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이사장과 구좌파의 기묘한 동거
유시민 이사장과 구좌파의 기묘한 동거
  • 장정현
  • 승인 2019.05.04 15:0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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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그의 정치 이력은 정체성에 걸맞지 않게 구좌파들과 함께 해
그들과의 친분관계, 좌파에 대한 동경이나 애착 혹은 부채의식이 남아서 그런건 아닌지 추측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3일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행사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뉴비씨)

지난달 28일 게재된 권순욱 기자의 칼럼에서 지적했듯, 유시민은 소셜 리버럴, 즉 사회적 자유주의자를 자칭한 바 있다. 사회적 자유주의의 계보는 사상적으로는 J.S 밀로부터 시작해 그린과 홉하우스를 거쳐 존 롤스로 이어진다. 또한 경제 모델로서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로, 유럽 독일에서는 전후 라인강의 기적을 만든 에르하르트의 '사회적 시장경제'로 나타나며 이는 DJ 이래 민주당이 지향하는 경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가 경제학을 독일에서 공부한 점, 그리고 한미 FTA에 찬성한 점, 무엇보다도 그의 여러 저서에서 드러난 바 유 이사장의 정체성이 사회적 자유주의자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노통 서거 후 그의 정치 이력은 통합진보당을 거쳐 정의당에서 활동한 데서 보듯, 사회적 자유주의자로서의 정체성에 충실했다기보다는 좌파 사회주의자들과 궤를 같이 해온 점이 묘하다.

사실 사회적 자유주의자로서 사민주의자들과 함께하는 것까지는 이해할만하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사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의 사이에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경제 정책으로는 큰 차이가 없게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민주의를 당헌에 명시한 정의당은 그렇다 쳐도, 통진당은 그보다 훨씬 더한 진성 구좌파들도 함께하는 당이 아니었던가? 그러다 결국 '아메리카노 사건'(경기동부연합으로 대표되는 당내 구좌파로부터 '아메리카노 좋아해 회의마다 커피 심부름 시키는 유시민은 노동자, 농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라고 공격받은 황당한 사건)도 일어났다. 통진당에 있던 경기동부연합의 수구좌파성이야 얼마 후 벌어진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과 그로 인한 당 붕괴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도 잘 알게 됐으니 그렇다 치자. 결국 그들과 결별하고 노회찬, 심상정 등 비교적 온건한 사민주의자들과 함께한 정의당에서조차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간판격 정치인이었고 참여계의 수장이었던 것에 비하면 입지가 좋지 않았고 그나마도 갈수록 좁아졌다.

그 이유에는 참여계가 '조직' 자체에 부정적이다 보니 타 계파보다 조직화가 안 된 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근본적 사상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사실 사민주의는 사회주의 계열에서 가장 온건하고 대중적인 노선이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의제 민주주의를 존중하며 경제 정의 및 복지와 재분배에 관심이 크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정책적 차이도 적다. 게다가 고 노회찬 전 의원은 사민주의자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온건한 정치인이었다. 그래서인지 유 이사장과 고 노 전 의원은 정의당에 동거하면서 그럭저럭 죽이 잘 맞았던 편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고 노 의원과 유 이사장은 구좌파 성향이 짙은 나머지 정파들로부터 한통속으로 묶여 찬밥 취급받던 처지였던 것은 정의당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라면 다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사회적 자유주의와 사민주의가 현실적 접점이 상당하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출발점이 전자는 자유주의, 후자는 사회주의로 180도 다르고, 그래서 양 지지자들의 철학적 세계관이 근본적으로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 필연적인 결과였다.

짧은 칼럼에서 그 부분을 자세히 논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 하나만 지적하자면, 사회적 자유주의는 어쨌든 자유주의 사상이기 때문에 분배를 고민할지언정 기본적으로 자유 경쟁,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인정한다. 하지만 사민주의의 궁극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회(공산)주의다.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 있어 기존 사회주의의 정석인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거부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준수하며 평화적인 개혁을 통해 실천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래서 사민주의자가 자본주의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엄격히 말해 '잠정적 타협(Modus Vivendi)'일 따름이다. 그러니 가장 온건한 부류인 사민주의자들과의 동거조차도 일시적으로 가능한 것일 뿐, 어차피 끝까지 함께할 수는 없는 운명이었다. 그나마 대중적인 사민주의자들과의 동거조차 이런 근본적 차이 때문에 찬밥 취급 받기 일쑤였는데, 커피와 콜라를 '미제의 구정물' 로 취급하던 경기동부 등 강경 NL들과도 함께 했던 통합진보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자체 붕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듯 유 이사장은 자유주의자로서의 정체성으로는 함께 하기는커녕 이해하기도 어려운 구좌파들과 부대끼며 아메리카노 사건 같은 못 볼 꼴마저 보면서까지 한배를 탔는지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국민참여당의 출발이 노무현 대통령을 버린 민주당에 대한 원한(?)이 바탕에 깔렸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이후 정치 행보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념적 정체성에 충실할 거면 '주류에서 벗어나면 고생만 하고 되는 것도 없으니 큰 흐름을 따르라'던 노문현 대통령의 말씀(개인적으로 중도 실용적인,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과 큰 틀에서 숲을 보는 사고를 드러내는 말씀이어서 좋아한다. 노 대통령은 꼬마 민주당 시절에도 '3김청산' 같은 구정치 극복도 중요하지만 역사적으로 보아 호남 지역차별 문제와 수평적 정권교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 판단해 DJ를 지지하고 나섰다.)을 받들어 민주당에 남아 당내 개혁에 매진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열린우리당 실패 후 노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았던 정동영 일파와 그 지지자들, 그리고 민주당 낡은 정치인들에 대한 감정, 아울러 친노무현 세력이 추구했던 또 하나의 핵심가치인 당원 중심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였다면 권순욱 칼럼에서 지적했던 대로 소수정당을 감수하고서라도 국민참여당을 최대한 끌고 나갔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민주당의 개혁을 외부에서 견인해 언젠가 다시 합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었다.

