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페미니즘과 20대 블루컬러의 소외감
안티 페미니즘과 20대 블루컬러의 소외감
  • 정종환
  • 승인 2018.12.18 13:4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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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거나 죽으면 교체되는 소모품…언론이 다루는 건 ‘처참하게 죽었을 때’ 뿐
▲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제작한 선거송 ‘다시 시작해’ 영상의 한 장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이 60대 이상보다 더 나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대 남성 지지 이탈 조짐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체감되어온 것이기는 하다. SNS에서는 20대 남성 전반에 대한 성토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때 회자됐던 ‘20대 개새끼론’의 재림이다. 반대 쪽에서는 이러한 여론 변화가 왜 일어났는지를 절절하게 말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정종환 님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포스팅을 필자의 허락을 구해 전문 게재한다.
[편집자주]

“20대 남자들이 멍청하고 덜떨어지고 사춘기를 못 벗어난 인간들이 많아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땡깡만 부리고 있다”는 분석을 하는 분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분석결과를 머릿속에 담고 계신 분들은, 결코 20대 남성들과 대화를 통해 설득하거나 분쟁의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우실 겁니다.

20대, 특히 조명 받지 못하는 20대 블루컬러 직장의 모습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일주일 내내 새벽에 눈만 뜨면 현장에 나가서 쉴 틈 없이 일하고, 잔업까지 마치고 들어와서 씻고 어쩌고 하면, 잠 잘 시간조차 부족하고 베게에 눈만 붙이면 잠드는 생활입니다.

깊이 생각할 시간을 들여가며 게시판이나 SNS에 정돈된 글을 올리거나, 길거리 시위에 나가거나 그럴 틈조차 없죠.

안 그래도 숨만 쉬고 일하며 겨우 먹고사는 만큼 월급 받는데, 그런 활동 하느라 공수를 못 채우면 당장 월급이 팍 줄어드니까요. 혹여 근무태만으로 잘리기라도 하면 또 어디 다시 취직할 곳도 여의치 않습니다.

뉴스를 볼 만한 시간은 점심 먹고 담배 한 대 태우다가 잠깐, 혹은 잠들기 전에 잠깐 보는 게 대부분 입니다.

게다가 이런 현장에 20대 여성들은 거의 없고, 어쩌다 보이는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어머니 뻘 되시는 분들입니다.

게다가 현장에서 정말 오랜 경력으로 일하시는 경력자분들 치고, 손발이나 팔다리 등 몸에 부상이 없는 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런데서 일 할리 없고 자신보다 더 편하게 사는 것 같은 20대 여성들이, 자기들은 한국남자들에게 피해를 받고 있다며 ‘한남 다 죽어버려라’고 외치는 모습들을 식당 테레비나 핸드폰 뉴스나 게시판에서 보게 됩니다.

▲ 조선일보 기사 화면 캡쳐. 적폐언론들이 젠더이슈를 문재인 정부 공격 소스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트래픽을 위한 자극적인 콜롯세움을 여는 걸 선호합니다. 그 다음은 투기장 중계만 해도 지면을 채워나갈 기사 분량을 채우기가 매우 쉬우니까요.

현직 기자들도, 옛날 시대랑 기사 마감 데드라인 타임과 인력은 똑같은데, 쏟아지는 사건과 이슈들과 사측에서 요구하는 ‘1인당 업무량’은 옛날 시대랑 비교도 못할 분량입니다. 이러다 보니 처음 기자가 되었을 때의 소신이나 기사의 깊이와 완성도를 지켜나갈 힘이 점점 떨어집니다.

혹여 소신과 완성도를 지키기 위해 데스크와 싸워가며 자신만의 기사를 써 나간다 해도, 윗선에 괘씸하게 보여 업무태도 불량으로 찍혀 잘리기라도 하면. 요즘 같은 세상에 또 어디 다시 취직할 곳도 여의치 않습니다.

발로 뛰는 심층취재는 업무시간에 쫓겨 꿈이 되고, 차츰 바이라인이 엉망이 되기 시작하며, 결국 ‘에라 시X 될대로 되라지’ 체념을 하기 시작하면서 기레기 딱지가 붙기 시작합니다. 비극이죠.

‘기자로서의 비극’과 ‘직장인으로서의 사내 생존’라는 블랙코메디가 한데 섞여 만들어진 기사들과 뉴스들.

이런 기사들과 뉴스들을 보던 20대 블루칼라 남성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 시X 난 이렇게 죽어라 일 한 것 밖에 없는데 한남들 싹 다 죽어버리라고? 어제도 내 옆에서 같이 밥 먹던 현장 동료가 하나 죽고 나도 죽을 뻔 했는데. 쟤들은 뭐지?”

▲ 국민 10명 중 6명의 대다수가 여성폭력방지법을 찬성하고 있지만 20대 남성(26.2% vs 61.7%)과 30대 남성(32.3% vs 50.6%)은 반대가 각각 60%, 50%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 리얼미터 12월 2주차 주간동향. 20대 남성의 긍정 평가는 29.4%로 60대 이상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이나 정부가 잘 하고 있는 건가 기사들과 뉴스들을 보자 싶으면, 언론에서 생산되는 기계적인 중립과 양비론에 의해 정치혐오를 일으키는 기사들과 뉴스들 밖에 없습니다.

“시X 정치하는 새끼들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꿀만 빠는 도둑놈들이네, 이 와중에 온실에서 사는 저런 애들 편만 들고, 나 일하는 현장은 나아지는게 없네? 시X 투표같은거 해 봤자 이 지X인데 차라리 그날 하루라도 좀 푹 자는게 낫겠다.”

