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축출(?)’이 안타까웠던 매경의 라면 칼럼
‘조양호 축출(?)’이 안타까웠던 매경의 라면 칼럼
  • 김경탁
  • 승인 2019.04.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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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국민연금 재선임 반대 의결권 주도했다면 ‘위헌’ 주장
복지부 “간여 안했다”…주주분과위원들 “명예 심각히 훼손했다”
조양호, 등기이사 낙마했지만 회장직 유지로 거액 연봉 적립 중
‘위헌 주장’이 오히려 상법 369조 위배이자 헌법 11조 위반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종종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 중에 ‘라면 칼럼’이라는 것이 있다.

“~가 사실이 라면 문제”라는 식으로 근거 없이 이중 삼중의 가정법을 동원해 정부의 정책과 핵심 인사들을 공격했던 대한민국 언론 특유의 기사작성 스타일이다.

대한항공의 기업가치에 심각한 위해를 저질러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것이 너무나도 분하고 원통했었는지 매일경제신문(이하 매경)이 오랜만에 ‘라면 칼럼’을 들고 나왔다. 조 회장의 재선임 실패를 복지부에서 주도한 것이라면 ‘위헌’이라는 것이다.

매경은 지난 3일자 신문 38면 톱에 ‘[김세형 칼럼] 조양호 축출, 복지부 주도라면 위헌’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인터넷 판을 기준으로 보면 4월 2일 오후 10시 25분에 최초입력해, 4월 3일 오후 1시 34분에 최종수정이 이루어진 기사이다. 칼럼을 쓴 김세형은 매경의 논설고문이라고 한다.

칼럼의 요지는 “국민연금 표는 기권이 옳은데, 복지부가 반드시 결론을 내달라고 간여했고, 조양호 회장 선임의 건에 대한 반대는 대통령의 지시를 복지부장관이 완수한 것으로, 조양호 아웃은 국민연금 자율이 아니라 복지부의 힘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위원들의 논의에 간여하지 않았다”며 “위원들은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운영규정’ 등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논의했다”고 반박했다.

문제의 칼럼은 “땅콩회항, 물컵세례가 자초한 대중의 분노로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에서 아웃됐다면 리벤지는 충분히 된 셈이다”라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가정은 전제 부분에서 너무나 많은 부분을 생략한 것이고, 뒷부분의 결론도 허구를 담고있다.

우선 땅콩 회항, 물컵세례 같은 ‘재벌 갑질’(사례가 이 둘 밖에 없는 것도 아니지만)은 대한항공의 기업 가치와 이미지를 바닥으로 추락시켜 회사 주가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쳤다. 이는 조 회장의 연임 실패 후 1주일 동안 수직상승한 주가를 통해 충분히 증명되는 부분이다.

196억원대 납품비리를 비롯해 회삿돈으로 자택 경비 등 자잘한 것들을 합쳐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양호 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대한항공에서 성실하게 근무했던 것도 아니다.

그의 이사회 출석률은 71%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은 사외 등기이사의 직전 임기 동안 이사회 출석률이 75% 미만일 경우 선임에 반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 조 회장이 2015년 주총에서는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퇴직금 지급 규정을 신설해 통상 1년에 1개월분 월급이 적립되는 퇴직금을 6개월분씩 적립되도록 했다. 이전까지 대한항공은 부사장 이상 직급에 대해 4개월분 퇴직금을 적립해주고 있었는데 이걸로 만족하지 못한 것이다. 

돈이 얼마나 없었으면 자택 경비도 회사 경비로 하셨다는 불우이웃 조양호 씨
돈이 얼마나 없었으면 자택 경비도 회사 돈으로 하셨다는 불우이웃 조양호 씨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당시, 국민연금은 이 조항 신설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연한 일이다.

말이 나온 김에 언급하자면, 국민연금은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11년과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4년 주총에서도 조 회장 연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그룹계열사들에 대한 과도한 겸직이 핵심 이유였다.

