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 이름하여 ‘작세’
김어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 이름하여 ‘작세’
  • 장정현
  • 승인 2019.03.07 17:0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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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씨, 그건 아니지 말임다 ① 작전세력이 별거냐?

작세, 동서고금 언제 어디나 있어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그 활동의 영향력 역시 한계가 명확해 과대포장할 이유 없어
충분한 근거 없는 편의적 작세론 남발은 공론장 파괴하는 것

* 본 칼럼은 김어준 비판 시리즈를 ‘기승전결’로 구성했을 때 원래는 ‘전’ 쯤의 위치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사안의 해악성이 가장 크다 판단하여, 시리즈 첫 글로 옮겼음을 밝힙니다. 

 

‘국가대표급 토론 프로그램’(당시 기준)에서 영화의 흥행과 작품성을 주제로 토론을 하던 태평성대 시절이 있었다.
‘국가대표급 토론 프로그램’(당시 기준)에서 영화의 흥행과 작품성을 주제로 토론을 하던 태평성대 시절이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바닥을 드러낸 터라 요즘은 종편이나 출현하며 반쯤 뒷방 늙은이 취급받는 진중권이지만, 그가 논객으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참여정부 시기, 심형래의 영화 ‘디 워’ 논쟁에서 대대적으로 유행시킨 말이 있다.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기계장치의 신’이다.

이 말의 원 출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대 유행하던 희곡에서 전개상 갈등을 작품 내의 인과관계, 그러니까 개연성에 의거해 해결하지 않고 뜬금없이 도르래를 타고 내려오는 ‘신’의 전능함에 의지해 해소하는 지극히 작가 편의주의적인 전개를 비판하며 이 말을 사용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쯤에서, 아니 제목만 보고도 이 칼럼의 비판 내용 대강을 짐작했을 거다.

김어준이 말하는 이른바 ‘작전세력(이하 작세)’은 최근 전 정권의 공권력마저 동원한 댓글 부대 활동이 발각됨에 따라 그 전모의 일부를 드러냈다.

먼저 인정할 건 인정하자. 김어준은 일찍이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의 존재를 밝혀내는 등, 이 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공이 있다.

 

그런데 그 업적에 도취된 탓인지 언제부터인가 뭐 좀 수상쩍다거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마다 ‘작세’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마치 그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도 되는 양. 달리 표현하자면 도깨비방망이 혹은 도라에몽 주머니와도 비슷하다 하겠다.

문제는 후술하겠지만 그게 진정한 문제해결로부터 멀어지는 도피에 가깝다는 거다.

또한 영어의 몸이 된 김경수 지사가 생각나 떠올리기만 해도 열 받는 일이지만,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매크로’를 활용한 댓글 조작도 이뤄지고 있음을 이제는 다들 알게 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세가 마치 21세기의 발달된 인터넷 네트워크와 SNS 등을 매개로 한 신기술, 신개념 여론 조작 활동인 거 같은 이미지가 생겼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 그럴까?

서두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시작한 김에 고대 그리스로 시점을 옮겨보자.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것들 중에 중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도편추방제’가 있다.

아테네의 참주정을 끝내고 민주정을 확립한 정치 지도자 클레이스테네스가 만든 제도로서, 훗날 참주(독재자)가 다시 등장하지 못하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럴 위험성이 보이는 유력인사를 투표로 선정해 추방시키는 제도다.

현대 민주주의 관점으로 보면 막장스러운 제도로 보일지 몰라도, 고대 사회 기준으로는 충분히 인권 존중적이고 선진적인 나름 세련된 제도였다.

그러나 결국 ‘작세’의 발호를 비롯한 여러 부작용 때문에 훗날 폐지되고 만다. 정적을 예비 독재자로 몰아 추방시키기 위해 ‘작세’를 동원하여 여론조작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뿐이랴.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지만 고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삼국지를  보면 거기 흔히 등장하는 간자(첩자)들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적 진영에 헛소문(풍문, 유언)을 퍼트려 민심을 악화시키고, 내부분열을 책동하는 것이다. 이는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 시리즈에서도 충실하게 재현되어 있다.

 

다시 현대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보면, 인터넷도 없었고 공중파 방송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해(TV 토론이 도입된 건 DJ가 당선된 15대 대선이 최초) 70~80년대 DJ나 YS 등 유력 정치인들이 장외 유세에 의존하던 시절, 그들의 연설에는 으레 바람잡이나 박수부대들이 동원되곤 했다.

