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반론]공수처 핵심은 기소권, 아직 타협할 때 아냐
[반론]공수처 핵심은 기소권, 아직 타협할 때 아냐
  • 정병욱
  • 승인 2019.03.26 10:0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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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대표의 바미당 절충안 받자는 견해 수긍 못해
2004년 천정배와 2019년 홍영표는 달라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구제 개편안과 함께 국회 신속처리안건에 회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 바른미래당이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 안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합한 공수처 설치안에서 한 발 물러나 수사권만을 공수처에 주자는 안이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바른미래당의 의견에 동조해 더불어민주당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본지 권순욱 대표는 25일자 '[권순욱칼럼]공수처, 바미당 절충안 받자'라는 칼럼을 통해 일단 절충안을 받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들고 나왔다가 결국은 국가보안법 독소조항의 수정조차도 하지 못했던 열린우리당 시절의 기억을 상기하면서 공수처가 아예 무산되고 백지화되는 것보다는 반쪽짜리라도 받아들여 일단 출발시키자는 취지다.

충분히 일리있는 주장이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기소권은 공수처의 핵심과도 같은 요소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당시 국가보안법 존폐를 논하던 때와 지금의 공수처 사안은 상황이 다르다. 또한 협상 전략의 관점에서도 이미 선거구제를 더불어민주당이 양보한 이상 공수처까지 양보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의 여파로 4.15총선에서 152석을 획득하는 대승을 거두며 과반수 여당으로 출범한 열린우리당. 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 해 5월 17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 관록의 이해찬 의원 대신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었던 3선의 천정배 의원을 선출하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강경파의 지지를 얻은 천정배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안에 사립학교법·언론개혁법·과거사진상규명법 등 '4대 개혁입법'으로 묶어 2004년 연내에 처리하고자 했다.

문제는 당시 정치상황이었다. 당시 국민들은 사립학교법과 언론개혁법, 과거사진상규명법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찬성을 보냈던 반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더 많았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찬양고무죄 등 일부 독소조항을 우선 삭제하거나 대체 방안을 만들자는 절충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강경파 천정배 원내대표는 당내외의 이러한 절충안을 무시한 채 국가보안법을 연내에 전면 폐지하고 형법으로 대체하자는 안을 당론으로 정해 밀어부쳤다.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건너갔고, 사립학교법과 언론개혁법, 과거사진상규명법도 이듬해 정세균 원내대표 체제 하에서야 통과될 수 있었다. 그렇게 국가보안법은 전혀 수정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야했다. 이는 당시 천정배 원내대표의 독선 탓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현재 홍영표 원내대표는 과거 천정배 원내대표와는 달리 독선적이지도, 강경 일변도로 나가지도 않고 있다. 선거구제 합의안 타결이나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문제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적절한 타협과 자기주장으로 완벽에 가깝게 직무수행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천정배 의원이 원내대표였던 2004년의 상황을 홍영표 원내대표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현재에 대입하여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수처를 도입하고자 하는 가장 큰 목적은 검찰개혁에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부패한 권력기관이 된 배경에는 검찰의 독점적 수사권도 있지만, 기소편의주의 하에서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큰 몫을 차지한다.

전 세계 어떤 선진국도 검찰이 기소편의주의와 기소독점주의를 동시에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독일처럼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는 경우에는 기소법정주의를 통해 검찰이 자의적으로 피의자를 기소해 재판에 회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프랑스처럼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는 경우에는 시민기소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는 등 검찰만이 독점적으로 공소를 유지할 수 있지 않아 검찰의 권한이 약화되어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별도의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를 도입하는 것은 검찰로부터 기소독점권을 박탈하는 일로써 검찰개혁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만약 수사권만 주어진 채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공수처에서 애써 수사한 고위공직자 비리 사건을 검찰이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유야무야 뭉갤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불과 몇 달 전 경찰이 애써 수사해 '혜경궁 김씨'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이라고 밝힌 것을 검찰이 불기소처분하며 혜경궁 김씨의 정체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시민들을 좌절시켰던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호랑이를 그리려다 결국 고양이를 그려낸 격"이라는 박광온 의원의 트윗을 참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의 협상 과정과 전략과 관련된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설치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건너뛰고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과 협상했고 선거구제 개편에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에 많은 부분을 양보해 지역구 의석을 축소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요소를 50% 가미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선거구제 대타협을 이뤄냈다.

이 타협안을 20대 국회에 적용하면 민주당의 의석은 현재의 129석에서 106석으로 23석 감소한다. 60석이 되는 국민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과 15석이 되는 정의당이 이익을 보고 민주당은 손해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선거구제 개편에 합의해 준 것은 공수처 설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판단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바른미래당이 공수처의 기소권마저도 내놓으라고 주장하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바른미래당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양보받은 야3당이 공수처를 놓고 일종의 블러핑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더 양보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최대한 공수처 원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권순욱 대표의 말씀처럼 아예 공수처를 설치하지 않는 것보다는 수사권이라도 가진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만을 외쳤다가 위헌 소지가 있는 독소조항조차도 수정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2004년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데도 동의한다.

그러나 공수처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이 80%를 넘나드는 현재, 나는 더불어민주당이 조금 더 강경한 자세로 공수처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기소권을 양보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물러서서는 안되고, 물러설 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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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레이 2019-03-26 17:00:07
검찰이 증거가 있어도 대충 뭉게면 .. 기소못하는 공수처가 뭘 할수 있음 ?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기소권없이 만든 공수처를 다시 기소권을 주도록 바꾼다 ? 누가 ? 언제 ? 왜 ? 그렇게 할거였으면 지금 해주겠지. 쯧쯧.

Asdf 2019-03-26 14:54:29
동의합니다. 이미 한 번 양보해주었고 그쪽도 급한 것은 마찬가지이니 버티면서 회유하면 될 것이라 봅니다. 홍영표라면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공자 2019-03-26 14:42:11
연동형비례 통과시키고 싶어서 안달이 난건 야당이지요.
민주당은 아쉬울것도 잃을것도 없다고 봅니다.

이번에야 말로 기소권 가진 공수처 통과 시켜서
검찰의 무소불위권력을 경찰과 공수처와 나눠야 합니다

이상호 2019-03-26 12:19:34
개인적으로는 저도 정병욱 님의 칼럼에 동의합니다.

특히 공수처의 경우 원안대로 받아들여져도 정부와 여당에 이득이 될 사안이 아니라는걸 생각해보면 굳이 양보를 해야만 하는 사안도 아니라고 봅니다.

김지숙 2019-03-26 11:22:37
신중히 결정해야할 문제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