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 검찰의 반란인가?
김은경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 검찰의 반란인가?
  • 정병욱
  • 승인 2019.03.24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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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와 공공기관 감찰을 동일선상 비교 오류
공수처 도입 앞두고 검찰의 조직적 반란 여부 주목해야

지난 22일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행위 혐의다.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자유한국당을 통해 "특감반 근무 시절 환경부로부터 산하기관 임원들의 동향에 관한 문건을 보고받았다"고 폭로한 지 4개월 만이다. 자유한국당은 김 전 수사관의 폭로 직후 김은경 전 장관과 박천규 환경부 차관 등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산하기관 임원들의 동향을 보고받고, 사퇴를 종용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골프 접대 등 비위 혐의를 받고 청와대로부터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김태우 전 수사관의 각종 증언들이 객관적인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상당부분 소명되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전직 장관에게 '블랙리스트'라는 혐의를 덧씌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간과할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에 반대하는 검찰이 정부를 향해 조직적인 항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22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 균형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당인 민주당 또한 홍익표 수석대변인 명의로 낸 구두논평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유감을 표현다"며 "이번 영장청구는 전례가 없을 뿐더러, 대통령 인사권한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 밝혔다. 이어 "정부 부처 장관이 산하기관 인사와 업무에 포괄적으로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상적 업무이며 대통령이 임면권을 가진 공공기관장에 대해 청와대와 해당 부처가 협의하는 것 역시 지극히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와대에서는 지난 2월 20일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주십시오>라는 논평을 통해,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이번 환경부의 산하기관 인사협의와의 차이점을 거론하며 자유한국당의 블랙리스트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가 논평을 통해 밝힌 것처럼,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동향 보고를 받고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협의한 것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블랙리스트와는 전혀 다른 합법적 인사 보고다.

블랙리스트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문화·예술계 민간인들을 탄압하기 위해 작성된 비밀 리스트다. 주로 당시 야당 인사를 지지한 민간 예술계 인사들을 리스트에 포함시켜 정부지원에서 배제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국가 차원에서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이 최초로 발견한 이 블랙리스트의 기원은 "문화계가 좌파에 장악되어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이명박 정권이 '문화 권력 균형화 전략'을 내세우면서 시작됐다. 무려 1만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이 리스트에 포함되었고,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설가와 시인들이 검열 명단에 포함됐다. 또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술지원에서 제외되는 등 국가가 문화계를 검열하고 통제하는 악행이었다.

야당과 일부 언론들의 주장처럼 환경부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의도적으로 정부 지원을 배제하는 등의 불이익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김태우 전 수사관이 폭로한 문건 내용을 문자 그대로 인용한다 하더라도, 환경부에서 작성한 공공기관 인사동향 보고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들에 대한 인사 동향에 불과하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올바르게 실현하기 위해서 산하 기관 인사, 업무 등을 포함한 경영 전체를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리고 김은경 전 장관은 그러한 권한을 활용해 20여명의 공공기관 임원들의 동향을 살펴보고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협의한 것 뿐이다.

또한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각 부처가 하는 공공기관의 인사방향에 관한 보고를 받고 협의하는 곳이다. 정부 부처로부터 인사방향 보고를 받고 해당 부처와 협의하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절차다. 이런 합법적 행위에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동일한 딱지를 붙이는 행위는 엄청난 언어도단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김은경 장관이 전임 정권시절 임명된 산하 기관장과 임원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그들이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동향 보고에 올라와 있는 21명의 인물들 가운데 임기 만료 전에 퇴직한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9명은 임기를 초과해 근무하다가 퇴직했다. 

전병성 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과 같이 임기 만료 전에 퇴직한 박근혜 정권의 인물들도 "압박을 받고 사퇴한 것이 아니라"며 밝힌 바 있으며, 김용진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사업본부장도 "자의로 사임한 것이지, 압박을 받고 사퇴당한 것이 아니다"며 "그 문건은 블랙리스트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느닷없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야당과 일부 언론의 어처구니 없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다.

법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문제가 되었던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처벌하며 블랙리스트의 개념을 1)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2) 계획을 세우고 3) 정부조직을 동원하여 4) 치밀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같은 법원 판결에 비춰봐도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도저히 이해를 할래야 할 수가 없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참여정부에서 임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임기를 한참 남겨둔 공공기관장들이 억지로 사표를 써야 했다. KBS의 정연주 사장은 아무 이유 없이 '배임'이라는 누명을 쓰고 해임되었으며, 정순균 방송광고공사 사장 역시 옷을 벗어야 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 서상홍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등 거의 모든 인사들이 공공연히 쫓겨났다. 알아서 물러나지 않으면 감사를 하고, 수사를 했다. 이런 행위야말로 불법적인 국가권력 행사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의 문화부장관을 지낸 유인촌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들은 사표를 써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까지 했다. 굳이 직권남용이나 권리행사방해를 논하자면 이런 짓들이야말로 진정한 직권남용이고, 권리행사방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임 정권 시절 임명된 인사라 할지라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사퇴시키지 않은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숱한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검찰이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런 연유로 다양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전개과정을 국민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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