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잡상인] 말조심 글조심…어려운 거 좀 이제는 알아라
[잡상인] 말조심 글조심…어려운 거 좀 이제는 알아라
  • 김경탁
  • 승인 2019.05.29 17:44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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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난 당신들의 쿨병과 내로남불 그리고 ‘비판의 자유’
정권 차원 블랙리스트와 시민 비판을 구별못하는 몽매함
악플 세례 아프겠지만 비판을 비판할 자유도 ‘시민권’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칸 영화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져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특히 봉 감독이 이 영화를 찍으면서 ‘52시간 근로제’를 지켰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전해줬다.

이렇게 기쁘고 좋은 소식 와중에 온라인 세상의 한쪽 귀퉁이에서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작은 소동이 몇 가지 벌어졌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에게 보낸 축전을 리트윗한 영화 관련 업체 공식 계정의 첨부 코멘트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많은 비판이 쏟아진 끝에 결국 그 업체가 공식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논란은 끝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영화계 주변에서는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봉 감독의 수상 자체를 깎아내리려는 이들이나 많은 국민들이 봉 감독의 수상을 국가적 경사처럼 인식하는 것이 너무나도 불편하신 지식인 분들이 등장했고, 이런 행태들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기시감이 느껴졌다. 

지난 1월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이 청와대에서 설선물을 받아서 잘 먹어놓고 포장에 대해 지적질을 했다가 수많은 비판과 항의를 받아 결국 사과했던 일과 거의 똑같은 패턴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한경오’로 통칭되는 소위 진보언론의 ‘덤벼라 문빠’ 도발이 떠오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 이 진보언론들의 ‘노무현 팔이’(+내로남불)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도 근본 바탕과 구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패턴을 정리하면 이렇다.

① 문재인 대통령이 특정 업계에 대한 애정과 호의를 표현한다.
② 해당 업계 관련자(당사자가 아닐 수도 있음)가 나름의 자기 전문성에 기대 ‘잘난 척’ 지적질(?)을 한다.
③ 많은 시민들이 ‘너만 잘났냐’며 그 지적질에 대해 반박 지적과 비판을 쏟아낸다.
④ 지적질했던 당사자가 사과문을 발표한다.(이 사과문이 깔끔 명쾌한 경우는 거의 없다)
⑤ 해당 업계 혹은 이와 무관한 진보쪽 인사가 ‘대통령 지지자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네’라고 비아냥거린다.
⑥ 비아냥거린 사람이 유명인이라면 ③번으로 돌아가서 반복.

앞의 사건으로 되돌아가자.

DVD·블루레이 제작업체인 ‘플레인 아카이브’는 회사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문 대통령 축전의 “수상작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습니다”라는 표현을 “영화 예술의 상대성을 고려 못한 아쉬운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업체는 곧바로 별도 트윗에서 “국제 경쟁 영화제는 기록 스포츠 경기가 아니며 칸 황금종려상은 영화의 예술/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이슈, 세태를 반영하며 심사위원단에 따라 다양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어떤 분야 수상이든 다음에는 이런 부분도 고려해주세요!:) 물론 축하할 일에는 축하를 아끼지 말아야 해요!”라고 썼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의 많고 많은 국제 영화제 중에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아서 출품을 허가받는 자체가 영광으로 받아들여지고 화제가 되는 칸 영화제에서 최고위 상을, 그것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받았다.

DVD·블루레이 제작업체인 이 회사는 그동안 공식계정을 통해 칸 등 국제영화제 수상작들을 상품화해 홍보·판촉하면서 기록 스포츠 경기 우승처럼 홍보해 왔다. 사람들은 그런 자료들을 발굴해 공유하면서 불쾌감과 어이없음을 표현했다.

대통령 축전의 문장 자체를 맥락적으로 분석해 해당 트윗 주장에 정면 반박한 글들도 여럿 나왔다. 물론 처음의 그 트윗 멘션에서 느껴지는 ‘지만 잘난 척’을 향한 불쾌감 그 자체에 집중한 목소리가 훨씬 많았다.

이 업체는 공식계정에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해당 트윗이 “형식과 방법 뉘앙스 모두 신중하지 못했고 글자 수 제한 때문에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다”면서도, 최초의 ‘아쉽다’는 주장 자체는 철회하지 않았다.

사과문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졌다. 사과 내용이나 태도가 마뜩치 않게 느껴진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사람도 등장했다.

그리고 역시나, ‘고작 말 한마디’ 때문에 사과문이 나왔다는 것에 분노하며 해당 트윗을 비판한 사람들을 싸잡아서 공격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도 많았는데 갑자기 이를 진영싸움처럼 다루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말을 ‘영화 예술의 상대성을 고려 못한’ 멘트로 느낄 수 있고 아쉬움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발언권을 제약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나라가 아니다. 적어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처럼 ‘블랙리스트’를 운영하면서 불이익을 주는 시대는 끝났다. 봉준호 감독 역시 ‘블랙리스트’로 고통 받았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에 대해 아무리 저열하고 저급한 것이어도,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 해도 ‘국민의 말할 권리’라 보고 받아들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악플을 많이 받아본 정치인’이라고 스스로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악의적이거나 사리에 맞지 않는 저급한 목소리 혹은 행태에 대해 ‘불쾌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는 것이 ‘토론’을 중단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문 대통령을 비판할 자유가 있듯이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을 비판할 자유도 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에게 악플 좀 달지 말라 해주세요”라던 기자가 있었다.

