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사태’ 더 생각해볼 점들: 박경신·성창호·박근혜·박주민 그리고…
‘김경수 사태’ 더 생각해볼 점들: 박경신·성창호·박근혜·박주민 그리고…
  • 장정현(문파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01 05: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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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란한 프로 사기꾼은 99% 진실에 결정적 1%의 거짓을 섞는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김경수 재판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필 타이밍도 최악으로 설 연휴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맞아야 할 판에, 그러기는커녕 하던 일조차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멘탈을 추스르고 필자 나름대로 언론 보도 및 각계 반응,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 등을 돌아보며 반응을 살폈는데, 몇 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에 대한 필자의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 번째로 주목한 기사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 대학원 박경신 교수의 주장이다.

▲ 2018년 4월 25일 ‘시사IN’ 기사 [박경신의 주장 “난 드루킹 형사처벌 반댈세”]
 
▲ 김경수 판결이 나온 후에 다시 나온 박경신 교수 페이스북 포스팅 바로가기

그의 이 재판에 대한 위헌 소지 지적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법적 관점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며, 논리도 탄탄하거니와 설득력 또한 강력하다.

그러니 헌법소원 신청 또한 선택지의 하나로서 남겨둘 만 하다고 보지만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으로서 상급심에서마저 1심 판결이 번복되지 않는다면 시도해봄직 하다는 것이지, 지금 당장 고려할 것은 못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해법대로라면 법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드루킹 일당이 정치인 김경수에게 입힌 상처는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즉 드루킹 일당과의 공모 여부 문제가 법적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이미지에 흉터가 남아 장래 정치적 위상을 더 높이기 어려워지며 남은 정치생명조차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성창호 판사가 과거 국정 농단 관련 재판에서 유죄 판결과 징역형을 내린 전적을 들어 그가 정치 논리와는 무관하게 법리에 충실한 믿을만한 법관이라는 주장이다. 이전 국정농단 판결의 허점에 대해서는 여러 문파 팟캐들에서 다룬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말이 사실 별 의미 없는 하나 마나 한 소리라는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설사 적폐라 할지라도 항상 적폐답게 굴지는 않는다.

법관으로서 논란이 되는 판결을 연발하는 사람은 아마 양승태 정도? 사실 양승태조차 엄밀히 보면 매번 그러지는 않았다.

원래 거짓이 가장 위력적이려면, 그러니까 사람이 가장 잘 속아 넘어가는 때는 진실 사이에 교묘하게 거짓을 숨길 때다. 그래서 능란한 프로 사기꾼은 99% 진실에 결정적 1%의 거짓을 섞어 자기 좋을 대로 하는 거고.

멍청하게 판결마다 논란을 불러 일으켜서야 판사 고위직을 유지나 하겠나.

데이비드 흄이 앞으로 단 한 마리라도 ‘블랙스완’이 발견되면 오랫동안 진리라고 믿어 온 ‘모든 백조는 하얗다’라는 명제가 간단히 깨진다며 귀납법의 논리적 한계를 지적했듯, 여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온 법관이라 할지라도 100% 신뢰를 보장할 순 없는데 성 판사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 무죄판결도 그렇고 양승태 비서실장 이력을 비롯해 의심할 소지가 많았다.

그리고 인간사가 으레 그렇듯, 끝이 좋아야 다 좋은 법 아니겠는가.

세 번째는 박근혜 재판도 물적 증거는 부족했지만, 정황증거로 유죄 판결했는데 왜 그때는 그거면 충분하다 주장했으면서 이제 와서 내로남불 하냐는 논리다. 주로 보수 성향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과 중도층 쿨게이 일부가 하는 말이다.

이들은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사안들에서도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는 일이 많은데, 간단히 말해 사안의 디테일은 무시하고 그저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만 갖고 단순 비교하는 악질 프레이밍이다.


그러나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숨어 있는 법이니, 세세하게 비교해 보자. 

양적 증가가 특정 임계점에 다다르면 질적 변화를 수반한다는 ‘양질 전환의 법칙’처럼, 두 재판은 같은 정황증거라도 양과 질의 차원이 다르다.

박근혜 재판에 수집된 정황증거들은 구체성과 교차 검증(크로스체킹)되는 신빙성, 증언들이 가리키는 방향의 일관성까지 모든 점에서 압도적이다.

더욱이 김 지사 재판처럼 어느 한쪽의, 그것도 대립관계에 있는 일방의 증언에 의존하지 않고 제삼자라든가, 심지어는 박근혜 직속 수하들로부터도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했다. 예를 들어 ‘종범실록’이라고까지 일컬어진 안종범 수첩처럼.

