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한국경제사 이야기(10) 장하성 vs 장하준 재벌개혁 논쟁
한국경제사 이야기(10) 장하성 vs 장하준 재벌개혁 논쟁
  • 강신홍 시민기자
  • 승인 2018.01.0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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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홍 시민기자의 ‘알기 쉬운 현대 한국 경제 이야기’-주주가치와 대안연대 이론
참여정부 시절 정치칼럼 전문 사이트 서프라이즈와 노무현 대통령 개인 홈페이지(노하우)에서 ‘꺼벙임다’라는 닉네임으로 경제관련 글을 꾸준히 올렸던 강신홍씨가 예전에 썼던 글들을 현재 시점으로 일부 수정해 뉴비씨에 기고하겠다고 알려왔다.
강신홍 시민기자는 “다른 부분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경제는 연속되고 연결되는 것이어서 박정희의 경제부터 IMF외환위기, 대중경제론, 경제민주화, 재벌문제까지 같은 뿌리를 두고 살펴 봐야한다”며 주요 논쟁들을 중심으로 경제 이면의 문제와 설명들을 이어 나가겠다고 한다.
‘논쟁으로 바라보는 한국경제 (부제 : 알기 쉬운 현대 한국 경제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강신홍 시민기자가 올릴 이번 시리즈 글은 총 14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주]

논쟁으로 바라보는 한국경제 (부제 : 알기 쉬운 현대 한국 경제 이야기)

- 목 차 -
1. 박정희의 경제 신화는 허구인가?
2. 1997년 IMF 경제위기의 원인(일본의 생산자본과 미국의 금융자본 전쟁)
3. 조국근대화론과 대중경제론
4. 김대중 정부의 IMF 구조조정 해법에 대한 논쟁
5. IMF 이후의 금융구조 논쟁
6. 대우그룹 해법과 BFC 해외 비밀계좌(정치적 희생양인가 대마불사를 노리는 국제 사기꾼인가?)
7. 사모펀드 논쟁(타이거펀드, 칼라일과 한미은행, 론스타와 외환은행. 이명박과 맥쿼리)
8. CEO논쟁1(과거가치) - 옥시 신현우, 현대건설 이명박, 킴벌리클락 문국현
9. CEO논쟁2(현재와 미래가치) – 애플의 스티브잡스, 네이버 이해진, 다음 이재웅, 카카오톡 김범수
10. 주주가치 이론과 대안연대 이론(장하성 과 장하준 누가 옳은가?)
11. 카드채 논쟁과 미국 발 주택 모기지 논쟁
12. 경제민주화 논쟁(경제민주화의 모체는 DJ의 대중경제론, 우파의 경제와 좌파의 경제)
13.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14. 재벌 개혁과 중소기업 해법

***

#장하성 교수는 2018년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그러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시점에서는 대학교수의 신분이어서 교수라는 직책을 썼다.

 
SK그룹과 소버린 사태 

2003년 봄, 국내최대의 정유회사이며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경영권을 가지고 주식전쟁이 벌어진다. 모나코에 있는 ‘소버린자산운용’의 국내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이 SK 그룹과 주주 쟁탈전을 벌이게 되는데, 여기에 시민단체까지 함께 하여 당시의 국민들에게 큰 화제가 된다.

당시 SK그룹 경영진은 1조5천억대의 분식회계와 JP모건과의 옵션 이면계약을 체결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었고, 그로 인해 한때 2만원까지 오르던 주가가 5천원대로 추락했다. 너도나도 ㈜SK 주식을 팔아 치우기 바쁠 때 소버린은 주식을 헐값에 대량 매입하게 된다.

지금은 지주회사 구조로 재벌의 지배구조가 일부 개선은 되었지만, 당시 재벌의 기업지배구조는 대단히 취약하였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에 대한 최태원 최태원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직접지분은 1.39%에 지나지 않았다. 소버린은 자산 17조 이상이나 되는 ㈜SK의 그런 약점을 파악하고, 17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돈으로 주식 14.99%를 사들여 1대 주주가 된다.

