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 1심 판결, 특검과 성창호가 빠트린 것들
김경수 지사 1심 판결, 특검과 성창호가 빠트린 것들
  • 이재홍
  • 승인 2019.05.09 10:48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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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프로토타입’, 존재하지 않았을 확률 매우 높아
존재했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매크로 작동 수행 환경 아니었을 것
변호인은 네이버 로그와 소스코드 요구해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이 9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 심리로 열린다.

성창호 판사가 내린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은 법원으로, 광화문으로 모여들었고 온라인에서는 판결의 부당함에 대해 분석하고 알리고자 밤낮을 잊은 채 매달리기도 했다.

김경수 지사에 대한 재판은 법률 지식은 물론이고 IT 관련 종사자, 혹은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재판이다.

매크로, 서버, 로그, 소스코드 등 IT 관련 용어들이 판결문에 넘치는 것은 물론이고, 특검과 판사, 증인, 변호사의 공방을 알기 쉬운 일반의 언어로 풀이한 기사 또한 그 내용과 양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다.

칼럼을 기고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심도 있는 IT 지식을 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IT 분야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시선을 맞추어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었다.

성창호 판사와 드루킹, 허익범 특검이 어떤 논리와 근거로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일당을 공모관계로 ‘엮어’냈는지, 그 오류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서술에 앞서 글에 자주 등장할 몇 가지 IT 관련 용어는 다음과 같다.

매크로(macro) : 사용자가 사전에 등록해 놓은 일련의 동작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서버(server) : 온라인에서 특정 목적(사이트 관리, 데이터 관리 등)을 수행하기 위해 정보를 처리, 보관, 제공하는 컴퓨터

로그(Log) : 사용자의 온라인 활동(접속, 로그인, 글쓰기, 페이지 접근, 버튼 클릭 등)을 기록한 데이터

킹크랩 프로토타입 : 특검과 드루킹 일당이 명명한 매크로 프로그램의 시제품

소스코드(source code) :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한 글

프로그램 : 소스코드의 집합체

 

‘드루킹-김경수 지사는 공모관계’이므로 유죄?

1심 판결에서 성창호 판사는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공모관계' 라고 확정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공모관계 성립의 근거는 판결문에 기재된 대로 2016년 11월 9일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의 산채에 방문하여 킹크랩 프로토타입시연회에 참관했고, 킹크랩의 지속 개발을 통해 여론조작을 묵시적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창호 판사는 김경수 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는 증인들의 증언을 묵시적 승인이라 결론지었다-판결문 소결론 첫 단락

이렇게 성립된 ‘공모관계’는 특검이 주장하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이끌어가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과연 2016년 11월 9일 당시 킹크랩은 존재했으며, 김경수 지사는 이 킹크랩 시연회를 통해 네이버 댓글 추천 순위 조작을 수행하는 매크로 작동을 목격했을까?

판결문과 2018년 10월 29일 재판 수기 기록, 특검의 수사결과 보고서를 교차 확인한 결과 ‘킹크랩 프로토타입’이라는 프로그램은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으며, 만약 존재했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매크로 작동을 수행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경수 지사를 옥죄이고 있는 공모관계라는 유죄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두 개의 절단기 중 하나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항소심 첫 공판 직전, 김경수 지사 변호인이 제시한 ‘구글 타임라인’. : [단독]“김경수는 2016년 11월 9일 8시 7분에 킹크랩 시연 볼 수 없다” 

 

◇ 2016년 11월 9일 시연회에 사용된 ‘킹크랩’ 은 실재했는가?

특검이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실재함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여러 증거자료 중 두 가지의 중요한 증거가 있다.

하나는 2018년 초 네이버 측의 수사의뢰 및 특검의 조사 과정에서 특검이 입수한 ‘네이버 로그 내역’과 매크로 사용 패턴 분석 의견이다.

그리고 킹크랩 개발자인 피의자 둘리(우*민)를 통해 재개발하여 특검 수사 종료 5일 전(2018년 8월 20일) 제작한 킹크랩 프로토타입 재연 동영상 파일이 있다.

(1심 판결문 p31. 증거의 요지 中)

모든 일에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듯이 위 두 증거는 원인(매크로 행위) 과 결과(매크로 사용 로그)를 나타내는 중요한 증거임에 틀림없다.

특검 수사기록과 판결문에 언급된 이 두 증거들의 수집 시기를 확인해보면 원인에 앞서 결과물이 먼저 수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로그 분석을 통해 드루킹 일당이 개발을 계획 중이던 매크로의 테스트 기록을 먼저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재연 동영상을 ‘맞춤 제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때문에 재연 동영상 파일이 증거로서의 효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지난달 25일 열린 항소심 3차공판에서 특검은 재연 동영상에 대해 ‘둘리(우*민)가 실제 코딩기술을 보유했는지에 대한 검증 수준으로 3시간을 주고 대충 만들게 한 것’이라고 말한다. 1심에서 핵심적 증거인 양 제출한 ‘재연 동영상’과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다시금 분노가 일어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항소심에서 김경수 지사 변호인 측에서 관련 자료 열람 및 분석을 요청한 상황이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 진상 및 수사결과 p24 발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시연 당시 사용된 노트북의 패스워드를 해독하여 소스 파일을 확보하였다고 수사보고서에 분명하게 명시를 한다. 이는 네이버 로그 기록보다 더욱 강력한 증거다.

