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흥미로운 중부 유럽 이야기①-"동유럽? 우린 중부유럽"
흥미로운 중부 유럽 이야기①-"동유럽? 우린 중부유럽"
  • 노진탁
  • 승인 2019.03.24 20: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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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과 붙어있는 슬로베니아는 동유럽 지칭 싫어해
범슬라브주의로 유고 연방 묶였지만 6개국 서로 이질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갈등 내재해 있어
슬로베니아의 류블라냐성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성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중부 유럽에 대한 설명을 좀 해야할 것 같다. 동구권 붕괴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절반은 공산주의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점 때문에 우리는 흔히 유럽을 서유럽과 동유럽으로 구분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는 서유럽에 갔다 온다고 하고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를 여행할 때는 동유럽에 갔다 온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동유럽이라 부르는 국가들 중 한국인이 여행을 많이 가는 국가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동유럽인이라 불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 번 혼난 적이 있다. 내가 있는 슬로베니아는 이탈리아 동쪽, 오스트리아 남쪽, 헝가리 서쪽, 크로아티아 북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이다. 현지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슬로베니아를 내가 처음 방문한 동유럽 국가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곧바로 어디 가서 슬로베니아가 동유럽이란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슬로베니아 국회의사당
슬로베니아 국회의사당

슬로베니아인들은 서유럽으로 편입되고 싶지만 그러기엔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이질감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유럽이라고 하면 서유럽에 비해 너무 뒤쳐진 느낌이 있어서 ‘중부 유럽’이라고 불리는 걸 선호한다. 이는 서유럽에 인접한 다른 ‘동유럽’ 국가 국민들에게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들에 의하면 진짜 동유럽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구소련의 독립국가연합 소속 국가들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들의 예민한 반응에 적잖이 놀랐다. 그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몇 달 더 이곳에 머물러야 하기에 존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곳은 중부 유럽이다.

첫 번째로 이야기 할 지역은 발칸 반도다. 그 중에서도 구 유고 연방을 다루려고 한다. 구 유고 연방은 현재 6개의 국가로 쪼개져 있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마케도니아다. 경우에 따라서는 코소보도 넣을 수 있지만, 코소보는 완벽하게 국가로 인정 받지는 못하고 있다.

유고 연방 지도
유고 연방 지도

유고슬라비아는 범슬라브주의의 물결을 타고 1918년 탄생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잠시 나치에게 점령당했지만 1991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같은 슬라브족이라고 해도 연방 내 개별 공화국의 성격은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슬로베니아는 이탈리아 반도와 붙어 있어서 로마 시절 일찍이 카톨릭을 받아들여 지금까지도 카톨릭 국가로 남아있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세르비아 정교회가 의식과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다. 발칸의 북쪽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지배를 받았고, 남쪽은 터키 제국의 지배를 받아 아직도 양쪽 간 문화적 이질감이 크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차이가 유고 연방의 통합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국민들 간 감정의 골도 깊다. 특히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는 앙숙지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양국 간 전쟁의 상흔은 여러 군데 남아 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를 여행할 때 묵은 숙소의 주인 아저씨는 세르비아와의 긴장 상태가 풀리지 않았던 관계로 20년 전 징집되어 10개월 간 군생활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언제 다시 징병제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하며 세르비아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룸메이트가 세르비아인이라 세르비아인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다. 내 룸메이트의 부모님 세대는 유고 연방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한다. 유고슬라비아의 수도가 현재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등 유고 연방의 주축이 세르비아였다.

현재 세르비아 수도이자 구 유고 연방 수도였던 베오그라드
현재 세르비아 수도이자 구 유고 연방 수도였던 베오그라드

그러다보니 다른 슬라브계 국가들이 세르비아에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 슬라브계 국가의 리더로서 다시 통합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세르비아는 EU 소속이 아니다. 이는 코소보 문제 때문이다. 코소보는 세르비아 내에서 슬라브 민족이 아닌 알바니아인들이 사는 지역인데, 세르비아와의 극심한 갈등 끝에 독립을 선언했다.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는 국가들이 있지만 세르비아 정부는 이를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세르비아인들 대부분도 코소보를 세르비아의 한 지역으로만 생각한다. 세르비아는 그나마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몬테네그로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 룸메이트는 심지어 몬테네그로는 같은 국가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몬테네그로의 관광지 스베티 스테판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몬테네그로의 관광지 스베티 스테판

슬로베니아를 동유럽이라고 했다고 혼난 것 말고 혼난 게 또 있다. 슬로베니아를 발칸 국가라고 했다고 혼난 것이다. 슬로베니아는 발칸 반도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고 구 유고 연방 국가 중 하나이다. 그래서 어쩌다 “다른 발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슬로베니아는 ~더라”고 내 느낌을 말하는 순간, 어디 가서 슬로베니아가 발칸 국가라는 말을 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서유럽으로 분류되는 오스트리아의 영토가 국토가 작은 슬로베니아보다 동쪽으로 더 뻗쳐 있고 슬로베니아는 엄연히 유로존에 속해있는 국가이다. 또한 NATO에도 속해있으며 유교 연방 시절 다른 공산권 국가에 비해 국가간 왕래가 자유롭고 상당한 자유가 허용되어 체제 이행에 빠르게 적응한 국가이다. 슬로베니아인들은 종교와 문화가 너무 다르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범슬라브주의의 맹주 세르비아와 엮이고 싶지 않아 한다.

대륙 치고는 작은 유럽 안에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큰 차이를 보이며 서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게 신기했다. 이렇게 많은 국가들이 완전히 다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개별 국가와의 외교가 국익과 직결되고 갈수록 외교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우리에겐 미묘하게 느껴지는 차이를 아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유고 연방의 초대 대통령
요시프 브로즈 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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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2019-03-25 07:52:27
별 관심없던 나라였는데 흥미롭네요~

정병욱 2019-03-24 22:04:11
오호 유익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 처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