결정적인 차이는 박근혜 재판에서 박근혜가 빠지면 전체 사건의 구성 자체가 대들보 없는 건물처럼 돼버려 논리적으로 성립이 되지 않지만, 드루킹 사건에서 김 지사는 필연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무슨 소린가 하면, 최순실이 공식 직함 따위 없는 그냥 아줌마인데도 호가호위하며 준 일인자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특수 관계인 박근혜가 대통령 권력을 갖고 배경으로 있어 줘서 가능했다.

즉 박근혜는 주연 중 한 사람으로서 적어도 최순실의 행동을 묵인했어야만 모든 사건이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걸 속칭 ‘빼박’이라 한다.

마치 혜경궁 사건에서 IP가 이재명 자택이고 트윗 70%가 성남 시장 집무실로 밝혀진 이상 이재명과 혜경궁을 빼면 사건 자체가 앙꼬 빠진 붕어빵이 되는 이치와도 같다. 

▲ 이런 게 ‘빼박’이지

이러니 물증 없이 정황 증거만으로도 논리적으로 빠져나올 수 없게 되므로 유죄가 가능해지는 거다.

그런데 드루킹 사건에서 김 지사의 포지션이 그러한 위치에 있나? 한번 김 지사를 지우고 그 자리에 적당히 ‘급’이 되는 정치인 아무개나 넣어봐라. 그래도 드루킹 일당이 같은 사건을 저지르는 데 하등 문제가 없으며 딱히 달라질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황만으로 김 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박근혜의 그것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빼박’ 정황이 필요한 것이다. 방금 예를 든 이재명 이상으로 말이다.

요즘 유행어로 그런 걸 ‘스모킹건’이라 부른다.

▲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 내용이나 결과에 대해 국민께서 비판하는 것은 허용돼야하고 바람직할 수도 있다”며 다만 정치권이 개개 법관을 공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 발언을 놓고 거의 모든 언론들은 앞부분을 거두절미하고 ‘판사를 공격하지 말라’는 발언으로 왜곡해 보도했다. 언론의 이간질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지난 글에서도 당부했었지만, 문파들 상당수가 이번 판결에 격앙된 나머지 지나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고로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하물며 이 일은 빠르면 2심, 늦어도 대법원까지 6개월 정도만 견디면 적당한 타이밍이 온다.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판사가 제대로 된 증거 없이 빈약한 추정만으로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끊어버리고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는 것 때문인데, 민주당 인사 몇몇이 의심스런 행동을 했다고 비슷하게 굴어서야 하겠는가.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내부 비판은 사실관계가 명확한 것에 한정했으면 한다.

이미 예상대로 적폐들이 정권의 집권 정당성마저 부정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전쟁이며, 필자 역시 평소엔 부정했지만 싫든 좋든 ‘원팀’이 되어야 할 때가 왔다.(부도덕성이 명확한 이재명류는 제외다. 이들은 의심스러운 정황을 빼고 판단해도 노골적으로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등 스스로 ‘원팀’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으며 전략적 관점으로 봐도 도움은커녕 마이너스다.)

▲ 전쟁은 일단 전력을 늘리고 봐야 한다.

그리고 전쟁은 일단 전력을 늘리고 봐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문파들로부터 평판이 상당히 떨어진 박주민 의원도 이 사건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런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늘려야 한다.

대놓고 방해하거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사람에게는 공격하거나 해명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도와주겠다고 공언한 사람들마저 배척한다면 고립을 자초하는 거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정의당과도 지금은 같이 가야 한다. 필자의 이전 글을 보면 알겠지만, 정의당 등 진보세력에 무척 비판적이고, 특히 심상정 의원은 특검 관련 결과적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번 판결에서 소극적이나마 편들어 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김 지사와 변호인 측의 준비도 결과적으로 허술한 면이 있었으니 항소심부터는 철저한 준비를 바란다.

물론 필자 포함 심지어 자한당 마저 구속까지는 예측 못한 ‘액시던트’였던 만큼 준비 부족을 질타할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지나고 보니 결과적으로 그랬다는 말로, 아무래도 방심했으리라.

유죄판결의 근거가 된 텔레그램 및 URL 송신 등의 논거에 대해 치밀한 반박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 만약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판결 같은 억지성 논리마저 포함해 예상 가능한 모든 주장에 대해 철저하게 반박 논리를 준비해뒀다면 즉석에서 판결을 물 먹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판 공청 기사를 보면 오전 드루킹 선고 때부터 심상찮음을 느껴 위기의식이 고조됐지만, 결국 오후 김 지사 판결 때도 예상외여서 당혹해하는 반응뿐이었던 것으로 보아 준비가 부족했음을 드러냈다.

이렇게 한번 쓴맛을 봤으니 어련히 알아서 잘하리라 생각하지만 노파심에서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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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프보유국 2019-02-03 10:23:36
잘봤습니다
정말정말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