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밉다고 남의 나라 관할되길 원하는건 아니겠죠?
북한 밉다고 남의 나라 관할되길 원하는건 아니겠죠?
  • 조기숙
  • 승인 2019.03.08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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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미국 강경파 편을 들어야한다는 주장은 무책임
어떤 협상가가 봐도 신뢰 부족한 북미 간에 빅딜 불가능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중재자에게 최선의 선택은 ‘침묵’이다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공동성명을 내지 못하고 종료되자 보수언론과 일부 야당에서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때다 싶은지 우리 정부가 미국 강경파의 편을 들어야한다는 식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참여정부에서 홍보수석비서관과 정치학회 편집이사를 지낸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이런 목소리들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이번 회담 결과가 나온 배경과 향후 북미 간의 성공적 협상 타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분석한 글을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다.
필자의 허락을 얻어 포스팅 내용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중재자인 한국 정부에게 미 강경파 편을 들라는 한국언론

대다수 보수언론은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미국편을 들지 않는다고 동맹이 위험하다고 난리를 칩니다. 다음 기사도 그 중 하나입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뉴스1)

'이상기류'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닐텐데?
'이상기류'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닐텐데?

한국정부는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고 미국도 북한도, 우리 언론도 그런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중재자는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걸까요? 한쪽 편을 들면 절대로 안 되겠지요. 그렇게 해서 중재에 성공하는 국가나 사람 보셨습니까?

볼턴은 미국 정부 내에서도 핵심 협상자가 아니라 ‘나쁜 경찰(뱃캅)/좋은 경찰(굿캅)’ 역할분담에서 ‘악역’을 맡은 사람일 뿐입니다.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손쉽게 쓰는 전통적인 꼼수협상 기법중 하나입니다.

볼턴이 영향력을 행사해서 2차 회담이 결렬된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결렬시키고자 볼턴을 이용한 겁니다. 기왕에 결렬됐으니 북한을 길들이기 위해 볼턴을 활용할 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신 좋은 경찰 역할을 하면서 북한에 애정 어린 메시지를 던지는데 이게 바로 전략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겁니다.

김의겸 靑 대변인 "한미 정보당국 관련 내용 정확하게 공유하고 있다"
김의겸 靑 대변인 "한미 정보당국 관련 내용 정확하게 공유하고 있다"

중재자는 중립을 지켜야 협상 성사시켜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코언청문회가 결렬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아닌 재일 <조선신보>가 자신의 국내정치 목적을 위해 신의를 저버리고 꼼수의 협상을 택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유도 결국 ‘악역’을 맡아보겠다는 생각에서겠지요.

거기에 한국정부가 화답을 하라고요? 볼턴의 편을 들라는 말입니까? 볼턴과 싸우라는 말입니까? 이 경우엔 침묵이 최선의 선택이겠지요. 중재자가 한 쪽 편을 드는 순간 이 협상은 물 건너가는 거니까요.

북한의 동찰리 핵시설 복구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입니다.

북한은 협상결렬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복구 시위를 하는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이 대안을 갖는 걸 원치 않기에 애써 모르는 척 하는 겁니다. 양측의 협상전략이지요.

강대국, 특히 미국 정부는 알아서 긴다고 감동받지 않습니다. 국제정치에서는 국제규범 속에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명해야 대접받습니다.

북한의 새로운 움직임이 남측에 위협이 된다면 시민단체는 판을 깼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빅딜을 강요하는 볼턴의 비합리성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아야 하고 국제시민단체와도 연대해야 합니다.

2차 회담 결렬의 원인 제공자를 비판해야 3차 회담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시민들이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해야 3차 협상이 열리고 타협의 가능성이 만들어집니다.

북한이 중국 아닌 미국과의 관계개선 원하는 이유

어떤 협상가가 봐도 신뢰가 부족한 북미 간에 빅딜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리비아가 미국과 빅딜을 시도하다 뒤통수 맞은 전례가 있는데 바보가 아니라면 이걸 받겠습니까.

북한에게 ‘빅딜하라’는 말은 미국과의 협상을 포기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와 손잡고 살 길을 찾으라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왜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과 손잡으려 할까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북한이 그들 나라에 의지하는 순간 속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겠지요. 속국을 만들지 않는다 해도 이웃 강대국은 북한을 도와주며 영토와 지하자원 사용권을 무리하게 요구하게 될 겁니다.

북측은 지하자원이 자기들만의 것이 아니라 남측과 공동으로 우리 민족이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 혹독한 제재를 견디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하는 게 아닐까요.

현 정부가 북한의 제재를 일부라도 해제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북한 편을 드는 게 아닙니다.

북한은 절대로 빅딜은 하지 않을 것이므로 북미타협이 불가능합니다.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생필품 일부 제재 해제를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정부가 하는 일이면 반대만 하는 분들, 북한이 미워도 남의 나라 관할권으로 넘어가는 걸 원치는 않겠지요. 그렇게 되면 우린들 안전하겠습니까?

북한이 아니라 님들과 님들 자손의 앞날을 생각해서라도 이 문제만큼은 이성적으로 접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빅딜은 불가능하니 북한이 미국과 타협할 가능성이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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