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故人의 꿈 평화통일 향해 쉬지않고 전진하겠다"
이낙연 총리 "故人의 꿈 평화통일 향해 쉬지않고 전진하겠다"
  • 조시현
  • 승인 2019.06.14 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 이낙연 총리의 故 이희호 여사 추모식 조사

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고(故) 이희호 여사를 떠나보내며 “우리는 여사님께서 꿈꾸셨던 국민의 행복과 평화통일을 향해 쉬지않고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이희호 여사 추모식에서 조사(弔詞)를 통해 “영호남 상생을 포함한 국민통합을 위해 꾸준히 나아가겠다.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헤쳐오신 여사님의 생애를 두고두고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겠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앞서 이 총리는 오전 7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열린 이 여사의 영결예배에서도 조사를 통해 “이제 우리는 한 시대와 이별하고 있다”며 “남은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한다.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신 여사님의 생애를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낙연 총리의 이희호 여사 추모식 조사 전문이다.


이제 우리는 한 시대와 이별하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 그 격랑의 한복판을 가장 강인하게 헤쳐오신 이희호 여사님을 보내드려야 합니다. 여사님은 유복한 가정에서 나고 자라셨습니다. 그러나 여사님은 보통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으셨습니다. 대학시절 여성인권에 눈뜨셨고, 유학을 마치자 여성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드셨습니다. 평탄하기 어려운 선구자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여사님은 아이 둘을 가진 홀아버지와 결혼하셨습니다. 결혼 열흘 만에 남편은 정보부에 끌려가셨습니다. 그것은 길고도 참혹한 고난의 서곡이었습니다. 남편은 바다에 수장될 위험과 사형선고 등 다섯 차례나 죽음의 고비를 겪으셨습니다. 가택연금과 해외 망명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여사님은 흔들리지 않으셨습니다. 남편이 감옥에 계시거나 해외 망명 중이실 때도, 여사님은 남편에게 편안함을 권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뜻에 맞게 투쟁하라고 독려하셨습니다. 훗날 김대중 대통령님이 “아내에게 버림받을까 봐 정치적 지조를 바꿀 수 없었다”고 고백하실 정도였습니다.

여사님은 그렇게 강인하셨지만 동시에 온유하셨습니다. 동교동에서 숙직하는 비서들의 이부자리를 직접 챙기셨습니다. 함께 싸우다 감옥에 끌려간 대학생들에게는 생활비를 쪼개 영치금을 넣어주셨습니다.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으셨습니다. 죄는 미워하셨지만, 사람은 결코 미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여사님의 그런 강인함과 온유함은 깊은 신앙에서 나온 것이었음을 압니다. 여사님이 믿으신 하나님은 기나긴 시련을 주셨지만 끝내는 찬란한 영광으로 되돌려 주셨습니다. 남편은 헌정 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셨습니다. 분단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셨습니다. 우리 국민 최초의 노벨평화상을 받으셨습니다.

어떤 외신은 “노벨평화상의 절반은 부인 몫”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정권교체의 절반도 여사님의 몫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여성과 약자를 위해서도 획기적인 업적들을 남기셨습니다. 동교동 자택의 부부 문패가 예고했듯이, 양성평등기본법 제정과 여성부 신설 등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권익이 증진되기 시작됐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 등 복지가 본격화했습니다. 여사님의 오랜 꿈은 그렇게 남편을 통해 구현됐습니다.

10 년 전, 남편이 먼저 떠나시자 여사님은 남편의 유업을 의연하게 수행하셨습니다. 북한을 두 차례 더 방문하셨습니다. 영호남 상생 장학금을 만드셨습니다. 여사님은 유언에서도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여사님의 기도를 받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남은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합니다.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신 여사님의 생애를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합니다.

여사님, 그곳에는 고문도 투옥도 없을 것입니다. 납치도 사형선고도 없을 것입니다. 연금도 망명도 없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대통령님과 함께 평안을 누리십시오. 여사님, 우리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난과 영광의 한 세기, 여사님이 계셨던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었음을 압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