이 당시는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을 하던 당시 장하성 교수도 재벌개혁과 좋은기업지배구조 운동을 하던 때여서, 논란의 대상이 된 SK그룹을 대상으로 일전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과 장하성 교수도 소버린을 간접 지원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주식 14.99%로 ㈜SK의 1대 주주가 된 소버린은, 최태원 회장과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한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한다. 주주총회와 임시총회에서 이사들의 자격요건을 내세우며 SK 그룹일가와 경영권을 놓고 대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05년 6월까지 2년간의 지루한 싸움 끝에, 소버린은 소액주주들의 표를 얻지 못하게 되고 세가 불리하게 되자, SK(주)의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바꾸고, 2005년 7월18일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주 : 한겨레21 959호 기사 참조)

당시 소버린의 주식 전량 처분으로 얻은 이익이 1조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2년 만에 투자금의 5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것이다. 

소버린 사태는 그 당시까지 우리 재벌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취약하고, 그들의 윤리경영이나 투명경영에 대한 의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소버린은 2천억도 되지 않는 돈으로 1조원 가까운 이익을 내고 철수하면서, 외국자본의 ‘먹튀’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를 계기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판치는 주주자본주의(주: 주주자본주의는 주주가치 이론의 시발점이다)가 뿌리내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외국자본의 손에 국내 우량 기업을 넘겨줄 위험이 있다며 ‘외국자본 경계론’이 나오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소버린이 끼친 영향 – 주주가치 이론과 대안연대 이론의 탄생

당시,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 하에서 이동이 자유로워진 헤지펀드가 시장을 교란한 후 차익을 챙기고 떠나게 되면, 뒤에 남는 것은 국부 유출과 투자자 손해 문제가 대두 되었다. 

소버린이 엄청난 이익을 남긴 이면에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그 주가를 떠받쳐 주었고 그들이 떠나자 주가 하락으로 많은 손해를 안기 때문에 증권가에 신자유주의에 힘입은 헤지펀드가 큰 문제가 된 것이다.

소버린 사태는 국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투기자본은, 경영권 탈취나 단기적 이익만을 위한 기업의 장기적 투자 반대와 같은 행동으로, 국내 산업기반에 많은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일자리도 약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투기자본의 문제 때문에 이전에 재벌들과 전경련 등에서 반대하던 차등 의결권, 의무공개매수제도, 포이즌 필, 황금주 등의 장치들의 규제들 필요성에 대하여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요구하기 시작 하였다. 

물론 이는 미국·일본·영국 등 상당수 국가가 채택한 제도들이며, 동시에 이전까지는 전경련 등에서는 ‘규제 완화에 역행된다’며 반대하던 제도들이다.

이후에 장하준과 함께 대안연대회의(이후 대안연대)의 핵심멤버가 된 정승일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은 참여연대가 이끈 소액주주운동까지 영미계 투자펀드들과 소수의 주식투자가들을 위한 부의 재분배만 추구하는 ‘월가의 논리’라고 ‘장하성’이 이끄는 참여연대와 좋은기업지배연구소 등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소버린 사태가 한국 경제에 끼친 영향은 컸다.

첫째, 직접적으로는 SK그룹은 이사회제도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외이사 비율을 75%로 확대하고 투명경영위원회 등 하부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그룹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SK 그룹은 다른 재벌보다 지배구조나 투명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 벌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최순실의 지원 요구를 당당하게 거절하여 국정농단의 화마를 비껴 갈수 있었다.

둘째는 투자자와 기업이 달라졌다. 과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제시한 안건에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많은 기업들이 이제 주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투명경영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소버린 사태를 계기로 소액주주운동으로 대표되는 주주가치 이론은 당시 재벌의 경제독점을 개선하고 바꾸려 하는 소극적 의미의 ‘경제민주화’의 시발이 되었다(주: 경제민주화에 대한 설명은 뒤에서 다시 언급할 것이다).

