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잡상인] “정파가 아니다. 시민이다” 노브랜드 시대
[잡상인] “정파가 아니다. 시민이다” 노브랜드 시대
  • 김경탁
  • 승인 2017.12.22 17: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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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문빠 낙인을 넘어 ‘문꿀’로 진화한 시민권력 그리고 안희정의 존재
 
(다큐 영화 ‘노무현입니다’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몇 달 전, 옆 동네에 노브랜드 전문 매장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구경을 간 일이 있다. 
 
컨테이너 가건물처럼 생긴 4층짜리 단독 건물에서 주차장을 제외한 1층과 2층만 매장으로 사용하는데, 1층 매대 앞에 전시된 2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대형 TV에서는 때마침 개봉을 앞두고 있던 다큐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예고편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매장 전체를 덮고 있는 노란색 디스플레이가 주는 시각적 자극과 TV 스피커를 통해 큰 소리로 반복 재생되는 ‘노무현입니다’ 예고편이 주는 청각적 자극이 어우러지면서 가슴속에서는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국민 참여경선을 앞두고 노무현 캠프는 노무현 후보를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선보였는데, 그중 핵심은 후보자의 성씨인 ‘노’를 노란색의 ‘노’로 브랜드화해서 사람들에게 각인시키자는 컨셉의 색깔 마케팅이었다. 
 
노사모 회원들은 목에 노란 머플러를 매고, 손에 노란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애타는 목소리로 노무현을 연호했다. 노무현과 그 지지자들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매주 경선이 열리는 지역 거점 체육관 내부와 그 주변을 에워싼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헌정사상 최초의 국민 참여 경선을 통해 선출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의 선거과정을 다룬 다큐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클라이막스 장면은 2002년 12월 대선에서 마침내 승리한 노무현 후보의 카퍼레이드 현장이다.
 
그날의 축제 현장을 덮고 있던 노란색의 물결은, 2009년 5월 그의 장례식 노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의 노란색 추모 물결과 오버랩된다. 관객들은 환희의 순간을 지켜보며 만끽하려던 벅찬 감동과 희열이 단숨에 짓뭉개져버리며 공감각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 2009년 5월 29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노제가 끝마친 뒤에도 운구행렬을 따르는 수많은 시민들로 인해 서울광장에서 서울역으로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의 ‘노브랜드’는 2류 연합군
 
범삼성가에서 발원한 유통명가 신세계그룹 계열의 대형마트 체인 이마트는 2015년 4월부터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PB브랜드인 ‘노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노브랜드’는 저렴한 가격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춘 상품을 대량으로 제공한다는 취지 아래 국내외 다양한 제조업체의 공산품을 유통하고 있다.
 
이마트 자체가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대기업의 이름값과 막대한 마케팅 및 유통비용을 최소화한 결과,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오프라인 마켓 전반이 위축되는 시장 상황에서도 주식회사 이마트라는 기업의 성장 전망을 밝게 보는 시선이 많다고 한다.
 
노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은 이름 없는 중소기업부터 상당히 오래된 대기업까지 다종다양하다. 
 
이 제조업체들의 공통분모를 굳이 찾으면 ‘살벌한 마케팅 전쟁에서 2~3위 이하로 밀려난 패배자들’이라는 점이다. 노브랜드에 ‘연합군’의 성격이 있다는 이야기다.
 
▲ 2016년 8월 이마트는 충남 당진시 당진 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당진어시장 2층에 상생 스토어를 오픈했다. 1층에는 어시장이 영업을 하고, 2층에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서는 형태다. 전통시장 안에, 그것도 같은 건물에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가 함께 들어서는 것은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된 후 처음이다.
 
친노, 본의 아니게 ‘정파’ 넘어서다
 
노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하는 ‘친노’ 혹은 ‘노빠’를 규정하는 표현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이 문장에는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상이나 정치관이 단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 ‘참여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지향만이 담겨있을 뿐이다.
 
노브랜드의 카피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해서 말하면, 친노는 “정파가 아니다. 시민이다”라고 규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노무현과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친노’라는 단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이 계파보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후진적 역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하나의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정희 독재 시절, 김대중과 김영삼이라는 두 거물 정치인이 거주하던 동네 이름을 따서 ‘동교동계’, ‘상도동계’라 정파를 구분하고 정치적 역학관계를 설명하던 언론이 양김 시대가 끝난 후에도 동일 잣대를 가지고 편리한대로 정치판을 해석하다보니 만들어진 신조어라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상황과 친노에 대한 여러 언론매체들의 보도 내용을 들여다봐도 ‘친노’라고 규정되는 정치인 그룹은 ‘하나의 정파’라고 부르기에는 그 성향과 행동양식, 지향점은 물론 그 중심인 노무현과의 관계 그 자체까지 다종다양함의 끝을 달리고 있음이 확인된다.
 
