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다른 개랑 안 싸워요.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
“우리 개는 다른 개랑 안 싸워요.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
  • 유경근(수의사)
  • 승인 2019.02.1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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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시 줄 사용은 선택 아닌 의무…타인의 권리 침해할 자유는 없다
▲ 별이는 유기견 출신인데 사회성이 좀 떨어져 다른 사람이나 강아지를 상당히 경계한다.
 
어제 강아지 별이를 데리고 마을 뒷산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반대쪽에서 한 중년남성이 요크셔테리어를 데리고 걸어오다 마주쳤다.

우리 별이는 유기견 출신인데 사회성이 좀 떨어져 다른 사람이나 강아지를 상당히 경계한다. 그래서 나는 줄을 최대한 짧게 잡고 길 바깥쪽으로 빠져서 상대 강아지와 보호자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이때 상대 강아지가 우리 별이에게 갑자기 뛰어서 다가왔다. 나는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별이를 줄로 당겨 들면서 안았다.

상대 강아지는 줄이 없었다. 요크셔 보호자는 너무도 태연하게 강아지를 부르기만 했다. 강아지는 아랑곳없이 점프를 하며 우리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였다. 한참을 그러다 보호자가 다가와 부르니 그때 제 갈 길을 갔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심지어 내게 아무런 미안함을 표현하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산책을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나 강아지들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꼭 줄을 하고 다니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 중년 보호자는 매우 당당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도 이런 숲에서 뛰어 놀 권리가 있죠. 우리 개가 비만해서 좀 운동을 해야 합니다.”

황당한 답변이지만 그래도 참고 말씀을 드렸다.

“네.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생길 수도 있고 강아지끼리 다툼도 생길 수 있으니 꼭 줄을 하셔야 합니다. 줄을 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법적인 의무입니다.”

하지만 이 보호자는 전혀 수궁하지 않았다.

“우리 개는 다른 개랑 안 싸워요.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

어이가 없어 내가 다시 말했다.

“이 아이가 개를 좋아하지 않아 물 수도 있어요. 그런 사고가 생기면 안 되지 않습니까?”

돌아오는 답변은 가관이었다.

“물려도 괜찮습니다. 사람도 지나가다 부딪치면 칼도 찌를 수 있고 하는데…….”

▲ 요크셔 테리어. 이미지 컷
 
말 내용을 보니 이미 감정이 상한 듯했다. 그 사이에 또 요크셔가 별이게 갑자기 다가왔다. 다시 별이를 안고 마지막으로 말씀드렸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시고요. 개를 사랑하는 건 좋은 데 개를 키우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선생님께서 곤란해지실 수 있습니다. 꼭 줄은 하고 다니세요.”

심지어 마침 지나가던 여성분이 강아지 무섭다고 잡아달라고 해도 잠시 아이를 잡았다고 내려놓았다. 결국 내 말에 건성으로 대답만 하고 가던 길을 갔다.

동네이고 자칫 병원에서 수의사와 보호자로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거기서 참았다. 저런 분들로 인해 개를 산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그게 안타깝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자유는 없다.

개인 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충돌할 때는 늘 주의를 해야 한다. 자신의 자유를 누리려고 타인의 권리를 심하게 침해한다면 이는 올바른 자유나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이 아니다.

개 산책을 시킬 때 줄을 하는 것은 개에게 활동의 제약을 줄 수 있지만 개가 산책을 즐기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불편하다면 사람이 개와 가까이 계속 있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개를 핑계 삼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로 인해 타인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산책 시 줄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이는 도로에서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타인은 물론이고 자신의 안전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다.

▲ 산책 시 줄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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