그러나 주주가치 이론이 추구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은 단지 주식투자자들에게만 좋을 뿐 사회와 국민경제(민족경제)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하며, 노사와 지역사회 등이 연대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안연대가 태동하는 계기도 되었다. 

두 이론에 대해 어느 이론이 옳고 그르다 하는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소버린 사태’가 신자유주의 체제의 외국자본의 폐해를 조기에 알려주었고, IMF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취약한 지배구조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게 해준 셈이다.

당시 IMF 외환위기 이후, 시급하게 요구되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사회에 알린 공헌도 있다. 소버린 사태를 계기로, 재벌개혁을 위한 주주가치 이론과 경제민주화, 대안연대를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


재벌 문제의 본질과 재벌의 공헌

재벌문제의 이면에는 그 동안 우리가 추구해온 한국경제의 성공과 실패가 농축되어 있다. 또한 재벌문제는 순수하게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정치, 사회, 문화적인 문제도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의 특성은 과거 절대적 빈곤기에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에 내부시장의 형성과 그를 위한 차입경영 그리고 불균형성장으로 대표된다(주 : 3장 조국근대화론과 대중경제론 논쟁에서 참조).

내부시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처럼 생산과 소비 그리고 금융시장이 불완전 할 때, 국내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업에의 진출과 신속한 투자 확대를 쉽게 해주기 위하여 재벌에 돈을 모아주고 사업을 몰아주는 구조였다.

처음에는 그런 내부 시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하며, 기업에게는 적자수출 즉 출혈 수출을 강요하고, 그 대가는 국내 소비재는 ‘이중가격’에 의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도록 하여 출혈 수출로 인한 손해를 국내에서 보상받도록 하였다.

그러나 산업기반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술력이 없는 출혈수출은 원자재 등을 일본RHK 해외에서 사와야 한다. 그리하여 수출은 늘지만 수입은 더 크게 느는 현상이 박정희 사후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중심 경제는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도 더디게 했으며, 결과적으로 내부시장의 형성을 더디게 하였다.

당시 김대중 후보의 대중경제론에서처럼 출혈수출 정책보다 수입대체 산업부터 성장시키는 정책을 썼다면 내부시장 형성이 더 빨리 진행되었을 것이고, 이중가격제에 의한 국민들의 고통과 희생도 적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당시에는 금융시장이 성숙되지도 않았고, 그러한 미약했던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수반하는 신규사업에 선뜻 자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을 때, 재벌들은 그룹내부에 형성된 자금력을 동원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 

물론 정부나 정치권에서 관치정책금융과 장기저금리의 차관 등을 시중금리의 절반 이하의 특혜 자금을 재벌기업에 제공하여, 불합리한 재벌의 내부시장을 확대 시켰다

이러한 재벌의 내부시장의 형성은, 주어진 요건에서 투자의 확대뿐만 아니라 경영상 위험을 분산시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의 부진이 반도체의 호황으로 상쇄되고, 반도체의 불황이 또 다른 분야의 호황으로 상쇄되게 되어, 불황이나 위기에 굴하지 않고 국제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재벌경제의 폐해

물론, 재벌중심적 경제가 내부시장 육성을 통한 공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설립 초기부터 정경유착을 통해 성장해 왔다. 정경유착을 통해 시중금리의 절반도 되지 않는 특혜금융과 정책적인 인허가의 특혜를 누려왔다. 

이렇게 특혜로 인한 국가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유도하였고,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자금공급을 왜곡시켰다. 또한 특혜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불평등 경쟁을 통해 이득을 취해왔고, 그 이득들이 오늘날 재벌 성장의 근간이 되었다.

또한, 재벌들은 비상장회사의 주식과 사채와 같은 다양한 편법을 통해, 주식을 2세나 3세에게 증여하며, 상속세와 증여세를 탈세하는 등 막대한 부를 세금 없이 물려주는 일을 해왔다.