현실 정치세계에서 ‘친노’라는 카테고리를 이렇듯 무한대로 확장시킨 주역은 역설적이게도 언론의 왜곡보도이다. 
 
민주당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섰을 때 그 지도부가 명백한 반노 포지션을 띄지 않는 경우에 언론매체들은 ‘친노패권주의’라는 표현을 꺼내다 쓰면서 참여정부와 조금의 접점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다 친노 혹은 범친노라고 규정했다.
 
어떤 식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정치인은 아니지만 이명박·박근혜 집권 시기에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은 대표적 방송인 김미화씨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기 청와대 행사에서 사회를 봤다는 이유 하나로 ‘친노’ 낙인을 받았다. 과거 여러 정부에서 유사 행사 사회를 봤다는 해명은 먹히지 않았다.
 
김미화씨와 유사한 방식의 ‘프로필 한 줄’을 근거로 ‘친노’라고 낙인찍는 행태는 메이저 언론매체들의 민주당 관련 기사를 통해 잊을만하면 한번씩 등장하고는 했다. 
 
‘명확한 반노’ 정치인들이 우르르 탈당해서 국민의당을 창당하기 전까지 말이다. 
 
 
친노에서 친문으로 ‘낙인’의 승계
 
위키백과에서는 ‘친노’를 “제16대 대통령인 노무현의 정치적 이념을 따르는 지지자들이나 그의 측근이었던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소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따르는 ‘친문’을 친노의 한 정파라고 설명한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친노’가 얼마나 넓은 의미로 사용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한국어 위키 사이트 중 압도적 1위를 달린다는 나무위키의 ‘친노’ 문서 안에 있는 카테고리 분류이다. 
 
◇친노 직계 ▲부산팀 ▲금강팀 
◇친문계 
◇범친노계 ▲정세균계 ▲정의당 참여계 ▲박원순계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진보 강경파 ▲더불어민주당의 진보성향 기초자치단체장 
◇넓은 의미로서의 친노(또는 비노) ▲김근태계 & 386 운동권계 ▲정동영계 & 천정배계 ▲김한길계 ▲영남권 비노 ▲동교동계와 새천년민주당의 생존자들
※ 해당 문서에서는 각 카테고리에 번호가 매겨져 있지만, 본 기사에서는 구분하기 쉽게 약물로 대체 표기함.
 
해당 문서는 “사실 작성 시점에서 친노라는 단어는 여당과 보수 언론은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차 일종의 프레임 및 낙인 효과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여야 막론하고 친노가 아니라고 누구나 인정하는 정치인과 그 계파만 비노라고 인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명확한 ‘비노’로 분류되는 인물들조차도 미디어와 정치권이 사용하는 잣대로 보면 ‘친노’에 분류될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친노’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정파’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게 소비되어 왔음을 뜻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친노’라는 단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민주당 대표와 2017년 두 번째 대선후보 경선 도전을 거치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친문’이라는 단어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친문’ 역시 ‘친노’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정파라고 볼 근거는 하나도 없고, 단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활동과 국정 운영에 동료로서 참여하거나 그 방향성에 공감하는 의견 표시를 하는 모든 이들을 그 지칭의 후보군으로 집어넣어지고 있다. 
 
왜 ‘후보군’이냐면, 같은 행동 같은 발언을 해도 그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혹은 그 사실을 전하는 발화자(언론매체 등)가 누구냐에 따라 그 사람을 ‘친문’이라고 보기도 하고 안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대선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대통령의 집권 후 국정운영 활동에 대해 사실상 ‘묻지마 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매우 적극적인 찬동 입장을 밝히고 있고, 문재인 정부 성공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도 충만하다.
 
하지만 두 사람을 친문이라고 분류하는 매체는 없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두 사람의 입에서 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혹은 문 대통령 지지자에 대한 험담의 기미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언론 매체들이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원하는 것은 ‘분란’ 혹은 ‘갈등’이기 때문이다.
 
▲ 지난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로부터 폭행당하고 있는 모습.
 
