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의 ‘유시민 사용법’
리얼미터의 ‘유시민 사용법’
  • 김경탁
  • 승인 2019.06.04 16: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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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2월에 갑자기 포함시키고 5월에 뺀 이유 뭘까
추이 그래프에 사용된 후보별 상징색도 비상식적…최대 피해자는 유승민?

우선, 본 기사를 시작하기 전에 대전제를 깔고 가야 하겠다.

‘여론조사 음모론’은 ‘여론조사 만능주의’ 만큼, 혹은 그 이상 위험하다. 이는 21세기 지성인이라면 명심해야할 상식이다.

하지만 이 상식을 역이용하려는 음험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여론조사 결과라는 것이 아주 미세한 조건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고, 엉터리 여론조사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2018년 11월부터 월간정례 차기대권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매달 발표하고 있다. 4일 발표된 5월 조사결과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대목은 이낙연 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선택한 응답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이유는 명확하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선택 항목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기사 화면 캡쳐
오마이뉴스 기사 화면 캡쳐

1. 유시민의 경우

유시민 이사장이 이 조사 문항에 추가된 것은 지난 2월이다.

본인이 그렇게 ‘정치 복귀 의사가 없다’고, ‘여론조사에 넣지 말아달라’고 하는데도 억지로 집어넣더니 갑자기 그의 이름을 뺀 이유는 뭘까. 조사주체의 ‘의도’라고 단정하지는 않더라도, 관련된 변수가 뭔지 되짚어봤다.

5월 월례조사가 실시된 것은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간이었다. 그 전에 있었던 정치적(?) 주요 이슈·사안들로는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과 이재명 지사 1심 무죄 판결이 있다. 

유 이사장은 이 조사에 포함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노무현 대통령 10주기를 계기로 언론 노출과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호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았다.(물론 여러 논란 때문에 더 하락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는 하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항목에서 유시민이라는 이름이 제외됐고, 결과적으로 이낙연 총리와 이재명 지사의 선호도가 급상승했다.

유 이사장의 이름이 갑자기 항목에 포함됐던 때는 계속 발표되던 차기 대선주자 조사에서 이낙연-황교안 양강구도가 고착화되는 조짐이 보이던 시기였는데, ‘유시민’이라는 항목이 등장하자 이낙연 총리는 3위로 뚝 떨어졌다.

지난 2월 유시민 이사장이 갑자기 조사 대상에 포함됐고 그 결과 이낙연 총리 선호도가 급락했다.
지난 2월 유시민 이사장이 갑자기 조사 대상에 포함됐고 그 결과 이낙연 총리 선호도가 급락했다.
가만히 있던 유시민 이사장을 자기들이 조사대상에 포함시켜놓고 '3강 구도로 재편'이라고 보도자료 제목을 뽑아서 발표했다.
가만히 있던 유시민 이사장을 자기들이 조사대상에 포함시켜놓고 '3강 구도로 재편'이라고 보도자료 제목을 뽑아서 발표했다.

이후 조사에서 이낙연 총리 선호도는 수직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전 지지율을 모두 회복해 그 이상으로 선호도가 늘어났다.

반면 유시민 이사장 선호도는 항목에 추가된 이후부터 수직하락세를 이어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4위(이재명)와 큰 격차를 둔 강고한 3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고, 5월이라는 시기적 요인이 긍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복해서 강조하는데, 유시민 이사장이 조사항목으로 포함됐다가 빠지는 일련의 변화에 이 선호도 조사를 의뢰한 매체와 실행한 업체의 ‘의도’가 개입됐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전개된 상황만 놓고 보면 그렇다.

2월에 급락했던 이낙연 총리 선호도는 수직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전 지지율을 모두 회복해 그 이상으로 선호도가 늘어났고, 유시민 이사장 선호도는 항목에 추가된 이후부터 수직하락세를 이어왔다.
2월에 급락했던 이낙연 총리 선호도는 수직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전 지지율을 모두 회복해 그 이상으로 선호도가 늘어났고, 유시민 이사장 선호도는 항목에 추가된 이후부터 수직하락세를 이어왔다.

