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중부유럽 이야기④-헝가리 극우화의 배경
흥미로운 중부유럽 이야기④-헝가리 극우화의 배경
  • 노진탁
  • 승인 2019.05.13 08:2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우화의 문제를 따지면 오스트리아보다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 보이는 곳이 헝가리다. 현재 헝가리는 유럽에서 극우 성향이 가장 짙은 국가로 평가된다. 신선한 이미지를 선점한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와 달리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다선의원 출신에 벌써 수차례 총리에 역임했으며 강경한 민족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내에서 노회한 강경 지도자로 이미지가 굳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와 정상회담을 가진 오르반 빅토르 총리
박근혜 전 대통령와 정상회담을 가진 오르반 빅토르 총리

게르만족의 오스트리아, 대부분이 슬라브계인 여타 중부유럽 국가들과 달리 헝가리는 중세 때 중앙아시아에서 넘어온 마자르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비교적 늦게 유럽에 합류해 유목민족의 관습을 내려놓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연유로 일반적인 유럽 국가들과 다른 독특한 헝가리만의 특징들이 지금도 남아있다. 가령 이름이 앞에 오고 성이 뒤에 오는 서구적 이름 표기를 쓰지 않는다. 국가수반인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예를 들면 ‘오르반’이 성이고 ‘빅토르’가 이름이다. 또한 아버지를 부를 때 ‘아파’라고 하는데 우리말의 ‘아빠’를 연상케 하듯이 언어학자들은 헝가리어의 뿌리를 대개의 유럽어와 다르게 아시아 쪽에서 찾는다.

마르자인은 지금의 헝가리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세르비아에 퍼져 살아왔다. 이 지역은 오랜 시간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를 받은 지역이다. 이로써 오스트리아 제국이 상당히 다민족 공동체였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제국의 위기는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했을 때 찾아왔다. 오스트리아의 신성로마제국 이탈을 틈타 제국 내 소수 민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는 활로를 찾는다.

합스부르크가는 오스트리아 제국 내 게르만인 다음으로 가장 많은 민족 구성을 이루는 헝가리인들과 대타협을 맺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출범시킨다. 이 대타협은 합스부르크가의 자유로운 가풍 덕분에 이뤄질 수 있었다. 모차르트를 비롯해 고전주의 음악이 꽃을 피운 것도 합스부르크가의 아낌없는 후원 덕분이었고 그 어떤 제국과 비교해보아도 강압적인 통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내 소수민족들 내에서는 혹독한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느니 합스부르크의 지배를 받겠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당시의 영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당시의 영토

제국의 새로운 출발은 말뿐이지 않았다. 헝가리는 별도의 의회를 둘 수 있었고 오스트리아의 파트너로서 열등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이 당시 헝가리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는데 부다페스트의 화려한 관광지들이 그 때의 유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런던의 지하철과 함께 세계 최초의 지하철 논쟁을 벌이는 부다페스트 1호선도 다 이 당시 지어진 것이다.

부다페스트 지하철 1호선
부다페스트 지하철 1호선

제국 통치의 일원이었던 헝가리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공산권에 편입되었고 오스트리아와의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자본주의로의 체제 이행 이후 헝가리인들이 제국에 대한 향수를 아주 강하게 느끼는 이유이다.

헝가리 국회의사당
헝가리 국회의사당

민족이란 ‘상상의 공동체’일지 모르지만 근대 이후 민족주의는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뒤늦게 유럽에 정착해 언어와 문화에서 독특성을 유지하고 있고 제국의 일원이었다는 자부심이 헝가리의 민족주의를 구성하고 있다. 이 와중에 유럽 전체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난민 문제가 겹쳐지면서 헝가리 민족주의는 더욱 강고해졌다. 세계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헝가리도 이주민 문제로 인한 극우 포푤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 2019-05-14 14:00:35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