그럼에도 특검은 이 소스파일을 매우 등한시한 것으로 보인다. 3시간을 제공해서 대충 만든 엉터리 프로그램으로 시연 당시를 재연하여 이를 녹화한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했으니 말이다. 피의자의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만큼 움직일 수 없는 강력한 증거가 1심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음은 더욱 할 말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시연 당시에 ‘킹크랩 프로토타입’이라 명명될 만한 프로그램이 존재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특검은 소스코드 파일과 네이버 로그에서 ‘네이버 아이디 3개가 순차적으로 공감 클릭을 반복한 내역이 같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판결문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소스코드 파일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퍼포먼스성 동영상 제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스파일을 토대로 재개발한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증거로 제출하여 기능을 입증해야 하지 않았을까?

개발자의 입장에서 정말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특검과 판결문이 주야장천 떠드는 ‘3개의 네이버 ID가 순차적으로 공감 버튼을 클릭한 네이버 로그 기록’은 온라인상에 떠도는 흔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의 무의미한 로그 기록이다.

킹크랩 프로토타입이 저들의 주장처럼 실재한다면, 이런 당연한 의심이 들지 않도록 실물을 증거로 내놓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오히려 특검 측에 더없이 유리한 증거 아닌가?

시연회 당시 킹크랩 프로토타입에 해당하는 ‘어플리케이션’ 또한 필히 거론되어야 할 증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개발자인 둘리(우*민)의 증언에 의하면 시연회 당시의 킹크랩은 스마트폰 내에 설치하는 어플과 이를 컨트롤하는 PC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이 이 두 증거물을 모두 확보한 상태임에도 1심 재판정에서 이를 재연하지 않은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만약 이 ‘어플’이 확보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소스코드 파일 일체를 확보하였다면 프로토타입을 재구성하여 ‘어플’을 다시 만드는 것은 특검 수사팀(IT관련 수사관들)에겐 일도 아닐텐데 말이다.

뭔가 장황하게 설명하였지만 결론을 요약하자면,

킹크랩 시연회와 김경수 지사의 연관관계(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킹크랩 프로토타입 정상 작동 여부를 입증해야 하고, 당시 네이버 로그와의 연관성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 측에서 이를 감추려 한다면 변호인 측은 네이버 로그 뿐만 아니라 ‘소스코드 파일’을 요구해야 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은 소스 파일을 통해 검증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으로 재판에 참여하지 못한 입장에서 소스파일을 접할 방법이나 기회는 없다. 대신 킹크랩 개발자인 둘리(우*민)의 재판 증언 기록과 특검의 수사기록, 1심 판결문을 토대로 약 2~3주간 들여다 보았고 기술적으로 아귀가 안 맞는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기회가 닿는다면, 그리고 항소심의 진행과정을 지켜본 뒤 풀어보고자 한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대단한 기술인듯 포장되어 기사로 쏟아져 나왔음을 관심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다 기억할 것이다. 둘리, 초뽀, 드루킹, 서유기 등등 헛웃음을 자아내는 피의자 닉네임들과 함께 대중을 현혹시킨 것도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김경수 지사의 1심 재판은 부패한 사법권력과 특검, 당내 알력 다툼, 그리고 이를 확산시킨 언론 등을 통해 상대적 소수인 지지자들에겐 애간장을 녹인 재판이었고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다. 상식과 정의가 지켜지는 판결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더해본다.

일반적 매크로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재연 가능한 네이버 로그 기록을 성창호 판사는 킹크랩 프로토타입과 연관지어 판결하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심 판결문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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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멍 2019-05-09 18:28:52
It 관련용어 설명있으니까 더 읽기 편하네요.
프로그램이 소스코드의 집합체였군요 ㄷㄷ
잘 읽고갑니다.

해바라기 2019-05-09 18:10:18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경수 지사님 응원합니다.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콩이 2019-05-09 14:28:01
와 너무 쉽게 이해가 됐어요

Beradin 2019-05-09 13:26:42
두서 없고 부족한 글, 세심히 정제하여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우러기 2019-05-09 13:15:17
오 경수찡 2심공판에서 꼭 잘 다뤄야 할 쟁점들인데 유용하게 읽혀지면 좋겠습니다.

딘님 므쨍이!

문사랑 2019-05-09 12:50:57
좋은 글 고맙습니다.
드루킹과 접촉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고통당하고 계시니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ㅠㅠ

우공이산 2019-05-09 11:51:29
컴알못도 이해시키는 명문입니다!

양방향덕질리다덕 2019-05-09 11:35:17
와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