까마귀가 배 떨어진 배나무 가지를 박차고 날아갔는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치는 척 하면서 실제로 오얏을 따먹었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전개된 전체 그림은 ‘여론조사 음모론을 믿어라 믿어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를 공표하면서 함께 제시한 그래픽을 보면 이 조사가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각 후보자의 지지율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선과 후보자의 배경색으로 소속정당 상징색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소속정당 색깔을 정확히 반영한 것과 달리 유시민 이사장은 무소속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유 이사장이 포함됐던 2월부터 4월까지 리얼미터가 배포한 모든 꺾은선 그래프를 다 확인한 결과 배경색은 옅은 파랑이었고, 무소속 후보를 옅은 파랑 배경으로 제시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애꿎은 민주당 후보들의 색깔도 짚은 파랑색과 옅은 파랑색을 섞어서 사용했다.

후보들 색깔 표시가 왜 이런지 이해가 안돼서 이 취재를 시작했다.
후보들 색깔 표시가 왜 이런지 이해가 안돼서 이 취재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 뜬금없는 피해자도 있었다. 바로 바른미래당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이다.

이번 조사에서 약진하면서 4위로 올라온 유승민 의원의 배경색으로 현재 소속정당인 바미당의 상징색인 민트색 대신에 합당 전 소속 정당이었던 바른정당의 상징색 하늘색이 사용됐다.

언뜻 민주당 계열 후보처럼 보이게 표시가 된 것인데, 무소속인 유시민 이사장 배경색으로 회색이 아니라 옅은 파랑색을 억지로 사용한 여파가 번져서 유시민 이사장과 이름이 비슷한 유승민 전 대표에게 피해를 입힌 셈이다.


2. 유승민의 경우

원래 ‘차기대권 선호도’는 “이기는 편 우리편”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밴드웨건 효과’가 가장 잘 드러나는 지표이다. 누군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면 그 인기 자체가 추가 인기를 불러오는 이유가 된다.

리얼미터의 월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는 이전부터 그 조사방식과 결과 해석 때문에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이 ‘밴드웨건’ 효과를 관점으로 놓고 봐도 이상한 지점이 포착된다.

‘오마이뉴스 의뢰’ 없이 자체 조사로 진행하던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는 전체 순위를 잘 보이지 않게 처리하고 ‘범진보’와 ‘범보수’로 나눠서 발표함으로써 자한당 계열 후보들의 존재감을 실제보다 커보이게 처리했다.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결과는 어땠을까.

2018년 8월 조사 당시 범보수 진영 후보중 전체국민 선호도 조사 1위는 유승민이었다.
2018년 8월 조사 당시 범보수 진영 후보중 전체국민 선호도 조사 1위는 유승민이었다.

2018년 8월 조사에서 유승민 의원은 전체 선호도 13.5%를 얻어 11.9%에 그쳤던 황교안 대표를 크게 제쳤지만, 보수야권·무당층으로 조사대상을 좁혀서 보면 황교안 대표가 25.9%로 압도적 1위였고, 유승민 의원은 9.2%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9.9%)보다 밀린 3위에 그쳤다.

8월 발표가 영향을 미쳤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9월과 10월 조사에서는 전체선호도에서 각각 0.4%, 0.1%라는 미세한 격차로 황교안 대표가 유승민 의원을 누른 1위였다.

모든 선거는 ‘결집’과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핵심 지지층의 결집과 무당층 혹은 교차투표층으로의 확장이 모두 중요하다. 리얼미터의 차기선호도 조사 방식과 결과 해석은 ‘결집’만 잡고 ‘확장’은 버리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오마이뉴스 의뢰’가 붙기 시작한 11월 조사에서는 유승민이라는 이름이 더 아래로 밀려서 존재감이 사라져버렸다.

앞 챕터에서 지적한 선호도 추이 그래프의 상징색 선택과 함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범여권과 보수야권으로 나눠서 발표하는 것까지, 리얼미터의 보도자료들에서 ‘황교안이 빨간 진영의 대표주자다’라는 메시지를 주입하려는 집요함이 느껴졌다고 하면 과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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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2019-06-17 12:26:56
리얼미터 참 웃기는 여론조작 기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