물론 역으로 독재 정권이 분위기를 가라앉히거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야유, 심지어 짱돌 던지는 사람을 침투시키기도 했다.

이상 열거한 사례들 말고도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또한 정치뿐만 아니라 마케팅 분야에서는 ‘바이럴 마케팅’의 이름으로 비슷한 방법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이렇듯 ‘작세’를 동원한 여론조작, 여론의 방향과 흐름을 유리한 쪽으로 조종하려는 시도는 동서고금 언제 어디서나 있어 온 ‘상수’로서 변수는 그저 시대 환경에 따라 바뀐 수단이었을 따름이다.

그러니 아마도 작세는 인류 문명이 존속하는 한 계속해서 형태를 바꿔 가며 살아남아 그 운명을 함께 할 것이며, 그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현명한 정치가나 시민들은 주위 풍문에 ‘작세’가 끼어있음을 감안하여 의사결정을 해 왔다.

이 말인즉슨, 작세가 움직인다 한들 그것을 이미 타오르고 있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수준이나 혹은 장작에 불씨를 제공하는 부싯돌 역할 정도로 이해해야 적절하지, 거기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과몰입해서 ‘만물작세론’ 식으로 포장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얘기다.

애초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불타오를 장작이 없는 상황에서는 작세가 활동해봐야 별 소용없거나,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져 안 쓰느니만 못하게 된다.

링컨의 말처럼 다수를 일시적으로 속이거나 소수를 장기간 속일 순 있어도 다수를 장기간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 에이브라함 링컨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 에이브라함 링컨

그런데도 충분한 근거 없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싶으면 작세론을 남발하며 그 탓으로 돌리는 짓은 희극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동원하는 편의주의적 전개가 개연성을 저해하고 파괴하는 것처럼 일차적으로 공론장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더 나아가 시민들 사이에 불필요한 의심을 증폭시켜 공론장 그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다.

그에 더해, 뭐든 작세 탓만 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 원인, 그러니까 위의 비유로 말하자면 땔감인 장작을 치워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엉뚱한 것 혹은 부차적인 쪽으로 주의와 관심을 유도하고 그래서 결국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가로막아 발전이 없는 정체된 상태를 만든다.(정치적 갈등을 어떻게 이해할지의 문제는 필자의 칼럼 ‘문파를 위한 정치학 2편’을 참고하면 좋다) 

‘작세’라는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문제를 백일하에 드러내어 공론장에서 숙의를 통해 집단지성을 도출해 해결하는 것, 이거야말로 민주주의의 진수다. 때문에 이를 저해하는 김어준의 작세론은 알고 그랬다면 그냥 악당이고, 의도치 않았다 해도 책임을 면할 순 없다.

그가 작세로 지목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그의 열혈 팬이었다던가, 이미 정권이 교체된 터라 적어도 전 정권이 공권력을 동원했던 부분만큼은 현 정권에서 잘려 나갔는데도 ‘20년래 최대 규모의 작세’ 운운하며 자빠졌으니 더욱 그렇다.

결정적으로 지지자들로 하여금 여러 커뮤니티에서 자신들 뜻에 반하는 의견을 작세, 알바로 단정해 ‘빈 댓글’을 달도록 종용한 일은 직접적으로 공론장을 파괴하는 행위이므로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데 혹시라도 “김어준의 작세론이 문파 일반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문파로 위장한 일부 ‘진짜 작세’만을 겨냥한 것”이라는 구차한 변명 혹은 변호 따위는 통하지 않으니 그냥 집어치워라.

그에 대한 반박은 “미국 국회의원 중에 개자식이 있다”고 비판했다가 항의와 고소에 직면하자 “미국 국회의원 중에 개자식이 아닌 사람이 있다”고 살짝 말을 바꾼 것만으로 면피했다는 마크 트웨인의 일화로 충분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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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사 2019-03-13 14:56:54
터레기의 해악이란...

민지 2019-03-07 19:41:54
기사에 태클은 아니나 엄밀히 따지자면 십알단을 밝혀낸 건 김어준이 아니라 딴지일보의 카인기자 입니다. 지금은 팟캐스트판에서 홍성갑이라는 실명으로 활동중인. 김어준은 이 카인기자의 공을 자기것인양 가로챈 놈일 뿐이죠. 물론 카인기자의 취재를 대중에 전파, 유통시킨 공은 있습니다만 십알단의 존재를 밝혀냈다고 표현하기엔 좀 애매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우러기 2019-03-07 19:08:25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