 [헝가리 유람선 참사, 언론들의 취재‧보도관행 바뀌었나?]를 통해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5개 중앙일간지와 2개 주요 경제지의 허블레아니 호 참사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민언련은 “사고 직후인 30일부터 사망 보험금, 배상금을 예상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또 참사 희생을 돈으로 환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똑같은 보도로 지탄을 받고도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 현지에 급파된 이상진 정부합동대응팀장은 6월 5일 현지 브리핑에서 “기자로 추정되는 한국인이 유가족으로 위장하여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침입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히면서 기자단에 자제를 부탁한 바 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31일 보도한 [헝가리 사고 유가족 개인정보 언론사에 ‘유출’] 기사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사건 수습을 위해 만든 유가족 개인정보가 담긴 3장짜리 문건이 기자들의 단체 대화방에 유포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들이 집요하게 유가족 신상정보 파악에 나선 것은 희생자와 그 가족의 사연을 발굴해 ‘슬픈 가족사’ 기사를 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희생자와 그 가족의 신상을 파고들고자 하는 이러한 취재는 매우 폭력적인 방식이며,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참사를 ‘슬픈 가족사’ 등으로 꾸미는 것도 피해자 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성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해당 기간 이 매체들이 보도한 관련기사 176건(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골든타임 망언’ 등 정치권 소식 제외) 중 사고 생존자·유가족·주변인 등의 인터뷰가 포함된 기사는 총 17건으로 전체의 10% 가량이었다.

희생자의 직업이나 이직 시기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거나, 개인적 사연을 다룬 기사는 12건(7%)이었으며, 생존자·유가족·주변인 인터뷰와 희생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보도, 즉 희생자 및 그 주변인 신상에 천착한 보도는 중복체크를 제외하고 21건으로 전체 보도의 12%였다.

민언련은 “이런 형식의 기사들이 사건 초기인 6월 1일까지 기간에 몰려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라면서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는 거주지부터 근무지, 심지어 가족 실명까지 보도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가족의 실명이 나온 기사는 동아일보 기사와 채널A에서 실명+영상 인터뷰를 진행한 실종자 정모 씨의 남편과 한겨레 기사에서 인터뷰 한 생존자 윤 모 씨의 부친이었다. 이 중 한겨레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민언련은 “이렇게 언론들의 희생자 가족 취재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실제로 유가족이 취재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며 경향신문의 1일자 [애타는 가족들이 마주한 건…무심한 강물뿐이었다]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일부 가족의 인터뷰와 함께 “대부분의 가족들은 ‘아무 할 말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취재진을 피했다”고 전한 이 기사에 대해 민언련은 “가족의 생사가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그 누구라도 취재진에게 인터뷰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자들도 당연히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가족들의 심정을 알고 있을 경향신문은 ‘취재진 취재도 거부할 정도로 피해자 가족들이 실의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누구나 말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그 슬픔을 꼭 가족의 인터뷰로 보도해야 하는 걸까요?”라고 반문했다.

한편 자한당 민경욱 대변인의 골든타임 막말에 유일하게 동조한 신문도 있다고 민언련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헝가리 유람선 사고 당일(30일) 아침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사고 대응과 신속대응팀 파견 등을 지시한 것에 대해 민 대변인은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 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는 망언을 남겼고 수많은 언론들이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6일 보도한 [김창균 칼럼/과학 대신 정치가 작동하는 재난 사고 대응]이라는 기사에서 민경욱 대변인과 같은 논리를 들며 그를 두둔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책임을 묻는 것이 과학이 아닌 정치라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칼럼에서는 악의도 느껴진다”면서 조선일보의 앞선 행태를 보면, 이 칼럼은 정상적인 비판이라기보단 ‘대통령이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아 안타깝다’는 한탄에 보다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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