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에서 권력 구조의 문제 ⑪ 셋칸 정치의 개략
군주제에서 권력 구조의 문제 ⑪ 셋칸 정치의 개략
  • 정재웅
  • 승인 2019.03.22 0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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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쇼, 간바쿠, 그리고 다이조다이진

경제학 박사이자 페이스북에서는 ‘역사 덕후’로 알려진 정재웅 님이 ‘군주제에서 권력 구조의 문제’라는 주제로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업로드 되니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 잠깐 용어 설명 : 셋쇼=섭정, 간바쿠=관백, 다이조다이진=일본 태정관의 수장인 태정대신, 셋칸=섭정과 관백을 통틀어 이르는 용어로 섭관(摂関)의 일본어 발음. 

다음 편부터 군주제에서 권력구조의 문제는 일본의 셋칸정치를 다루기 시작한다.

셋칸정치는 나이와 상관없이 덴노를 허수아비로 돌려세우고 신하가 권력을 장악하는 정치 형태이다.

본편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이 제도의 문제는 셋칸직에 있는 신하의 이익과 덴노의 이익이 상충될 뿐만 아니라 셋칸직에 있는 신하의 이익과 인민 일반의 이익이 상충되며, 심지어 덴노의 이익과 인민 일반의 이익마저 상충된다는 데 있다.

즉 셋칸 정치는 군주제에서 권력구조 측면에서도 나쁜 형태일 뿐만 아니라 인민과 통치자의 계약 관계라는 정치경제학 및 제도경제학 측면에서도 나쁜 형태라는데 있다.

그렇기에 본편에서 셋쇼, 간바쿠, 다이죠다이진을 상세히 언급하기보다 이렇게 별도의 편으로 빼내어 설명을 하는 것이 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호 율령을 통해 일본의 율령제는 이관팔성일대오위로 구성되었으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관은 각각 제사를 책임지는 신기관과 국정을 책임지는 태정관임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이 태정관의 장관이자 최고위 대신이 다이죠다이진(だじょうだいじん, 太政大臣, 태정대신)이다.

보통 이 자리를 영의정 혹은 승상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건 무리다. 영의정이나 승상은 상설직인데 반해 다이죠다이진은 비상설직이기 때문이다.

하여 보통 일반적으로 태정관의 수장은 사다이진이나 우다이진 혹은 나이다이진이 담당한다. 즉 다이죠다이진은 조정 신하들의 수장인 동시에 태정관의 장관이지만 비상설직이다. 

셋쇼와 간바쿠는 후지와라 가문이 덴노를 허수아비로 돌려 세우고 권력을 오로지하여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낸 율령제 밖의 관직(영외관)이다.(편집자 주 : 오로지하다=혼자 독차지하다)

셋쇼는 말 그대로 덴노가 어릴 경우 덴노를 대신하여 국가를 통치하는 관직이다. 중국이나 한국의 경우에도 섭정의 형태로 많이 보이기에 낯설지 않다.

문제는 간바쿠다. 간파쿠는 덴노의 나이와 상관없이 덴노를 대신하여 정무를 총괄한다. 

그러다면 여기서 이러한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다 : 저 관위의 서열은 어떻게 되는가?

일단 다이죠다이진, 셋쇼, 간바쿠 중에서 가장 최고위는 다이죠다이진이다. 율령에 명시된 최고위 관위이지 만조백관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셋쇼와 간바쿠는 율령에 명시되지 않은 관위이기에 다이죠다이진이 아니더라도 임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간바쿠에 취임했을 당시 관위는 태정관의 장관 중 가장 낮은 나이다이진이었으며, 간바쿠 취임 이후에야 다이죠다이진으로 임명되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 豊臣秀吉, 1537~1598)는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함께 일본에서 ‘전국 3영걸’로 불리는 인물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 豊臣秀吉, 1537~1598)는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함께 일본에서 ‘전국 3영걸’로 불리는 인물이다.

셋쇼를 독점한 후지와라 가문의 경우도 보통 가문의 수장이 셋쇼로 임명되었는데, 그 당시 관위가 언제나 다이죠다이진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율령제 하에서 최고 관위는 다이죠다이진으로 영외관인 셋쇼와 간바쿠는 다이죠다이진과 대등한 관위를 지닌 인물일수도, 낮은 관위를 지닌 인물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셋쇼와 간바쿠는 암묵적으로 후지와라 가문과 그 후계 가문인 고셋케(五攝家)만이 취임할 수 있었다.

고셋케는 다섯 섭정 가문이라는 한자 의미대로 고노에(近衛), 이치죠(一條), 니죠(二條), 구죠(九條), 다카츠카사(鷹司) 다섯 가문을 지칭한다.

이 다섯 가문은 후지와라 씨족에서 나누어진 가문으로 일본 귀족 중 최고 서열이었으며, 메이지 이신(메이지 유신, 명치유신 모두 같은 말의 다른 발음이다) 이후 ‘화족제’를 도입할 때에도 이 다섯 가문이 공작 가문으로 봉해진 바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고셋케가 아니기에 원칙적으로 간바쿠 취임이 불가하였지만 고노에 가문의 수장인 고노에 사키히사의 양자로 들어가는 편법을 이용해 간바쿠에 오를 수 있었다. 

이상으로 다이죠다이진, 셋쇼, 그리고 간바쿠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 드디어 본격적으로 군주제에서 권력구조의 문제가 일본에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살펴볼 차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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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2019-03-22 10:08:24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