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여성운전자라고 ‘위협운전’하는 시키에게 정의구현을!
여성운전자라고 ‘위협운전’하는 시키에게 정의구현을!
  • 이승하
  • 승인 2018.10.16 14:37
  •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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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시절 느낀 건 오늘날 단어로 ‘세상 여혐은 도로에 다 있구나’였다
▲ 사진=불스원 블로그 제공

‘보복 운전’하니 생각난 썰이다.

신기 가볍게 있던 양반이 “50대 되면 기사 두고 살 팔자”래서 면허도 안 따고 살았는데(면허는 목돈이 들기도 했고) 아무래도 그 팔자는 술기운에 남의 팔자 본 게 확실해, 무면허였던 나는 졸지에 한 달에 수천 킬로를 운전해야 하는 빡센 영업팀으로 가게 되었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아래에서 운전면허 시험이 쉬워지기 전에 면허를 땄고(무임승차 따위 없는 인생…. 그래도 당시 커브며 주차며 기능 주행 시험을 나름대로 제대로 봐서 도움이 되었다), 시간이 없어 도로주행 연수도 못 받고 주말 운전 연습을 했다. 일요일마다 운전연습한다고 고속도로를 타고 거래처를 오가곤 했다.

이때 느낀 게, 정말 오늘날 단어로 ‘세상 여혐은 도로에 다 있구나’였다ㅋㅋㅋㅋㅋㅋ

한 달에 수천 킬로를 달리다 보니 평행주차 빼놓고 운전 실력은 단시간에 급성장했는데, 왤케 내 얼굴을 확인하면 윽박지르고 화를 내기 시작하는 시키들이 많은 겨.

중고차는 선팅도 연해서 존재의 은폐가 불가능했는데, 잘 끼워주다가도 나이 어린 여자임을 확인하면 화가 치밀어서 괜히 클랙슨을 울리거나, 3차선에서 정속 주행하는 거 추월하다가 내 얼굴 확인하면 ‘그 따위로 할 거면 운전하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건방지게 선글라스 낀다’고 화내고….

아 내가 그리 비호감인 면상인가 분노를 유발하는 상판인가 싶었음.

▲ 위협운전하는 인간들아. 그렇게 살지말아라.

당시 출근 코스 중 종종 가던 곳이 ‘노들길-영등포 로터리’ 구간이었는데 영등포 로터리로 빠지는 길은 늘 차가 밀렸다. 이러다보니 새치기가 참 많은 길이기도 했다.

운전 좁밥이지만 성질이 더러운 나는 깜빡이를 넣지 않으면 앵그리 버드의 할배새가 되어 끼워주지 않았는데, 그날 아침도 앞차와의 거리 30센티 신공으로 밀리는 길을 조심조심 가고 있었다.

그러나 저쪽에서 한 SUV가 들어오는데, 처음엔 미안한 표정 연기를 하더니 내가 여자임을 확인하고 당장 시선 처리부터 졸 거만해지더니 ‘야!’ 하듯 앞대가리를 훅! 넣는 거다.

보통 그러면 사실 쓸데없는 공격성이 남자에 비해 낮은 여자들은 어머! 하면서 핸들을 갓길 쪽으로 놀라 돌리는데, 공격성이 평균에 비해 높고 몇 번의 삽질 끝에 ‘과실 비율’을 체득한 나는 주행 중 실선 차로를 깜빡이 없이 끼어들다 사고 나면 과실 비율 8:2, 즉 저 새끼가 8, 게다가 내가 혹시라도 나쁜 맘을 먹고 나이롱환자 노릇을 하면 대인 보상은 저 새끼 보험사가 백 퍼센트 부담해야 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핸들을 돌리지 않아 우리는 거의 십 센티 가까이 훅 붙었다.

그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눈을 부릅뜨며 우리는 표정으로 대화했다.

‘이년이?’

‘아저씨 내 뒤로 꺼져라 존말 할 때’

‘이런 미친년을 봤나 이년 너 절로 안가?’

‘여기 내 차선이거든 너 실선 무단으로 침범한 거거든 좁밥 시키야?’

하면서 우리는 10 센티에서 점점 붙고 있었고 짜증이 난 나는 접촉사고를 각오하고 직선 앞으로 슬슬 나갔다.