우리나라 상속세에 대한 법 조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달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법 조항을 세밀하게 만들더라도, 우리나라의 재벌 그룹들이 변호사와 회계사들을 수백명씩 채용하여, 그 헛점만 파고드는 것이 현실이다. 

역대 정부에서 포괄적 상속세 제도를 적용하여도 이를 감시해야 할 여론이나 국민들이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할 때, 공정한 법 집행과 경쟁을 통해 재벌이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편법과 혈연을 기초한 전근대적인 부의 세습과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차입경영으로 부채에 의존한 방만한 경영을 통해 국가경제에 심대한 부담을 주었고, 결국 이것이 1997년의 IMF사태를 가져오게 되기도 하였다. 

과거의 재벌에 의한 경제적 집중 심화와 같은 수많은 문제들을 야기했다. 재벌 그룹간의 교차보조를 통해서 경영상의 위험분산을 추구하던 본래의 목적에서 부실기업을 유지시키는 수단으로 재벌들이 변질 되었으며, 과잉투자와 문어발식 확대를 통해 덩치만 키워 무리한 기업경영을 하였다고 비판을 받아 왔다.

재벌이 비대해짐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내부 시장을 육성한다는 목표도 사라지고, 경영의 비능률이 초래 되었다. 그들이 생존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같은 하청업체를 더욱 쥐어짤 수 밖에 없었다. 경영의 투명성 부족과 소유지분에 비해 지나친 오너의 영향력 행사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재벌 문제 핵심은 지배구조의 문제

우리가 논의하는 재벌 문제의 핵심에는, 재벌의 지배구조의 문제가 있다. 불과 5%의 지분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수십 개의 재벌그룹의 개별 기업들을 소유할 수 있는 현실에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재벌그룹들의 이러한 지배구조의 문제 때문에, 회사의 중요한 결정들을 주주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정경유착, 편법상속, 부채중심의 방만한 경영이 아무런 통제 없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재벌들은 회사 전체나 주주 전체의 이익보다도,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한 결정을 한다고 하여도 이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역대정부에서 논의 되었던 재벌개혁과 관련한 수단(총액출자 제한제도, 금융계열사 의결권제한, 연결납세제도, 외부 사외이사 추천제…)등이 모두 재벌의 지배구조의 문제점에서 출발한 제도들이다.

당시의 재벌개혁은, 재벌이 국제경쟁에서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 하면서, 재벌부실을 가져오게 한 기업지배구조, 공정경쟁질서의 취약, 기업회계의 투명성 부족, 금융시장의 후진성 등을 개선함으로써 접근해야 할 문제이었다.

오늘날, 재벌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와 중소기업의 문제이다. 일자리가 늘지 않고, 중소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경제가 재벌 집중으로 인한 경제로, 일자리가 늘지 않고, 중소기업이 활성화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정부의 경제목표는 일자리와 중소기업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인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진하는 ‘착한 성장론’을 위해서는, 결국 재벌개혁이 가장 큰 선결과제이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이다. 물론 과거 10여년간 대부분의 재벌들은 지주회사 방식으로 형식상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한 듯 보인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지배주주 개편은, 대주주의 통제력 강화만 가져왔을 뿐, 일자리와 중소기업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성장과 분배를 해결하지 못하고 착한 성장을 이끌어 내기에는 많은 부족함이 느껴진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재벌의 소액주주운동과 일부 주주가치 이론을 적용하여 재벌의 지배구조를 바꾸려 한, 이 분야의 전문가인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 재벌개혁 방향으로서 과거 참여정부에서 논의 되었던, 주주가치 자본주의 이념과 대안연대 이론의 논쟁들을 참고하여야 한다.

▲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당시 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현 공정거래위원장)]는 2004년 1월 19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손길승 회장 등 SK(주) 이사진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을 3월부터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는 모습. 오른쪽에는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모습도 보인다.
 
