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14:32 (수)
[칼럼] 최저임금과 공정한 시장 경제
[칼럼] 최저임금과 공정한 시장 경제
  • 고일석
  • 승인 2017.07.17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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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도 만연한 갑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 중견기업 관련 3개 경제단체 회장단과 정책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하도급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사업자의 약 79%가 중소사업자이고, 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 위반사업자의 상당수도 중소기업인"이라며 "중소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사업자에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대기업의 갑질로부터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소위 '갑질'로 불리는 하위 계급 기업에 대한 이윤 착취 행위, 좀 좋은 말로 표현해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간의 관계에서도 만연해있다는 것을 얘기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모든 크고 작은 거래 관계에 존재하는 먹이사슬이 가장 말단에 있는 사업자들로 하여금 최저임금도 제대로 지불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에 처하게 하고 있다. 

 

왜들 이럴까? 식재료를 비싼 값으로 독점 공급하여 수익을 남기지 않으면 프랜차이즈 본사의 운영이 어려워지는 걸까? 동네 구멍가게에서 소매로 판매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여 이익을 크게 남기지 않으면 편의점 본사는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려워지는 것일까? 팔리든 안 팔리든 무조건 대리점에 판매 수량을 할당하여 밀어내기를 하지 않으면 제조사는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운 것일까? 하청업체의 매입 가격을 원가 이하로 후려치지 않으면 원청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일까?

 

그런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중간 단계에서 벌어지는 이윤 착취 행위는 더 높은 단계에서 이루어진 착취로 인한 손해를 벌출하기 위한 경우도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 거래로 단속되어 회사 문을 닫게 됐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이 갑질을 하는 이유 

 

이유는 하나다. 바로 "그렇게 해도 되기 때문"이다. 납품업체, 하청업체, 편의점, 체인점, 대리점 등의 말단 사업자들을 쥐어 짜서 수익을 얻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슨 고상한 이상을 내세워 본사의 수익을 줄여가며 하청업체와 말단사업자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면 바보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관행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엄연히 법과 시행령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버젓이 일삼아도 어지간해서는 처벌받지 않으며, 처벌을 받더라도 말단 사업자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보다 과징금을 내는 것이 이래저래 훨씬 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에 의해 필수원료인 치즈를 시중가보다 높게 구매하도록 강제한 것이 적발되어 회장이 사퇴하기까지에 이른 미스터피자는 이미 수차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됐는데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심지어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가며 제대로 단속할 것을 추궁했지만 공정위는 그 자리에서만 그러겠노라고 답변했을 뿐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의 진정한 타겟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됐다. 이를 두고 자영업자의 줄폐업이 우려된다며 걱정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최저임금 정책이 실제로 중요성을 가지는 부분은 최저임금도 주기 어려운 한계사업장이 아니라, 지불여력이 충분하면서도 딱 최저임금만 지급하거나, 그것마저도 갖은 편법을 동원해 떼어먹고 체불하는 사업체들이다.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해도 괜찮은 업체들이 편의점, 체인점, 식당, 이미용실 등의 한계사업장들을 앞세워 최저임금을 올리면 줄폐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으름짱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왜 이럴까? 이들 역시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매출과 수익이 충분한데도 꼴랑 최저임금만 주면서 생색을 내고, 그나마도 체불에 착취에 갖은 편법을 부려도 일하겠다는 아르바이트생은 널려 있고, 불법과 비리에 시달려도 행여나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이를 감독해야 할 노동부는 여러 핑계로 내몰라라 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한계사업장들은 여러 방법을 통해 지원하더라도, 지불여력이 충분한 사업체들이 인상된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도록만 하면 시급노동자들의 생활 향상과 소비 진작과 같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 한계사업장이 아니라 이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저시급을 지금 당장 1만원으로 올려도 전혀 무리가 없다.

 

핵심적인 적폐, '관행화된 불공정, 불법 행위'

 

우리가 청산하고 타도해야 할 모든 '적폐'는 바로 이와 같이 "그래도 되기 때문에" 횡행하던 것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자 민간 기업체들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섰다. 이를 정부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는 적폐 언론도 있지만, 정부는 민간 기업체에게 정규직화를 강요한 적이 없다. 그들 스스로 할 만 하니까 나선 것이다. 이는 지금의 비정규직 고용이 수익 확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수 중요 작업에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비정규직을 고용해도 누가 뭐라고 하기는커녕,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그렇게 안 하면 바보 소리를 듣기 때문이었다.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해야할 것을 하게 하고, 하지 말아야 될 것을 못 하게 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고 정부의 책무이다. 그것을 제대로 하는 것이 적폐 청산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며, 입법을 통하지 않고도 이미 정부에 주어진 기능과 역할만 수행해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모든 적폐의 절반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이 전선의 첨병 자리에 있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와 노동부다. 이들이 원래의 임무에 충실하여 불공정거래 행위와 부당노동행위만 잘 단속하고 관리해도 최저임금 문제 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된다. 그 첫 걸음이 김상조 위원장의 임명이었고, 그 다음 단계가 추경을 통한 근로감독관의 확충이다. 이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는 것이 바로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고 우리 모두가 추구하고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경제적폐 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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