이놈은 ‘이 미친년이랑은 대화가 안 되겠구나’ 싶었는지 전략을 바꿔 윽박지르듯 포물선을 그리며 앞으로 들어가려고 나가는데, 앞은 곧 끼어들기 금지 봉이 있었다.

그곳에 부딪히지 않고 포물선을 그리면서 멋지게 나를 엿먹이려고 들어오려고 후욱 돌다가
.
.
.
앞에 가던 흰색 트럭의 사이드미러를 가볍게 박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첨엔 ‘어?’ 했는데 ‘어 저렇게 돌다간 앞차 박는데?’ 싶어서 내가 속도를 줄였는데 (박을 때 뒤에 바짝 붙음 차빼기 힘들쟈녀) 사이드 미러를 박아 흰 미러에 도색이 묻고 미러가 틀어짐. 

삑! 빼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럭 아저씨가 얼척 없어 하면서 차를 대고 내리는데 산전수전 공중전 겪은 얼굴이라 너무 행복해진 나는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깔깔 웃으며 “아저씨 깜빡이 안 넣은 주제에 운전 그따위로 해서 사고 낼 거면 운전대 잡음 안되지~ 즐거운 하루 되세요!” 하고 얼른 창문 닫고 내뺌.

그리고 며칠 동안 다시 만날까 봐 그 코스로 안갔쪄.

내 운전 역사상 가장 뿌듯했던 순간 쀼잉쀼잉 뀨

▲ 블랙박스나 여타 영상기기가 발달하기 전에는 제보하기도, 처벌하기도 모호했던 ‘위협 운전’이 이제는 형사법 특수협박(제284조)죄를 적용받아 처벌되고 있다.

▲ 점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운전 문화가 실제로는 과속 난폭 운전에 보복성 위협 운전까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작년 10월 KBS 보도 화면. 블랙박스가 날개돋힌 듯 팔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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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nm 2018-10-23 21:10:14
잘하셨어요. 글도 재미있고, 난 30년된 운전자인데.. 날 우습게 보는 넘을 별로 못 만나 보앗지만... 나도 만나면 그리 해 봐야 겠네요.

해팔 2018-10-17 09:54:21
우하하하

링고 2018-10-17 09:37:53
막 운전면허 딴 사람으로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저도 기자님 처럼 대범해졌으면...

가자 2018-10-17 07:00:24
뉴비씨가 인기 칼럼 연재로 쭉쭉 뻗을거 같은 예감이네요
멋져요

조아조아 2018-10-17 06:51:45
캬하~
사이다다요

테츠 2018-10-17 02:15:14
아니 언론사에 실리는 칼럼에 쀼잉쀼잉 뀨가 뭡니까. 저도 앞으로 종종 쓰도록 하겠습니다.

어우러기 2018-10-17 01:38:59
으헤헷 속이 다 션하네요~!

나마지리아 2018-10-17 01:34:27
ㅋㅋㅋㅋㅋㅋ 걸크러쉬 ㅋㅋㅋㅋㅋㅋ

리나린 2018-10-17 01:24:52
누군지 몰라도 세상 멋있다!!

파드마 2018-10-17 00:59:08
시키에서 벌써 예사롭지 않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키" 저절로 따라 함

luy 2018-10-17 00:53:23
와 시원해!!

박미란 2018-10-17 00:04:21
ㅋㅋㅋㅋ

루트 2018-10-17 00:02:38
캬하하하 아주 깨소금맛. 깜박이는 끼어들기에 상공한사람의 새레모니다~~라는 말도안되는 얘기도 있던데. 예의가 없어 커트야 커트~

을목남 2018-10-16 23:55:37
거 젊은 사람이 좀 참지

전승민 2018-10-16 23:44:03
역시 드립러다운 훌륭한 글입니다

웨블박씨 2018-10-16 22:46:19
정말 마지막 결론 너무 후련하넹ㅎ!

유미부인 2018-10-16 22:39:07
쀼잉쀼잉 뀨

가마 2018-10-16 22:30:12
해피엔딩!

언제나무소유 2018-10-16 22:28:28
아흐, 이거 아주 그냥 짜릿하기가 그지 읍네요 ( 'o')

이겨레 2018-10-16 22:25:32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넘나 후련한 기사네요!
어휴 이런 필력은 어디서 나온담 기자님 얼굴도 넘나 미인이실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