대안연대와 참여연대

참여정부 시절에는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대안연대와 참여연대의 논쟁이 계속되던 시절이었다. 과거 개발경제 시대에 재벌의 공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재벌의 행태로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의 구축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즉, ‘개혁과 통합’의 변증법적인 발전을 위하여 재벌개혁 이라는 선결과제가 있었다. 

이를 위하여 이러한 재벌개혁을 위한 전면에 주주가치 극대화의 원리를 이념으로 하여, 기업은 주주의 것이고, 이사회와 경영자는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를 통하여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 이가 장하성을 중심으로 한 참여연대이다. 

물론 참여연대는 대기업 주주를 위함이 아니라 소액주주를 위하는 정책임을 기본으로 하였다.

이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대표되는 세계화를 직접 주장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기업투명성과 소수주주 보호를 명목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정당성을 입증하려 하였기에, 참여연대의 소액주주 운동이, 글로벌 스탠더드 세계화 추세를 따르는 신자유주의적 요소를 가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반면에 정부의 특혜를 받으며 성장한 재벌은, 사유재산인 동시에 국민적 자산임으로, 주주가치이론으로 무장한 투기자본이 재벌을 흔드는 것보다는, 재벌이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국민경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재벌개혁론을 주장하는 대안연대가 있었다.

재벌을 개혁하자고 하는 목표는 같지만, 주주가치 자본주의 이념과 대안연대 이론의 대립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예크’로 대표되는 미국 공화당의 시카고 학파와, 정보비대칭과 불완전경쟁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노동자가 생산자 등 경제주체들이 다각적이고 합리적으로 전략적 행위를 강조한 신케이즈 학파의 대립에서부터 그 기원을 삼기도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하는 주주가치 자본주의 이념

전통적으로 소유가 광범하게 분산된 미국의 대기업들에서는 전문경영자들이 기업을 장악, 지배하는 ‘경영자 지배’라는 현상이 일반적이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2차 대전 이래 고성장을 주도하던, 미국의 대기업들이 경영위기에 빠지자. 경영자 지배를 모랄헤저드 기회주의로 비판하고 주주지배(shareholder control)를 요구하는 주주가치 이론이 미국의 시카고 학파에 의해 주장되기 시작하였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보수적 경제정책을 지지해온 시카고 학파의 경제경영이론이, 1980년대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아버지 부시 대통령) 집권기에 주요한 경제정책으로 등장하게 되고 실현 되면서, 주주가치 자본주의(Shareholder value Capitalism) 이념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태생이 미국과 같은 영국에서도 마가렛 대처 수상이 미국과 같은 보조를 취하며, 신자유주의와 함께 주주가치 자본주의 이념을 흥행하게 하였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퇴색하기 전까지, 주주가치 자본주의 이념은 미국과 영국을 지배하는 패권주의적 경제논리가 되었다.

이들은 금융과 증권 그리고 기업시스템에까지 주주이익을 우선하는 주주가치 자본주의를 확립함이 기업과 금융시스템을 혁신 시키는 길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들은, 뉴욕과 런던의 연기금 펀드와 뮤추얼 펀드를 동원하여, 금융세계화를 주창하며 유럽과 아시아 각국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게 되었다. 

이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자기들에게 익숙한 영미의 기업 기준을 그들이 진출한 세계 각국에 요구하였고, 이에 부응하여 세계은행, IMF, OECD 등도 주주가치 자본주의를 실천하기 위하여,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기업제도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압력을 행사하였다. 

물론, 우리나라 외환위기시의 IMF의 요구사항들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주가치 이념은 미 재무부가 주도하여 전세계, 특히 힘없는 개발도상국이나 동남아의 신흥시장에 요구하는 미국의 패권주의 경제정책을 반영하는 핵심 아젠다의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가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적대적 인수 허용, 소수주주(minority shareholder) 권리 강화, 공시제도 개혁 등은 주주 자본주의 이념을 지향하는 재벌개혁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참여정부에서 채택한, 연기금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촉구, 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한 강화 등도 주주가치 자본주의 강화를 하는 재벌정책으로 분류될 수 있다.

