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공수처 기소권, 포기하면 지는 거다
공수처 기소권, 포기하면 지는 거다
  • 장정현
  • 승인 2019.03.28 11: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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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확보하든 나중에 확보하든 각기 일장일단
검찰 무소불위 권력의 원천인 기소독점을 깨기 위해 반드시 필요
현 시점에서 선거법 양보하고 기소권 빠진 공수처 도입하는 것은 손해 막심

뉴비씨 권순욱 대표 기자의 도발적(?)인 칼럼으로 촉발된 공수처 논쟁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 먼저 정리해둬야 할 점은 일단 공수처호를 띄워야 한다는 권기자의 입장 역시 최종적으로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확보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 입장이므로 양자간 입장 차이가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공수처를 완성하는 길로 가는 수단과 방법에 대한 문제이고, 협상 과정과 전략에 있어서의 이견일 뿐이다.

이를 전제로 확실하게 말해두자면, 설령 권 기자 주장처럼 기소권을 제외하고 일단 공수처를 설립해놓는 방향으로 간다고 할지라도 최종적으로는 기소권을 공수처에 가져와야 한다.

어차피 현재 검찰이 독점 중인 기소권을 쪼개어 그 일부를 나누는 것이지, 그 전체를 통째로 공수처가 빼앗아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수사 및 기소 대상은 고위공직자에 한정되어 있다. 나머지 일반 범죄자들은 여전히 검찰과 경찰의 관할이다.

같은 원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또한 검찰은 기소만 하고 수사는 경찰이 독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생각한다. 공수처는 물론 검찰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사권 일부는 쥐고 있는 편이 낫다고 본다. 독점 권력을 쪼개고 나눠 상호 견제와 균형을 구현하는 것이 공화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공수처 설립의 핵심 목적은 검찰의 기소 독점을 타파하는 것으로, 현재 검찰이 갖는 무소불위 권력의 요체가 바로 거기에 있다. 최근 불거진 김학의 사건 뿐만아니라, 불과 몇 달 전에 우리는 경찰이 다 잡다시피 한 혜경궁김씨를 검찰이 그냥 방생해 주는 꼴을 목도했다. 그러니 기소권을 쪼개서 공수처가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점은 타협 불가의 원칙이다. 

다음으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지 않고 공수처만 출범시키거나, 공수처 없이 검경 수사권만 조정할 경우 양자구도가 탄생하는 데, 그것은 마치 시소와도 같아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기 쉬워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양자구도는 갈등이 증폭되는 경향이 있어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는 등 쓸데없는 소모가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날의 미소 냉전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수처 출범과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완성해 삼각 견제 구도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바미당 안을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는 명분 면에선 양쪽 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음으로 따져야 할 것은 이해득실과 기술적인 측면이다.

민주당은 이미 선거법 협상에서 소수 야당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양보'를 했다. 그렇다면 '주고 받기' 차원에서 뭔가를 얻어와야 하는데 그 대상이 바로 공수처 법안이다. 그런데 그게 기소권이 빠진 공수처라면 수지 타산이 너무 맞지 않다. 게다가 공수처는 야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법 개정 문제처럼 밥그릇 문제와 결부된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을 떠난 것으로서 국민 80% 이상이 지지하는 대의명분이다. 국회에 공수처장 임명권을 주겠다는 조국 수석의 제안처럼 활동하기 따라서는 집권 여당과 청와대에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법안지만 이를 전부 감수하고 역사적 대의를 쫓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껍데기 뿐인 공수처와 맞바꾼다면 손해가 너무 막심하다. 

무엇보다도 협상 기술 관점에서 매우 좋지 않다. 바미당의, 정확히는 유승민 일파의 생떼를 그냥 받았다가는 호구 소리 듣기 딱 좋다. 그들의 부적절한 행위를 보상하는 꼴이 되어 협상 주도권을 날려버리고, 부적절한 행위도 통한다는 신호를 보내게 되므로 차후 모든 협상에 걸림돌이 될 자충수다. 이럴 때는 협상의 달인 트럼프 말마따나 배드딜을 하느니 차라리 노딜이 낫다. 그는 언제든 협상 테이블을 떠날 각오로 테이블에 앉는다 했으며, 고수들끼리는 통하는지 한미 FTA를 비롯 대외 통상 협상의 전권을 쥐고 좋은 성과를 거둬 온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도 통상교섭에서 항상 그런 마음가짐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제 총선까지 고작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요즘 민주당 지도부를 보면 더 이상 시간이 우리 편은 아니다는 느낌도 들기는 한다. 그래도 여전히 큰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현 선거법 아래에서는 어쨌든 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악의 경우에도 현재 구도의 연장일 따름이다. 따라서 손해를 감수하고 '당장'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낮다고 본다. 물론 반대로 1년 후 총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결과적으로 공수처를 출범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정병욱 시민기자의 의견 등 절대 다수의 의견처럼 기소권을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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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사 2019-04-03 16: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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