조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회사중에는 대한항공을 핵심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 사내이사 직이 있다.

그리고 이 한진칼의 지난달 29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오른팔이라는 석태수는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했고, 국민연금이 제안한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확정된 이사는 직을 박탈’하자는 안건은 부결됐다. 조 회장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도 자리를 보존할 것이란 뜻이다.

‘퇴직금’ 이야기로 잠시 되돌아와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선임에 실패했지만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막대한 월급과 함께 1년에 6개월치의 퇴직금이 차곡차곡 적립되고 있다는 말이다.

조 회장의 퇴직금 문제는 경제개혁연대가 3일 문제를 삼으면서 여러 메이저 언론에서도 기사화했지만 대한항공이 이 규정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

일단,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것은 대한항공의 정관이 연임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일 뿐, 조 회장 연임에 찬성한 64%는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우호지분 과반을 훌쩍 넘는다.

더욱이 퇴직금 규정을 2015년 주총에서 변경했던 것처럼 다시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내년 주총까지 기다려야하는데, 그때까지 ‘반 조양호’ 성향의 주주 비율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다시 이 글의 메인 테마인 매경 라면 칼럼으로 돌아가자.

칼럼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장은 “그러나 대중의 쌤통심리와는 별개로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재산권 보호와 시스템 안정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며 “순전히 국민연금이 조양호를 대한항공에서 몰아낸 시스템 작동원리에 초점을 맞춰 고찰해 보자”는 것이다.

주총에 앞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의 격론 와중에 기권과 반대가 4대 4 동수여서 결론을 내지 못하던 시점이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기권이 옳다”고 주장한 칼럼은 “그런데 복지부가 반드시 결론을 내달라고 뒤에서 간여했다”는 의혹을 덧붙였다.

이어 전문위가 최종 결론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에 대해 칼럼은 [문재인 대통령이 “불법 탈법을 일삼는 대기업은 국민연금이 주총에 참석해 적극 의결권을 행사토록 하겠다”는 지시(1월 23일)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그렇게 완수하게 됐다. 결국 조양호 아웃은 국민연금 자율이 아니라 복지부의 힘으로 된 셈이다.]라는 해석을 제시했다.

일단, “기권이 옳다”는 칼럼의 주장은 전혀 옳지 않은 주장이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은 전문위 위원 과반수의 동의로 ‘찬성·반대·중립·기권’ 중에 결정되는데, 과반수 동의가 없는 경우라도 이를 바로 ‘기권’ 처리 하지 않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특히 “특정한 결정을 내리도록 간여하지 않았다”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명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 칼럼과 관련해 전문위 산하 ‘주주권 행사 분과 위원’(재적 총 9인중 7인, 이하 주주권분과위원)들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추측성 칼럼으로, 당사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입장문에서 주주권분과위원들은 우선 칼럼 내용 중 ‘복지부가 반드시 결론을 내달라고 뒤에서 간여했다’는 부분에 대해 “복지부는 찬성·반대·중립·기권 중 결정을 해달라는 취지였으며, 특정 방향으로 결정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주주권분과위원들은 또한 ‘대통령의 지시를 장관이 완수하게 됐다. 결국 조양호 아웃은 국민연금 자율이 아니라 복지부의 힘으로 된 셈’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기금운용위원회 운영규정,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운영규정,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등에 따라 철저하게 독립적 의사결정을 해 왔고, 이번 사안도 규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으며, 복지부 장관이나 공무원의 의사와는 무관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주주권분과위원들은 특히 “칼럼의 내용을 보면, 위원회 위원들이 압력을 받아 위원회는 정해 놓은 결정을 추인한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 위원회의 권위와 위원 각자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며, “차후 이와 같은 추측성 칼럼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전체 자산의 약 35%를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웬만한 대기업 지분 9%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주식시장을 안정화시키고 경영권 위협이 발생할 때마다 백기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국민연금에게 국내주식을 다 팔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매경의 논설고문이다.
전체 자산의 약 35%를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웬만한 대기업 지분 9%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주식시장을 안정화시키고 경영권 위협이 발생할 때마다 백기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국민연금에게 국내주식을 다 팔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매경의 논설고문이다.