그 기자는 그전부터 ‘노룩뉴스 노룩랭킹’ 상위를 드나들었던 기자이다. 기사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는 뜻이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엄숙하고 중요한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 기회를 자기 민원 처리에 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저와 생각이 같건 다르건 상관없이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다’ 그렇게 받아들인다. 기자들도 그 부분에 대해 좀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말이 정답이다.

그러나 역시나 세상은 넓고 사람마다 생각은 다양하다. 

‘나는 문재인을 비판해도 되고,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하해도 되지만 내 비판과 비하를 비판하고 욕하는 것은 안돼’라는 이들이 이 나라 이 시대에 적지 않게 존재한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기자 김경탁'은 노무현 대통령을 끝의 끝까지 지지하고 좋아했으며 직설 대담 기사에 매우 분노했지만 노사모는 아니었다. 그래서 "노사모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라는 문장이 매우 불쾌하고 분노스럽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기자 김경탁'은 노무현 대통령을 끝의 끝까지 지지하고 좋아했으며 직설 대담 기사에 매우 분노했지만 노사모는 아니었다. 그래서 "노사모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라는 문장이 매우 불쾌하고 분노스럽다.

한겨레 논설주간을 지냈던 언론인 김선주씨는 2010년 6월 한겨레 신문에 [말조심 글조심…어렵네]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의 요지는 “두 주 전 <한겨레>에서 일어난 필화사건 때문에 마음이 착잡하다. 한겨레의 직설 대담 코너가 노사모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DJ 유훈통치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는 제목이었는데, 그것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했던 모양이고 절독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던 것이다”라는 단락에 모두 담겨있다.

김씨는 한겨레가 편집국장 명의로 사과문을 올리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절독 선언을 하는 등의 사건 전개 과정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문제가 됐던 직설 대담 코너의 언어 사용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지면 대부분을 채웠다.

이 칼럼의 마지막 문장은 “한 번도 글을 쓰면서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글을 쓰면서 벌써 쪼는 기분이 드는 것이 영 불편하다”였다.

‘남의 이야기를 쓰는 직업’인 언론인으로서, ‘타인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인 칼럼을 그렇게도 많이 계속해서 쓰면서 살아온 사람이 글을 쓰면서 쪼는 기분이 드는 게 이 이때가 처음이었다는 것이 참 놀라웠고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이 김선주 칼럼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 비판을 비판하는 소재로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칼럼으로 김선주씨 글을 꼽았었다는 것을 들먹이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노 대통령이 그 김선주 칼럼이 실리는 한겨레 지면을 마지막 몇 개월 동안 받아 읽으면서 거기에 함께 게재된 ‘산화해서 제물이 되라’고 앙앙대는 악귀 같은 글들을 읽으면서 결국 스스로를 던지고 말았다는 불행한 역사에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전 몇 개월 간의 보도행태에 대해 회사 이름을 내건 반성은 있었지만 그 개별 구성원의 자백이나 반성은 보지 못했다.

이 시대 대한민국의 지식인 사회에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자기 생각과 일치할 때는 ‘아름다운 민의’로 추앙하지만 그 목소리가 자신을 향할 때는 ‘파쇼적’이라고 평가절하를 하는 태도가 존재하는 것 같다.

물론 정신승리가 정신건강에는 좋다.

하지만 ‘지식인’ 혹은 ‘지성인’으로 존경을 받고 싶다면 최소한의 일관성은 가져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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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2019-06-09 18:59:29
기사 정말 공감갑니다. 정말 한심 그자체 입니다. 일명 지식인이니 기자니 하는 것들이 게워내는 토사물 냄새가 너무 나서 역겹습니다.

블루블루 2019-05-30 15:11:39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시민들이 자기 보다 못났다고 생각하고, 업신여기는 마음이 근저에 있나봅니다.

penny 2019-05-30 09:05:48
정말 글 잘쓰시네요 잘읽었습니다 !!!

이현진 2019-05-30 01:04:28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ㅇㅇ 2019-05-29 19:11:56
정말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림. 잘 읽었어요

어우러기 2019-05-29 18:21:53
비판할 권리 속에 비판당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특권의식일 뿐이다. 비판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비판이 직업이면 비판의 잣대에 자신을 먼저 대보는 것이 필수 자질이고 나아가 일관성은 갖춰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건 남의 비판을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지 비판당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침묵하고 있어도 비판당할 수 있다. 사안과 상황에 따라...

뉴비씨 밖에서도 기자다운 기자를 더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