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인용했다는 ‘외신’, 한국계 기자가 서울에서 쓴 기사
나경원 인용했다는 ‘외신’, 한국계 기자가 서울에서 쓴 기사
  • 김정호
  • 승인 2019.03.13 12: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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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변인’ 보도 표현은 아무 근거 제시 없는 기자의 인상비평 불과
블룸버그에서 북한 기사 쓴지 6개월째, 남북한 문제에 대한 전문성 의문
외신은 외부인의 시선…외신 외피 입었다고 권위가 부여되는 것 아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3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며 작심발언을 했다.

계산된 발언이 끝나고 민주당 의원들이 강력히 항의하자 이를 예상했다는 듯이 “외신에 그렇게 나왔다”고 근거를 댔다.

그 외신은 이유경 블룸버그 기자의 2018년 9월 26일자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남한의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되었다)’는 제하의 기사다. 관련 링크 바로가기

나 대표가 방점을 찍어가며 강조한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은 헤드라인을 제외하면 본문에 등장하지 않는다. 본문에는 딱 두 번 등장하는데 헤드라인과 같은 맥락으로는 기사 도입부에만 나온다.

바로 다음 대목이다.

While Kim Jong Un isn’t attending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in New York this week, he had what amounted to a de facto spokesman singing his praises: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김정은이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불참한 반면, 그를 찬양하는 사실상의 대변인이 있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진심이 느껴졌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을 뿐이다.

연설의 내용을 두고 ‘사실상의 대변인’(a de facto spokesman)이었다고 규정지은 것은 기자다. 어느 대목 때문에 사실상의 대변인이라고 규정지어야 하는지는 기사에 근거가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기자의 인상비평인 셈이다.

이 대목에서 문 대통령의 2018년 9월 26일 유엔총회 연설문을 다시 읽어보자. 기자의 주장대로 김정은의 대변인 노릇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지 직접 읽고 판단해보자.
관련 기사 :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번영 시대 올 것…국제사회 화답할 차례”

나경원 대표는 “외신이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의 헤드라인에서는 ‘수석대변인’, 본문에서는 ‘사실상의 대변인’이라고 다른 뉘앙스로 썼다. 굳이 헤드라인에 나오는 ‘수석대변인’으로 지칭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한편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기자의 전문성이다.

나경원 대표가 외신을 빌어 문 대통령의 대북 외교정책을 공격하려면 해당 기사를 쓴 기자의 시각이 권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간 한반도 문제에 깊이 천착해 와서 분석 자체에 무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블룸버그 이유경 기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어떤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자는 작년 9월부터 블룸버그 소속으로 한국 관련기사를 썼다. 대부분 남북문제와 관련해서 썼는데, 올 3월까지 반년 간 무려 90개의 기사를 쏟아냈다.

문제는 기사의 질이다. 이 기자의 지난 기사를 검색해서, 이슈가 될 만한 기사만 몇 개 추려서 봤는데 한국 정치권과 언론이 대놓고 인용할 정도로 한반도 전문가라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다음은 이 기자의 기존 기사 목록인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식견이 돋보이는 분석기사가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관련 링크 : https://www.bloomberg.com/authors/ATzepS8Eyck/youkyung-lee

SNS에 돌아다니는 정보에 따르면 이 기자는 연합뉴스 출신으로 AP통신에서 테크/비즈니스관련 기사를 쓰다가 작년 9월부터 블룸버그 서울지국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이 기자에게 한반도 문제 전문기자 타이틀을 붙여주기엔 무리가 따른다.

한반도 이슈와 관련해서 한국 정치권이나 언론이 외신을 인용해야 한다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측면에서 예리한 분석을 하는 경우에만 레퍼런스로 이용해야 한다.

한국계 기자가 서울의 지국에서 쓰는 기사가 단지 외신이라는 외피를 입었다고 해서 기사 자체에 권위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남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사활이 걸렸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외신은 결국 당사자가 아닌 외부인의 시각이다. 꼭 필요한 경우 참고는 할지언정 무조건 추종하는 태도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굳이 외신을 참고해야 한다면 당연히 한반도 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기자들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팀 셔록(Tim Shorrock) 기자의 한반도 이슈에 대한 코멘트나 분석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 많다.

팀 셔록 기자의 나경원 연설 관련 트윗 코멘트
팀 셔록 기자의 나경원 연설 관련 트윗 코멘트

나 대표가 외신을 인용해 자기 발언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그 외신을 쓴 기자의 전문성에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면, 해당 기사를 인용한 것에 다분히 정략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한당 의원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한당 의원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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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ㅏㅏ 2019-03-14 03:58:1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합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 ‘천조국 언론’의 탈을 쓴 한국인이라... 인용할 만한 인물도 아닌 것 같고 기자부터가 별 뜻 없이 용어 선택한 것 같은데 경원씨는 참..

율사 2019-03-13 15:01:52
나쌍 나베 나가디져라고 제 지인이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