한편 이 칼럼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위헌’이다.

뉴라이트 단체 활동을 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한 대학 교수의 “조양호를 몰아낸 건 헌법 126조 위반”이라는 주장을 인용했지만, 제목에까지 쓴 것을 보면 칼럼 필자인 김세형 씨 본인의 의견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김세형 씨는 칼럼에서 “기업의 대주주 지위는 자본주의의 핵심이며 이를 제한할 때는 거의 헌법적 무게를 지닌 확실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연금 측은 기금운영위의 운영규정 21조에 따랐다고 한다. 이 규정은 일개 과(課)가 만들었지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세형 씨는 이어서 “의결권전문위가 한 그룹의 총수를 쫓아내는 투표를 할 권한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김씨의 이 질문에는 쉽게 답변할 수 있다. 그 그룹 총수가 등기이사 재선임에 실패했을 뿐 회장직에서 쫓겨난 적이 없다는 것은 앞부분에서 지적했으니 일단 넘어겠다.

김씨가 모르겠다는 그 ‘법적 근거’는 상법 제369조(의결권) 1항이다.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는 주주평등 혹은 주식평등 원칙을 담은 조항이다. 주주가 소유하는 주식수를 기준으로 평등대우를 하는 것은 우리 현행 상법에서 규정한 원칙이다.

“기업의 대주주 지위를 제한할 때는 거의 헌법적 무게를 지닌 확실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김세형 씨의 주장은 대한민국 상법에 대한 위배이라는 말이며, 동시에 오히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위반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헌법 제11조는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씨의 주장을 쉽게 풀어서 말하면 ‘기업의 대주주’라는 사회적 특수 계급을 창설해서 상법에서 규정한 주주평등주의에 적용되지 않는 예외로 차별적으로 인정·보호해줘야 한다는 소리이다. 이게 위헌이 아니면 뭐가 위헌이겠는가.

마지막으로, 김씨가 인용한 뉴라이트 교수의 ‘위헌’ 주장도 한번 짚어보자.

이 주장의 요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불법 탈법을 일삼는 대기업은 국민연금이 주총에 참석해 적극 의결권을 행사토록 하겠다”는 지시 및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헌법 126조에서 말하는 사영기업의 국유 또는 공유 이전이나 경영 통제 또는 관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의 전제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다.

불법 탈법을 일삼는 대기업에 대한 통제에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상법상 규정된 주주의결권을 행사하는 제한된 범위로 이뤄졌고, 전술했듯이 대한항공 및 계열사들의 경영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못했다.

오히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것은 불과 1년 전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불법적으로 사용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름만 바꾼 구 에버랜드)의 합병을 승인하는데 힘을 보태 3천억원의 손실을 얻었던 일이다.

이 논리를 제공해준 뉴라이트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인 양준모다.

양씨는 2월 18일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개최한 ‘대한민국 총체적 위기, 어디까지 왔나’에서 경제분야 발제를 맡았고, 한국판 ‘티파티 운동’을 꿈꾼다며 3월 27일 발족한 ‘행동하는 자유시민’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요즘 박근혜 코스프레중)과 함께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한편 김세형 씨는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경영권을 행사토록 한 선진국의 연금사회주의 선례도 찾을 수 없다”며, “더욱이 조양호는 아직 재판 중이라 대통령이 강조한 불법·탈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주장에 대한 반박은 지난달 27일 썼던 기사 [전경련의 ‘시장’은 행패를 제지하지 않는 ‘저자거리’ 뜻하나]를 링크하는 것으로 갈음하겠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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