물론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이 주주가치 이론을 직접적으로 채택하자는 주장은 아니었다. 

다만, 명시적으로 미국식 주주가치 자본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채택하지는 않지만, 한국사회의 뼈저리게 아픔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해결이 요원했던 재벌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부 주주가치 이론들이 주장하는 정책들의 채택을 요구하게 된다. 

그들은 집중투표제, 집단소송제 등을 요구하고, 캘리포니아연기금 등 뉴욕, 런던의 외국투자자(펀드매니저)들과 장하성 교수의 ‘좋은 기업 지배구조 연구소’가 교류하면서,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기수들이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하였다.


주주가치 자본주의 이념의 모순으로 태어난 대안연대

대안연대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재벌그룹은 해외의 다국적 거대기업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그들의 위협으로부터 국내 대기업을 국가가 보호, 육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 하여 왔다고 생각한다. 

과거 재벌 그룹에서 문제가 되었던 계열사 간 상호출자의 과다 문제는, 재벌 내에 내부시장을 육성하여 모아진 자본을 가지고 고도의 기술력 없이 장치산업과 중화학공업에 신규 사업에 투자하고 진출하기 위한 시대적 소명아래서 만들어진 산물이었다고 주장한다.

글로발 스탠더드라는 구호아래 이루어지는 금융세계화와 기업과 주식시장의 완전개방의 요구조건에서 주주가치 이념의 기본을 이루는 ‘공정경쟁’ 이념은, 실제로는 공정하지도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이지도 않는 불공정하며 보수적인 이념과 정책으로 평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유시장(free market) 이데올로기에 따른 ‘공정거래’의 이념은 시장에서의 ‘공정경쟁’이 만인에게 이익이 된다고 가정 할 때만 성립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선진국과 후발국간에, 초대형 다국적 기업과 개발도상국의 후발 대기업간에 과연 ‘공정경쟁’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특히 적대적 M&A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업지배권시장(주식시장)에서 완전경쟁이나 공정경쟁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당시 참여정부 시대에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서 유통주식의 절반 이상이 뉴욕과 런던의 투자가들이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시가 총액을 보면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결국 한국 경제의 핵심이 사실상 외국인들에 의해 점령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세계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금융세계화의 구호가 지배적이었다. 기업지배시장과 주식시장 개방이라는 신자유주의의 명제아래서, ‘공정경쟁’을 강조하는 주주가치 자본주의 정책은 ‘중소기업 등 약자 보호’라는 공정거래법의 원래 취지를 실현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다국적 기업, 외국금융기관과 외국 투자자들의 불공정 이익을 증대 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선단식 재벌기업을 해체하고, 독립 기업화 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량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고수익이 계속 유지되는 한에서는 적대적 인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독립기업으로서 안정적인 대주주 역할을 하며 성장할 수 있으나, 수익이 악화 될 경우에는 적대적 인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단이 없게 된다.

이러한 주주가치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있다고 생각하며 이에 맞서, ‘대안적 세계화’를 모색하는 경제학자들이 장하성 교수의 사촌인 장하준 교수를 중심으로 한 대안연대 이다. 

이들은 이념적으로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또는 ‘케인스식 수정자본주의’의로 분류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사회의 구체적 현실에서 ‘대안적 세계화’의 답을 찾고 있었다.

이들은 기업이 투기적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재벌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재벌 총수에게 경영부실의 책임을 묻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신 재벌개혁론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하던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맞서 대안이 될 정책을 모색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은행간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 단기이익을 노린 투기성 외국자본에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넘기는 기업매각 등의 정책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결론적으로 대안연대의 경제이론이라 함은 자본과 기업의 ‘국적성’을 강조하여 국내 기업이 투기적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급속적인 재벌 개혁보다는 온건한 재벌개혁을 주장하며,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사회통합을 통해 성장기반을 육성하며, 금융자본보다는 산업자본 위주로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주주가치이론과 대안연대의 실종?