“나는 이렇게 사람 다치거나 갈려 죽어나가도 산재처리도 잘 안해줄려고, 뻔히 현장에 대기하고 있는 119응급차 눈 피해서 현장 뒷문으로 사설 차로 환자를 짐짝처럼 실어나르고선 <현장 무사고 1000일 달성!>내걸고 있는 곳에서 일 하는데. 저것들은 저러고 있네. 에라이 시X 정신 넋 빠진 것들.”

이렇게 욕하지만, 페북 같은 SNS는 사실상 자기 프로필에 소위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출신학교나 직장이나 커리어를 적어 넣을 수 있는 사람들(이런 분들이 오히려 자기 세계관에만 갇혀 종종 현실과 빗나간 발언들을 자주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이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곳이고, 게다가 그런 걸 공개적으로 내세울 수 없으면, 닥치고 눈팅이나 하며 댓글 좀 달다가 가계정 취급받고….

사실 요즘 대부분의 뉴스나 기사 출처들은 이런 곳이죠. 직접 심층취재 하기엔 업무량 압박에 시간이 부족하고, 일단 빠르게 인용해서 마감 지켜가며 기사 쓰려면 발언자가 명확해야 하니까요.

20대 블루컬러들은 상대적으로 (소위 남 얘기 하는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세울 만한) 쥐뿔도 없는 입장이라, 끽해야 일과 중에 핸드폰으로 오토 돌려놓던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뉴스 댓글에서나 ‘에라이 넋 빠진 것들’이라고 욕 좀 하다가, 또 일어나 출근해야 되니까, 우울하고 억울하고 분한 기분으로 잡니다.

그리고 그 우울과 억울과 분함은 계속 누적되며 계속 반복.

다치거나 죽으면 딴 놈으로 교체투입하면 되는, 별 다를 것 없는 소모품 삶이라, 이런 삶이 언론 같은데서 다뤄지는 경우는 정말 ‘처참하게 죽었을 때’ 말곤 없습니다.

업계 용어로 소위 ‘그림’이 만들어지는 ‘액션’이 있어야 미디어에서 다뤄지고 공론화 되는데, 20대 블루칼라가 다뤄질 만한 그림이나 액션은 ‘처참한 죽음’뿐 입니다.

그냥 다치거나 죽는 건 그저 개죽음이고, ‘처참하게 죽어야’ 겨우 구석자리 조명하나 입방아 하나라도 받아보는 삶이라니.

시X 이라고 욕이 절로 나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모님이 사준 새 양복을 입고 웃는 모습, 남겨진 컵라면이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며 최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참담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용균님의 명복을 빌었다.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지난 11월 국회에 송부했다.

분명 우리 사회가 개선되어야 할 점들은 확실히 많으며, 저는 그래서 그에 따른 개선책 요구들도 함께 지지합니다.

각자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생각과 주장들을 존중하지만, 한 편으론 우울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합니다. 아니, 더 많은 사람들이 20대. 특히 블루컬러 종사자들의 입장도 이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상과 안티사상이 격렬히 충돌하는 건, 서로가 서로를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쪽만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시킬 수 있는 내용들을 많이 조명하는 것. 저는 그것이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금 이 썩어빠진 꼬라지들은, 도대체 누구를 비난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썩은 나라에서 대통령을 신선한 사람으로 정권교체한 건, 썩어서 쉰내 나고 곰팡이 피고 있는 딸기 생크림 케익에, 그저 딸기 하나만 새로 바꿔 얹어 올린 겁니다.

저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제 기능을 한 적이 손에 꼽는 입법부의 책임도 크지만, 지금의 이런 헬조선 ‘사회문화’들을 만들어낸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픈만큼 성숙하고, 고생끝에 낙이온다???

아프면 X같은 거고, 고생 끝에 골병들어요. 시X.

덧1. 먹고 살만한 분들께서 이 글을 보시면, 코스프레니, 픽션이니 그런 말들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됩니다만, 이 글은 모두 직접 몸과 눈과 귀로 겪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적은 글입니다.

덧2. 댓글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져 견디기 어렵군요. 차라리, 종족의 모든 생각과 모든 감정을 동시에 함께 나누는 ‘신성한 칼라’ 네트워크를 구축해 영원한 내전을 종식한,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를 본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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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2018-12-20 16:14:44
20대 블루칼라 비중이 높지 않은데, 왜 다른 세대 남성들에 비해 20대 남성들의 반응이 훨씬 더 극렬한지는 이 글로 설명이 안됩니다. 20대 블루칼라와 취준생이나 화이트칼라 20대 남성의 반응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요? 오히려 취준생, 화이트칼라 반응이 더 극단적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들은 여성들이 취업 시장에서 더 힘든 현실을 겪고 있고 회사 입사 후에도 성차별을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죠. 심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걸로 문재인 정부 지지 안한다고 하는 건 솔직히 오버로 보입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뭐 얼마나 여성친화적인 정책을 폈다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파드마 2018-12-20 14:35:25
20대 특히 블루컬러 종사자들에 대한 기사가
'생명의 죽음'과 관련될 때에 이슈가 되는 현실.
기자로서의 비극과 직장인으로서의 사내생존이라는 블랙코메디 현실.

입법부의 책임.
기성세대의 책임.

현실과 책임이 테마가 된 글에
그 어떠한 의견을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소위 페미라는 이름으로 내지르는 구호가
섬뜩하고 섬뜩합니다.

찬재 2018-12-19 19:34:02
정말 그놈들 페미 이용해서 여론 몰이 해대는거 보면 삼성을 비롯한 기득권이 무섭긴 무서워요
이대로 가면 하위층 끼리 죽어라 싸움 시켜서 3d정책이랑은 다른 의미에서 우민정치 실현할까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