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칼럼] '수사는 공수처, 기소는 검찰', 참여정부 법안이었다
[권순욱칼럼] '수사는 공수처, 기소는 검찰', 참여정부 법안이었다
  • 권순욱
  • 승인 2019.03.26 11:13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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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참여정부 제출 법안, 수사는 공수처-기소는 검찰
당시 민주노동당, 유명무실한 제도라며 끝까지 반대
노무현 대통령 퇴임과 함께 자동폐기, 검찰 견제장치 없이 15년 흘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둘러싼 논쟁은 더 가열차야 한다. 다만 토론 과정에서 ‘이것만이 정답’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 이는 토론을 가로막는 행위이고, 반민주적인 행태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제안도 가능해야 한다. 이건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3월 25일자 칼럼에서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수사는 공수처가, 기소는 검찰이 하는 절충안을 받자고 받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정병욱씨가 ‘아직은 타협할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론을 주셨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반론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이 취지에서는 공수처법만이 대안은 아니다. 전체를 봐야 한다. 요지는 권력 분산이다. 그 측면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라는 대안도 존재한다. 공수처법 하나만 볼 필요는 없다. 두 개를 묶어서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일반 사건의 수사는 경찰이 하고, 고위 공직자는 공수처가 하면서 검찰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큰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등 법치주의 선진국들처럼 검찰은 기소권만 갖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궁극적인 검찰개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공수처법안에 있어서 기소권을 검찰에게 주는 방안이 아주 잘못된 선택도 아니다.

더구나 ‘수사는 공수처가, 기소는 검찰이’라는 이 방안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법안으로 제출했던 방안이기도 하다. 2004년 11월 참여정부는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를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한나라당의 극렬한 반대와 상설특검제를 주장한 민주노동당의 반대 속에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 당시 민주노동당이 참여정부의 공수처법안을 반대한 논리 중에 하나가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것이었다. 2019년 현재 공수처법안에 기소권을 무조건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와 똑같다.

2004년 당시 참여정부는 일단 공수처를 출발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절충안을 선택한 것이다. 이 법안은 검찰이 불기소를 할 경우를 대비해서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웠다. 공수처는 국가청렴위원회 소속으로 하고, 공수처장은 정무직, 차장은 특정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도 아닌, 국회 산하도 아닌 국가청렴위원회 소속을 둔 것이다.

어떻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반대 속에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수처 설치는 무산되고 말았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바뀐건 아무것도 없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공수처법안 대신 ‘특별수사청’이 등장했다가 역시 검찰의 반발과 국회 법사위 로비로 무산됐고, 공수처법안은 늘 발의는 됐지만 자동폐기됐다.

이 문제는 공수처만 쳐다보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절대적인 진리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고, 그 어떤 선택도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어떻든 공수처법안은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과 같이 묶어서 봐야 한다. 두 개의 개혁과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검찰 권한 약화다. 그래서 일반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이 갖고, 고위 공직자는 공수처가 수사를 하게 되면 검찰은 사실상 수사권이 형해화된다.

그래서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른미래당에 역제안을 하자. 바미당이 제안한 ‘수사는 공수처가, 기소는 검찰이 하는 절충안’을 받고, 여기에 검경수사권 조정까지 패스트 트랙에 태워 보내자고 역제안을 하자. 검찰개혁은 더 늦춰서는 안된다. 지금 패스트 트랙에 태워도 10월이다. 더 늦어지면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서 빨라야 2020년 6월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다.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다는 보장은 있는가?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2021년으로 넘어가면 대선 정국이 시작된다. 공수처법은 시간이 별로 없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현명한 전략과 결단이 임박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만약 바미당의 절충안을 수용한다면 이런 결정 자체도 충분히 고뇌에 찬 결단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를 선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괴물이 된 검찰이 웃고 있다. 이번에 어떻게든 검찰의 힘을 조금이라도 빼놔야 한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개혁과제가 있는가? ‘절반의 공수처는 차라리 하지 말자’는 과격한 주장보다 검찰을 즐겁게 하는 주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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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퓨터 2019-03-26 21:52:49
배경 조건 상황 모두가 다릅니다.
권력의 힘으로 덮였던 고위공직자의 범죄가 드러나고 있고
온 국민이 분노하는
이 시점에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는게 옳다고 봅니다.
지금 시점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걸로 생각됩니다.
국민적 열망을 반영해서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정병욱 2019-03-26 19:17:02
대표님의 의견에 대한 좋은 추가 보충 설명 감사합니다! 치열하되, 공정한 토론으로 검찰개혁이라는 목적을 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그리고 잘 이룰 수 있을지 함께 지성을 맞대고 고민해볼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kwak 2019-03-26 18:15:55
노무현대통령님도 과연 기소권없는 공수처안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당시 대통령이랑 막갈 정도의 힘을 가졌을 때랑 지금은 다르지 않습니까?

Phd.Kim 2019-03-26 17:22:05
그 당시의 (참여정부 때) 시대정신이 수사권만 있어도 되는 공수처 였을 지 모르나,
현재의 시대정신은 수사권 및 기소권이 필요한 공수처라고 생각되네요
시간이 흐르면서 법과 제도도 바뀌는 것 처럼 당시의 공수처 안이 만고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김상훈 2019-03-26 16:27:09
궁금한것이 지금 현재도 경찰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는것 아닌가요?
검찰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고위공직자 수사를 할때 (특히 검사) 사실상 수사권이 제한된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공수처는 수사지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것이라면 권순욱 대표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결국 검찰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게 불기소 처분해 버리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네요.
수사권 기소권 모두 필요한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때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워낙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대통령님도
어쩔수 없이 선택한 방안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공자 2019-03-26 14:40:06
참여정부 법안이였어도 기소권 빠진 공수처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기소권을 여전히 검찰만 가지고 있다면
문대통령님 퇴임후 어떤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절대 검찰과 야당에게 물러서고 싶지 않습니다.

기소권 가진 공수처 꼭 통과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선거제때분에 아쉽고 목마른건 야당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