90년대 말의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논쟁을 벌이던 주주가치이론과 대안연대 이론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서서히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된다.

주주가치 이론은 주주가 정점에 있던 미국식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90년대 말의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와 함께 꽃 피운 신자유주의 경제의 주류였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일본이나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영향 아래 기업이 있는, 국가 중심 모델이 주류였다. 독일에서는 노동자가 이사회까지 참여하는 노동자 중심 모델이 주류였다. 

각 모델에 맞춰 투자자의 기대, 소비자의 기대, 노동자의 기대, 그리고 경영자의 의사결정 기준도 달랐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식 주주 중심 경영이 쇠퇴하면서, 기업 경영은 더 다양화하고 있다. 주주가치 중시 경영을 앞장서 외치던 투자은행들은 파산한 뒤 스스로 국가의 투자를 대거 유치해 간신히 살아남았다.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 ‘잭 웰치’처럼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경영을 소리 높여 외치던 이가 ‘단기적 주주가치를 위해서만 경영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동안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서만 돌진하던 경영자들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주주가치이론이 퇴행하며, 주주가치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태동되었던 대안연대 이론도 빛을 잃었다. 

그러나 한국식 재벌폐해를 개선하고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구하던 주주가치이론과 신자유주의로 흐르는 주주가치 이론을 경계하는 대안연대의 교훈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장하성(왼쪽)과 장하준
 
장하성과 장하준, 그리고 끝나지 않은 논쟁들

과거, 주주가치이론과 대안연대이론을 대표적으로 주장하던 장하성 교수와 장하준 교수는 사촌형제 사이면서도 이론적 지형은 반대이다. 

장하준 교수가 주주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재벌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과 달리, 장하성 교수는 한국의 특수한 재벌경제 상황을 주주가치 자본주의에 충실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이론을 펼쳤다. 

그는 소액주주 운동을 주도하면서 재벌 저격수로 활동하며, 비록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직접 지배구조개선 펀드를 만들어 주주 행동주의에 나서기도 하였다.

두 사람은 재벌개혁에 대한 인식과 행동,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주주가치에 대한 차이뿐만 아니라 몇 가지 차이가 더 존재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고 돈을 안 쓰는 이유가, 장하준 교수는 주주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주주의 이익을 챙겨주느라 투자를 안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주들 배당 주느라 임금을 깎거나 비정규직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장하성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주 자본주의가 가장 약한 나라이며, 기업들이 배당을 거의 안 하고 사내 유보이익 형태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재벌총수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는 배당을 많이 하고, 재벌총수 지분이 적은 회사는 배당을 거의 안 한다. 

이런 현상 때문에 장하성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는 재벌총수의 가치가 주주가치보다 앞선다는 주장을 하였다. 대신 사내 유보이익에 과세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내유보이익에 과세를 하면, 기업들은 세금을 적게 내려고 배당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은 대안연대의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자본소득이 증가하면 자본소득의 과세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거 장하성 교수의 주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소득도 낮고 배당소득은 더 낮다고 주장한다. 통계적으로 상장기업의 배당이 이들 기업들의 임금의 5%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을 둘 다 올려야 한다는 거다.

장하성 교수는 여전히 국내 경제 문제를 재벌과 시장의 대결구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기업의 역할은 이익을 내고 그걸 분배하는 것인데, 분배하는 방법이 하나는 배당이고 다른 하나는 임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임금도 낮지만 배당은 더 낮다는 것이다. 그걸 기업들이 현금으로 쌓아두고 있으니까 과세를 해서 사내유보금 문제를 풀자는 것이 장하성의 주장이다.

또한, 장하성 교수는 한국적 특수성을 이야기 한다. 