수구반동세력을 능가하게 된 시민권력
 
친노와 친문이라는 단어는 노무현과 문재인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지칭하는 상황에서 각각 ‘노빠’와 ‘문빠’라는 명백한 멸칭으로 변용된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는 시민집단을 광적인 연예인 팬덤과 다를 바 없다고 폄훼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린 단어 사용이다.
 
얼마 전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안희정 지사의 ‘강연 발언’의 핵심 취지는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흠잡을 데 없이 잘 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일부 지지자 그룹이 비판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는 것이 민주적 토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표명이 더 포커스를받았다.
 
세간에서 소위 ‘문빠’라고 불리는, 그리고 스스로 ‘문꿀오소리’를 자임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성향의 적극적 정치관여 시민들의 활동상에 대해 이견을 낸 것으로, 뉴비씨는 그 발언이 갖는 맹점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냈다.
 
뉴비씨 편집장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정치 덕후’로서 필자 역시 안 지사의 발언은 ‘비판에 대한 비판’을 터부시하는 태도라는 점에서 좋지 않은 시각이라고 보고 있고,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정무 감각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우려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 최근 언론매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문빠 보도이다.
 
문재인정부를 주저앉힐 수만 있다면 국익 따위 상관없다는 듯이 연일 저주를 퍼부어대도 ‘문빠’들의 반격에 부딪혀 별 성과를 얻지 못해 지리멸렬하는 중인 일부(?) 정치권과 일부(??) 언론매체들에게 ‘문빠가 문제’라는 프레임은 마치 ‘구원의 메시지’로 보인 것 같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8일 충남도청에서 송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빠 타령’의 구심점? 심각하게 보지 않는 이유
 
물론, 최근 서민 단국대 교수의 논란성 글이나 방중 수행 기자단 폭행 사건 이후 발광하고 있는 몇몇 언론매체들의 ‘문빠 타령’이 안희정 지사의 강연 발언 때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수구반동세력들에게는 ‘문빠 타령’이 자기들만의 자격지심이 아니라는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다.
 
오히려 이 논란을 둘러싼 다른 매체들의 보도들이나 관련해서 유통되고 있는 찌라시들을 지켜보면서 필자에게 든 생각은, 그들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이간질 놀이에 빠져있는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안 지사의 존재 자체는 수구반동세력들에게서 새로운 구심점이 될 인물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고갈시키는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
 
그들이 안희정을 반문 구심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한, 민주당 내에서 진짜 분탕질을 할 잠재성을 갖고 있거나 민주당 밖에서 진짜 구심점을 할 다른 유망주들이 성장하는 길은 틀어막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들이 ‘반문’의 구심점으로 내세우고 싶어하는 안희정은 정치적 수사에 있어서의 취약함 때문에 ‘이간질 놀이’에 악용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가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제대로 분탕질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성공과 대한민국 민주주의 제도 발전을 바라는 안희정의 ‘진정성’에 대해 확고한 신뢰를 갖고 있고, 설령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정치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당적을 바꾸거나 당을 깨는 식의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 ‘잡상인(雜想印)’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느낀 이야기들을 가볍게 다루는 코너입니다. 잡다한 생각을 도장처럼 새긴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아무거나 다 팔아요’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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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 2017-12-29 00:24:47
헐, 뉴비씨가 왜?
정적들에게 이용당하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 글세요.

베니치오 2017-12-23 05:18:22
안희정 지사에 대해 굳건한 신뢰를 가지고 계시군요.
저는 요즘 안꽃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물론 이 가사에서도 언급된 그 강연에서 안꽃밭스러운 발언을 해서지요.물론 적폐언론들이 그것을 더 부각시킨것도 맞고요.
기자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분명있지만 ,아무리 언론이 더 부각시키고 선동한 면이 있지만,그래도 안지사의 요즘 발언들은 이 지사와 비교되는 면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물론 저는 경선때 이후로 이재명 지사에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문지지자라는것을 말해둡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정치를 해온 사람으로서 적어도 지금의 포지션이나 발언은 이재명 지사처럼 "이 정부 성공만이 내가 바라는것이다.민주정부를 성공시켜야한다"이래야 할겁니다...
솔직히 노무현을 사랑하고 있는 많은 문재인 지지자들은 안지사가 이렇게 말해주기를 정말 바랬을겁니다.그러니 실망이 정말 크지요.이게 지금 문지지자들 커뮤의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