대놓고 계파정당으로 퇴보한 통합민주당 못지않게, 형식적으로는 당원 민주주의가 도입됐어도 구좌파 운동권 조직이 이합집산으로 뭉친 통진당이 대중적 참여 민주주의를 구현할 그릇이 되지 못함은 당연했다. 결국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동으로 붕괴했다.

그런데도 고 노회찬, 심상정 의원 같은 사민주의자나 그보다 훨씬 더한 구좌파들과 한 배를 탄 것은 위에서 말한 이념적 차이에 주목하지 않더라도 노통을 따르던 일반 시민들로서는 본능적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현실 정치인으로서 이래저래 숱한 비판을 받았지만, 그래도 노 대통령의 호위무사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 때문에 그 자산을 물려받았던 사람이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등의 문제로 노 대통령을 '미제의 주구'로 취급하던 자들과 함께 하는 걸 어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유 이사장이 이렇게 기묘하면서도 불편하기 그지없는 동거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는 표면적으로 내세운 현실적, 합리적 명분 말고도 심상정, 노회찬 등과의 친분관계에 더불어 대학시절 학습한 구좌파 이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거나, 부채의식이 남아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한다. '저들은 저렇게 아직도 소외된 사람들과 더불어 밑바닥에서 고생하며 투쟁하는데 나는~'이라고 하는 윤리적 부채의식 말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어어어' 발언에서도 구조적 요인과 기층 민중의 역할을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정치인의 리더십은 경시하는 좌파적 사고방식이 엿보인다. 이렇게 추측하는 것은 나 역시 유 이사장처럼 현재 사회적 자유주의자지만, 한때 탐독했던 마르크시즘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후대 지식인들이 그러했듯 마르크스처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상가에 한번 심취하면, 설사 지금은 더 이상 마르크시스트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더라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구좌파에 대한 내면 정리가 덜 되어 제대로 선 긋기가 안된 결과, 기묘한 동거가 이루어졌고 최근의 노무현재단 논란을 일으키는 발단이 되었지 않나 싶다.

현재 유 이상은 정계에서 은퇴하고 정의당 당적마저 정리한 상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구좌파들과 엮인 질척한 늪에서 빠져나와 깊게 성찰하여 스스로의 정체성에 충실하길 바란다. 한때 인터넷을 풍미한 유명 만화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처럼 말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무책임하다 평가할 수도 있는, 부정적으로 말하면 유 이사장을 끝까지 신뢰한 참여계까지 볼모로 끌고 이 당 저 당 만들고 합치고, 들어갔다 깨고 나오는 온갖 평지풍파 끝에 정계은퇴로 마무리된 그의 정치 이력처럼 들어갈 땐 마음대로라도 나오는 건 아니라서 그러는가? 그리고 그렇게 사회적 자유주의자로서의 정체성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노무현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스스로를 '좌파 신자유주의'라며 한탄하시던 그 분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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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 2019-05-14 07:04:53
이게 도데체 말이냐 막걸리냐

김지완 2019-05-05 05:55:34
이론적 이념과 배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같은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 덕분에, 구좌파의 내재적 한계와 유이사장의 실패한 정치의 근원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유이사장의 친노 이미지가 허상에 가까운 연유도 많은 설득력이 있네요.
유이사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입장에서 이글에 대한 유이사장의 반박문 내지 해명문 같은글도 보고 싶군요.

김수원 2019-05-05 00:50:29
뉴비씨를 제외한 우리나라 모든언론(예를들면 조중동이던 한경오던 kbs던 mbc던 ytn이던 tbs던 간에)은 이명박근혜하고 이재명, 이해찬, 유시민, 자한당, 바미민평즈엉이당, 입진보단체, 극우단체한테 깡돈쳐받아가면서 누가 기싸쓰라하면 쓰는데로 써버리는 개돼지 집단들임. 하루빨리 뉴비씨를 제외한 모든언론들은 강제폐간시켜서 기레기새끼들을 후쿠시마원전에다 매장시키거나 태평양에다 수장시켰어도 이나라는 웬만한 유럽도울고갈 선진국으로 환생할듯

정윤회 2019-05-04 20:42:35
이런 기사는 뉴비씨만 씀.
아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