그는 2014년 8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의 원인은 자본소득이 경제성장률을 앞질러서가 아니라 노동소득이 경제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해서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이38.8% 늘어났는데 실질임금은 23.2% 늘어나는데 그쳤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1998년80.4%에서 2012년 68.1%까지 줄어들었다”고 주장하며, 노동소득의 증대를 자본소득 증대보다 더 높이 요구하였다.

물론, 산업화가 진행되며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이 적어지고 로봇이나 자동화가 대체되는 추세를 핑계로 노동소득 축소를 당연시 하는 세력도 있다. 

그러나, SW산업과 게임과 같은 IT산업분야와 지식산업 등에는 기존산업과 달리 노동소득 비율이 높은 산업들이 많아지고 있어, 급속한 노동소득 분배율의 저하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필자가 느끼기로 장하준 교수는 해외에서 글로벌한 경제 환경을 연구하여 얻게 된 일반적인 글로벌 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이론을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으며, 장하성 교수는 국내에서 참여연대 활동을 하며 재벌그룹의 폐해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을 몸소 겪고 느낀 체험에서, 한국 재벌의 특수성을 감안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장하성 교수도 과거 소버린 태에 SK㈜에 맞서 소액주주운동을 벌이며, 소버린의 먹튀 논란을 부추기게 된 사실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소버린 사태가 SK그룹에게는 일찍 지배주주 문제를 준비하고, 비록 외부로부터 강요된 조치였기는 하지만, 다른 재벌기업과는 달리 투명경영에 대해 일찍 준비를 하게 된 장점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투기자본을 도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소버린 사태를 바라보며 다른 재벌기업도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된 셈이어서, 참여연대와 장하성교수의 소액주주운동은 SK그룹과 우리사회에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했지만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 본질적 기능, 사내 유보금 문제, 일자리 문제

장하성 교수가 말하는 한국의 특수성에는 주식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포스코와 같은 우량기업들은 거의 20년이 다가오도록 유상증자와 같은 주식발행을 안 하고 있다. 사내 유보금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주식발행을 해서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주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배당 압박 때문에 임금이 안 오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도 모두 배당을 위해 사내 유보를 늘리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한다. 또한, 그들은 주주 자본주의의 압박에서 재벌의 경영권을 보호해 줘야 한다고 까지 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주장이라는 생각이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이익이 많이 생기면 사내유보금으로 보유하기 보다는 주주들의 요구에 의해 배당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규모의 투자나 M&A 가 필요하면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나 다른 수단을 통해 조달하게 된다. 

그런데 유상증자를 하게 되고, 대주주가 지분율을 확보하려면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기업에 돈을 다시 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분율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서구의 기업들은, 실제로 창업주나 대주주의 지분이 적다. 이와 달리 국내 재벌들은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배당을 꺼리고 사내유보금만 키우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재벌기업이나 기업의 대주주들은 기업의 자산이 법인 것이 아니라,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최근 이건희 회장과 조양호 회장이 법인자금을 사저의 인테리어에 사용했으며 삼성의 차명계좌가 또 발견 되었다는 것은, 재벌기업 대주주들의 전근대적인 기업 소유인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지고 윤리적으로 된다면, 재벌기업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고 자기 재산처럼 사용하거나 행사하기 보다는, 주주들에 배당도 늘리고 줄어들기만 하는 노동소득을 증가시키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노동 소득이 증가된다는 것은 임금도 늘어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가 순환되어 잘 돌아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주주가치이론과 대안이론의 논쟁을 통해서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재벌들은 그들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고서도, 적은 지분으로 선단식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체제의 전환이 이상적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재벌기업들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지주회사체제가 어느 정도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직 우리경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재벌의 사내유보금 증대와 함께 투자에 대한 노력도 아직 요원한 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각 경제주체의 경제민주화도 후퇴되고 있다. 재벌이 국가경제의 집중력을 높이는 동안 중소기업 문제와 일자리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쟁거래위원장의 근본적 재벌개혁을 어떻게 완성 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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